기사입력 2005.02.16 22:26 / 기사수정 2005.02.16 22:26
그들에게는 '권위'와 '신뢰'가 필요하다
몇 년전 NBA 출신의 제시 톰슨 심판이 직접 KBL에서 뛰었던 일이 있었다. 당시 여러 가지 찬반 논란이 있었던 걸로 기억된다. 하지만 막상 팬들에게는 카리스마 넘치는 판정으로 깊은 인상을 줬다. 간혹 팬들끼리 우스개소리로 "감독이나 선수들이 영어를 몰라 항의를 못한다"라는 얘기도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NBA출신이라는 '권위'가 있었고 국내농구와 관련 없는 사람이니 학연이나 어떤 연줄로 움직이지 않을 거라는 '신뢰'가 있었기에 그의 판정에는 믿음이 갔다.
그렇다면 제시 톰슨 심판위원장이 과연 다른 심판보다 월등하게 판정이 정확하고 탁월했을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상 판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팬들에게 심판으로써의 '권위'와 '신뢰'를 심어준 것만은 확실하다. 이제는 우리 심판들에게도 이런 '권위'와 '신뢰'가 필요하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그들에게 권위를 세워줄 수 있을까. 우선은 심판들의 현실적인 처우 개선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권위'를 위해서는 처우개선이 방법
갑자기 권위 문제를 얘기하면서 돈 얘기가 나오냐고 할지는 모르지만 그 부분은 상당히 중요하다. 현재 심판들의 평균 연봉은 3,000만원에서 4,500만원 사이라고 알고 있다. 물론 여기에서 심판이라는 직업이 안정성이 없다거나 고생에 비해 욕만 먹는다는 동정적인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 연봉 3천만원을 받건 3백만원을 받건 오심으로 인해 시즌을 마감해야 하는 선수들이나 팬에게는 조금도 위로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도대체 프로세계에 어떤 전문가가 연봉 3, 4천만원 받을까. 일부 대졸 고액연봉자 중에도 초봉으로 3,000만원은 너끈히 받는 사람이 있다. 또한 멀리 찾을 것 없이 농구계에서만 봐도 2라운드 뒷 순위 신인선수들의 연봉이 3, 4천만원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전임심판이 한 경기에 5분도 못 뛰는 선수와 똑같은 액수를 받는다는 건 한눈에도 부조리해 보인다.
무조건적인 처우 개선이 아닌 채찍도 필요하다
물론 월급만으로 인격을 결정할 수는 없지만 프로의 세계에서는 몸값이 가치를 말해준다. 적어도 대기업 과장급(1라운드 2순위 수준)까지 심판의 급료를 끌어올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정도는 되어야 심판들도 생활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프로농구 심판으로서의 직업에만 몰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런 부분이 자칫 나쁜 유혹에 빠질지도 모르는 가능성 또한 막아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당장 연봉을 인상하는 것이 가능하며 그것이 효율성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우선은 오프 시즌 중 끊임없는 교육과 워크숍, 연수 등을 통해 각종 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이 부분은 비시즌에도 적정 수준의 임금을 보전해주는 한 방법이라고 본다. 또한 판정과 경기운영에 대한 정확하고 엄정한 평가를 통해 심판별로 차등된 성과급을 주는 방법도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지금 체력적으로 못 따라가서 더 이상 경기를 주관하기 어려운 심판들의 보직을 워크숍이나 연구, 교육 등의 분야로 돌릴 수도 있다. 사실 팬의 입장에서는 냉정하게 '나이가 들었으니 그만둬라'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현실적인 문제이고 심판들의 사기 문제와도 연관이 있는 일이다. 그리고 이런 부분만 해결된다면 심판이라는 직업의 여건도 나아질 것이고 자연스래 그들의 권위도 올라갈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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