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8.27 17:27 / 기사수정 2008.08.27 17:27
[엑스포츠뉴스=하완수 기자] 곧 KOVO컵이 열리면서 본격적인 배구시즌이 다가옴을 알립니다.
이번 대회에 앞서 어떻게 하면 좀 더 배구팬들이 배구를 이해하고 더 재미있게 시합을 즐 수 있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래서 한 생각이 시합장 내에서의 선수의 생각을 조금이라도 알면 좀 더 재미있게 배구를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선수들이 시원한 공격에 성공할 때나 블로킹에 걸리게 될 때 좀 더 그 들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재미있는 관전이 되지 않을까 해서 시합장내 긴박한 순간의 선수들 생각을 들여다 보기로 합니다.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온몸으로 느끼며 즐길 수 있는 더 재미있는 배구가 될 수 있길 바라면서…….
Episode 1. 세터의 머릿속
배구시합을 관전하는 관객들이 알 수 없는 시합장 속에서의 선수들의 머릿속을 들여다 보면 수많은 생각, 수많은 경우의 수가 그들의 머릿속에 맴돌고 있다. 관객들은 볼 수 없는 시합장 그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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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세터다.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4세트에서 괜한 고집으로 속공을 쓰다 블로킹에 셧아웃 되면서 팀의 분위기를 망쳐버렸다. 배구는 가장 흐름을 많이 타는 경기에서 내 스스로 흐름을 끊어버렸다.
4세트가 끝난 뒤 감독님한테 그 부분에 대해서 많은 얘기를 들었다. 5세트에서도 쉽게 앞서갈 수 있는 경기를 토스가 조금씩 짧아지면서 블로킹에 연달아
걸리고 말았다. 벌써 체력이 지치는 것일까? 걱정도 된다. 마지막 작전타임도 이제 끝나간다. 14:14 동점 한순간의 판단실수면 팀은 패배하게 되고 무엇보다 내가 패배의 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다시 한 번 코트를 노려본다.
코트에 들어가면서 파이팅을 크게 외치면서 우리 팀의 기를 살려야겠다. 그나저나 우리 팀 주공은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은지 계속 공을 머리 뒤에 놓고 때린다.
그나마 센터진의 속공이 잘 먹히면서 버텨오기는 했지만 마지막 점수는 좋든 싫든 주공을 믿는 수밖에 없을 텐데 걱정이다.
감독님은 B 속공을 잡아놓고 B 사이 시간차를 쓰라고 했지만 유독 상대 센터 블로킹이 시간차 타이밍을 시합 내도록 그런대로 맞추고 있다. 차라리 B를 빨리 띄워놓고 C 속공으로 뽑고 싶어도 오늘 내 토스에 자신이 없다.
코트에 들어서서 포지션을 잡았다.
상대 수비 위치를 훑어보니 우리 주공격수 매치 블로킹이 세터라 그쪽으로 뽑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라이트 후위공격을 택하기로 마음먹었다.
오늘, 이 녀석이 트레이지 모드이기 때문이다. 상대의 서브다. 최종으로 백A 속공을 트릭으로 쓰고
주 공격수를 시간차로 당기면서 라이트 후위공격으로 올리는 걸로 결정했다.
천천히 사인을 내고 네트로 붙는다. 상대방 블로킹이 계속 자기 팀에게 '라이트 후위공격이야'를 연방 외치면서 블로킹 준비를 하고 있다.
귀에 거슬린다. 배구를 10년 넘게 했지만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사인을 다시 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상대가 서브를 한다. 분명 우리 주공격수를 견제하기 위해 그쪽으로 목적서브를 넣을 것은 분명하다. 리시브를 하고 나서 공격으로 들어올 수 있게 최대한 공을 잡아서 토스를 해야 한다.
서브가 강하게 들어온다. 리시브가 앞쪽으로 세게 밀려온다. 적당히 밀려오는 공은 손목으로 공을 잡아서 띄울 수 있지만 세게 밀려오는 공은 잡을 시간이 너무 적기 때문에 그냥 튕겨서 올려줘야 하는데 상대 블로킹을 잡아줄 수 없어서 공격수한테 2인 블로킹이 붙게 된다.
후위공격으로 돌리기에는 토스가 밀릴 수 있다. 차라리 손가락만으로 C퀵으로 밀어줄 수밖에 없겠다.
최대한 공을 끌어서 센터 블로킹을 잡아둬야 한다. 점프를 조금 빨리 해서 떨어지는 타이밍에 토스를 밀어줘야겠다.
리시브한 공이 빠르게 세터한테 밀려오다 보니 우리 팀의 속 공수 트릭이 한 타임 늦게 붙는 게 느껴진다.
센터가 트릭 할 때는 무조건 빨리 떠 줘서 블로킹을 한 타임 잡아주고 세터가 한 타임 잡아주고 그러면 양쪽 공격수들은 원 블록을 두고 마음 놓고 때릴 수 있는데 내 손에 공이 도착하기 전에 이미 상대 센터 블로킹이 레프트 쪽으로 오른발을 뻗는 게 보인다.
이젠 어쩔 수 없다. 정면승부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우리 공격수에게 각을 만들어주기 위해 네트에서 조금 떨어트려서 안테나까지 밀어준다.
띄운 공은 생각대로 올라간 것처럼 보인다. 바로 블로킹 커버를 준비한다. 띄운 공이 빨랐는지 우리 공격수의 스텝이 빠르게 움직인다.
직선이 통했다. 상대 사이드 블로킹이 크로스 쪽을 보느라 직선을 비워뒀나 보다. 후유~~~위험한 고비는 넘겼다. 이제 1점이 남았다.
불과 5초 안팎의 시간, 난 이렇게 수많은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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