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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박스] 누가 뭐래도 박주영인 이유

기사입력 2008.08.01 10:21 / 기사수정 2008.08.01 10:21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누가 뭐래도 박주영은 올림픽대표팀의 에이스였다.

7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올림픽대표팀의 마지막 평가전에서 신영록의 결승골을 앞세워 1-0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서 가장 돋보이던 선수는 '오늘도 골을 넣지 못한' 박주영이었다.

박주영은 최근 팬들 사이에서 올림픽대표팀의 주전공격수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에 놓여있다. 박주영이 U-23 대표팀에서 마지막으로 골을 넣은 것이 2006년 11월 일본전이었으니 2년 가까이 올림픽대표팀에서 득점이 없는 것이다. 이날 경기를 비롯해 최근 세 차례의 평가전에서도 박주영은 여러 차례 득점 찬스를 맞았지만 골을 성공시키지는 못했다.

어떤 이들은 박성화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지나치게 박주영을 편애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한다. 2005년 세계청소년선수권 대회 당시부터 박성화 감독은 박주영을 팀의 에이스로 기용해왔고, 최근 득점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그를 지금도 꾸준히 주전으로 기용하고 있다. 박주영이 보여주는 경기력에 비해 박 감독이 신뢰가 너무 크다고도 얘기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박주영에 대한 비판론이 조금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박주영에게 더 특별히 관대한 잣대를 적용할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박주영에 대한 평가가 '무득점'이라는 드러나는 수치에 묶여 있을 이유 역시 없다. 공격수로서 골을 넣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지만 박주영은 득점력 외에도 올림픽대표팀의 전술적 완성도에 방점을 찍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박주영은 올림픽대표팀에서 투톱의 처진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위치에만 얽매이지 않고 1선과 2선을 활발하게 오가며 게임메이커의 역할을 자처한다. 호주와의 경기에서도 박주영은 때로는 최전방 공격수로 골을 노리고, 때로는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팀의 공격을 전개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박주영의 존재는 중앙 미드필더 김정우의 부담을 덜어줘 그가 기성용과 함께 미드필드에서 1차 저지선을 형성할 수 있게 해준다. 이는 아직은 불안한 수비진의 조직력을 커버해줄 수 있는 힘이 되며, 좌우 풀백 김동진과 김창수(신광훈)의 공격가담 기회까지 열어주는 원동력이 된다.

공격에서도 그는 분명히 올림픽대표팀에서 가장 창의적인 움직임과 감각적인 원터치 패스를 선보이는 선수다. 때문에 박주영은 문전에서 수비진을 몰고 다니며 또 다른 최전방 공격수인 신영록에게 공간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했다. 지난 코트디부아르 전에서도 역시 이근호가 빠른 발을 앞세워 상대 후방을 자주 침투하며 공격을 펼칠 수 있는 원동력은 박주영의 존재였다.

박성화호의 오른쪽 날개 이청용이 스스로 밝혔듯이 팀 동료이기도 한 박주영과의 호흡은 서로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다. 국가대표팀에서도 측면 공격의 선봉에 서며 소위 '물이 오른' 공격수인 이청용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선수가 박주영이라는 뜻이다. 전반 20분 이청용과 박주영이 2대 1 패스를 주고받으며 보여준 플레이는 그들의 호흡을 맞출 때 나타날 수 있는 파괴력과 시너지 효과를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처럼 박주영은 올림픽대표팀의 전술에서 핵심적인 존재이다. 물론 그는 공격수다. 공격수는 골로 말하는 포지션이기에 그의 최근 무득점 상황은 분명히 아쉬움이 많이 남는 점이다. 그럼에도 박주영의 존재 가치가 높은 이유는 그가 바로 '박성화호 축구'의 전술적 완성도를 가장 효율적으로 이뤄 줄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인 것이다. 

사실 박주영이 비판론에 부딪히는 가장 큰 이유는 그가 받아왔던 ‘골잡이’로서의 높은 기대 때문이다. 박주영은 청구고 재학시절 33경기에서 47득점을 기록했고, 2004 아시아청소년대회에선 MVP와 득점왕을 차지했다. 2005 카타르 8개국 청소년대회에서는 4경기에 9골을 넣었고, 2005년에는 K-리그에 데뷔해 신인왕 및 통합득점왕을 차지하는 등 골잡이로서 그야말로 최고 수준의 기량을 보여 줬었다.

이런 그에게 팬들은 한국축구의 ‘고질병’이라는 골결정력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박주영이 2006년을 기점으로 슬럼프에 빠지며 예전만큼의 득점포를 가동시키지 못하자 팬들 사이에서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그 비난이 정점에 이르는 분위기다. 

그러나 우리가 현재의 박주영, 특히 '박성화호의 박주영'에게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어쩌면 주득점원으로서의 능력보다는 게임메이커 혹은 '에이스'의 역할일 것이다. 이렇게 관점을 바꾼다면, 최근 박주영의 무득점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충분히 기다려볼 수 있는 문제가 되며, '그래도 박주영'이란 데에 동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비록 높은 기대만큼의 활약은 아닐지라도 분명 박주영은 올림픽대표팀에서 꾸준히 기용될 이유가 있고, 올림픽 본선무대에서도 그 존재이유를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선수다.

만약 그의 가공할 위력의 득점포까지 재가동된다면, 그로 인해 그간의 비난과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면 박주영은 다시 한번 한국축구의 희망적 존재로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올해 가장 무더운 여름의 한복판에서 가장 뜨거운 함성을 내지를 그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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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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