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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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 이적설'에 가려진 EPL의 지각변동

기사입력 2008.07.28 14:34 / 기사수정 2008.07.28 14:34

박형진 기자

'나 말고 누구한테 또 관심있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 Skysports
'나 말고 누구한테 또 관심있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 Skysports

[엑스포츠뉴스=박형진 기자] 지난 시즌 EPL 최고의 화두는 단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다. 

윙 미드필더임에도 거침없는 골 행진을 이어간 호날두에게 엄청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고,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보도하는 기사들이 넘쳐났다.

이런 호날두에 대한 관심은 시즌이 끝난 여름까지 이어지고 있다. 보통 얽히고 설킨 이적소식으로 바쁜 여름 이적시장 기간이지만, 어찌 모든 기자와 독자가 호날두의 입만 쳐다보고 있는 형국이다. 레알 마드리드 이적을 허용해주지 않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퍼거슨 감독을 향해 "난 현대판 노예"라는 말로 모두를 충격에 빠뜨리더니, 이적이 없던 일로 되어가는 지금 호날두는 침묵으로 일관하며 맨유팬들의 속을 끓이고 있다.

이처럼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호날두에게 집중되는 동안에도 프리미어리그의 20개 팀은 다음 시즌을 위해 이적시장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적시장 마감일을 한 달 남겨둔 지금, 다음 시즌 판도를 바꿀 중요한 이적은 어떤 것이 있었을까?

과감한 투자, 기대되는 중위권 팀들



프리미어리그는 다른 어떤 리그보다 상위권 4팀의 위치가 굳건하다. 그러나 이들의 자리를 노리는 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시즌 에버튼이 그랬듯, 상위권 팀 중 한 팀만 부진한 모습을 보이더라도 그 틈을 파고들 저력이 있는 팀이 프리미어리그엔 즐비하다.

그런 중위권 팀들이 이번 여름 과감한 투자로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우선 지난 시즌 좋은 공격력(71득점)을 보이고도 많은 실점(51실점)으로 6위에 머무른 아스톤 빌라는 수비와 미드필더를 충실히 보강했다. 마틴 오닐 감독은 지난 시즌 웨스트 브롬으로부터 임대했던 수비수 커티스 데이비스를 완전 이적시켰으며, 스콧 카슨(임대 종료 후 리버풀 복귀)과 토마스 소렌센(방출)의 빈자리를 메울 골키퍼로 블랙번의 브래드 프리델을 영입했다. 또 가레스 배리의 공백을 메울 적임자로 스티브 시드웰을 첼시로부터 영입했으나, 배리의 이적이 무산될 것으로 보이면서 배리와 시드웰의 조합 역시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볼튼과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 포츠머스는 공격력을 배가할 수 있는 특급 공격수의 영입에 성공했다. 볼튼은 1100만 파운드의 이적료에 다니엘 브라텐을 툴루즈에 넘기는 조건으로 스웨덴 대표팀 공격수 요한 엘만더를 영입했다. 아넬카의 이적 후 마땅한 타깃형 스트라이커가 없었던 볼튼으로서는 최적의 대안을 찾은 셈이다. 맨시티는 2000만 파운드에 달하는 거액을 투자해 브라질의 특급 유망주 조를 CSKA 모스크바로부터 영입했다. 한편, 포츠머스는 리버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던 피터 크라우치를 1100만 파운드의 이적료에 영입했다.

아스톤 빌라, 볼튼, 맨시티와 포츠머스 모두 자금력이 부족한 팀은 아니다. 그러나 1000만 파운드가 넘는 선수들을 선뜻 영입한 것은 다음 시즌에 대한 강력한 의지라고 볼 수밖에 없다. 만약 이들의 '도박'이 성공한다면, 이 네 팀은 다음 시즌 '빅 4'를 넘볼 수 있는 강력한 다크호스가 될 것이 분명하다.

분주한 하위권, '질보다 양?'

'선수 영입? 그거 많이 해도 소용없어!' 스티브 코펠 레딩 감독 ⓒ Eurosport
'선수 영입? 그거 많이 해도 소용없어!' 스티브 코펠 레딩 감독 ⓒ Eurosport

레딩의 스티브 코펠 감독처럼 강심장이 아니라면 갓 프리미어리그로 승격한 팀이 별다른 영입 없이 다음 시즌을 준비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는 프리미어리그 2년차로 접어드는 불안한 하위권 팀에게도 마찬가지다.

챔피언십 1위로 프리미어리그에 재진입한 웨스트 브롬은 김두현을 비롯해 무려 8명의 선수를 새로 영입하며 다음 시즌 잔류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그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선수는 골키퍼 스콧 카슨. 리버풀에 입단한 후 대부분의 시간을 임대로 보냈던 카슨은 지난 시즌 아스톤 빌라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쳐보였고, 그 점을 인정받아 웨스트 브롬의 부름을 받았다. 22살 골키퍼 카슨의 이적료는 375만 파운드로 아스톤 빌라가 블랙번으로부터 영입한 브래드 프리델의 이적료(200만 파운드)보다 많다.

스토크 시티는 아직 많은 선수를 영입하지 않았지만 강등팀 레딩의스트라이커 데이빗 킷슨을 영입했다. 프리미어리그 경험이 있는 선수가 필요한 스토크 시티로서는 해결사 역할을 해줄 적임자를 찾은 셈이다. 한편, 헐시티는 6명의 선수를 영입하며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자금이 넉넉지 않은 헐시티로서는 맨시티가 방출한 지오반니와 같은 '공짜' 선수에 모험을 거는 상황이다.

강등권 문턱까지 갔었던 풀럼 역시 다음 시즌을 위해 많은 선수를 영입했다. 졸탄 게라, 마크 슈와처와 같은 선수를 자유이적으로 일찌감치 확보한 풀럼은 웨스트 햄으로부터 욘 판실과 보비 사모라를 총 630만 파운드의 이적료에 영입했다. 모두 6명의 선수를 영입한 풀럼은 무려 8명에 달하는 선수를 방출 내지 이적시키며 부실한 팀 스쿼드를 대대적으로 손보는 중이다.

그러나 많은 선수를 영입하면서 팀 밸런스가 무너진 전례가 프리미어리그엔 즐비하다. 로이 킨 감독이 부임하며 과감한 투자를 했던 선더랜드가 대표적인 사례. 강등 위기까지 몰렸던 선더랜드는 이번 시즌 내실 있는 투자로 팀을 정비하는 모양새다. 토트넘의 알짜배기 멀티플레이어 심봉다와 타이니오를 영입한 선더랜드는 허리와 수비를 탄탄히 하여 프리미어리그에 안정적으로 잔류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빅 4'의 아성은 문제없을까?

'돈도 없고, 애들도 말 안 듣고..' 아르센 벵거 아스날 감독 ⓒ Setana Sports
'돈도 없고, 애들도 말 안 듣고..' 아르센 벵거 아스날 감독 ⓒ Setana Sports

지난 시즌 맨유와 첼시, 아스날의 3파전 못지않게 관심을 끈 것은 리버풀과 에버튼의 4위 싸움이었다. 결국, 리버풀이 4위 자리를 수성하며 빅 4의 아성을 이어갔지만 이번 시즌 역시 빅 4의 강세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리버풀은 빅 4 중 가장 안정적으로 팀 정비를 진행 중인 팀이다. 로마로 이적한 리세와 웨스트 브롬으로 이적한 스콧 카슨의 빈자리를 안드레아 도세나와 디에고 카발리에리로 메운 리버풀은 도르트문트와의 계약이 끝난 필립 데겐을 이적료 없이 영입했다. 포츠머스로 떠난 피터 크라우치의 공백은 150만 파운드의 이적료에 영입한 기대주 다비드 은고그가 훌륭하게 메워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즌 역시 우승을 두고 치열하게 다툴 것으로 보이는 맨유와 첼시는 선수 '붙잡기'에 더 열중하고 있다. 맨유는 레알 마드리드행을 꿈꾸는 호날두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고, 첼시는 계약 문제로 이견을 보이는 람파드를 잡는 것이 관건이다. 그렇다고 두 팀이 선수 영입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은 아니다. 맨유는 베르바토프(토트넘)의 영입에, 첼시는 호비뉴(레알 마드리드)의 영입에 전력을 쏟고 있지만 두 선수 모두 천문학적인 이적료가 따르는 선수다.

지난 시즌 '아름다운 축구'를 선보인 아스날은 이번 시즌이 큰 위기로 다가올 전망이다. 플라미니, 지우베르토 시우바가 떠난 상황에서 파브레가스를 바쳐줄 마땅한 수비형 미드필더가 없는 것이 현재 아스날의 상황. 새로 영입한 사미르 나스리나 아론 렘지는 모두 공격적 성향이 강한 미드필더인데다 프리미어리그 경험이 없는 신예이기에 이들에게 시즌 초부터 많은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흘렙과 플라미니가 떠나면서 다른 아스날의 주축 선수들도 팀을 떠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이 아스날의 가장 큰 문제다. 일단 이적설을 일축하기는 했지만 파브레가스 역시 스페인으로의 복귀를 마음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아데바요르 역시 자신에게 쏠린 관심을 즐기는 모습이다. 설상가상으로 아스날은 자금난까지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 메일은 일요일판 신문에서 뉴캐슬이 센데로스에 400만 파운드의 이적료를 제의했으며, 아스날이 이를 수락한다면 이는 아스날이 심각한 자금난에 처해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여름을 잘 보낸 팀이 다음해 봄에 웃는다. 이번 여름 이적시장의 진정한 승자는 누가 될지는 내년 봄이 되어야 알 수 있을 것이다. 확실한 것은, 지난 시즌과 다른 색다른 재미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박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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