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2-01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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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선의 싸커튜드] 영원한 프런티어, 설기현

기사입력 2008.07.27 14:43 / 기사수정 2008.07.27 14:43

문용선 기자



  
[엑스포츠뉴스=문용선 기자]  지난 21일, 설기현 선수가 소속팀 ‘풀럼’의 동료들과 함께 입국했습니다.

영국으로 출국한 지 열흘 만에 풀럼의 '코리안 투어'를 위해 다시 우리의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그에게 이번 풀럼의 방한 경기는 '투어'의 의미가 있지 않을 듯합니다. 지난 시즌 초, 레딩에서 풀럼으로 이적 후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며 클럽과 감독으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했고, 최근 방출설까지 터지면서 힘든 시기를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살아남으려면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줘야 하기에 이번 한국방문은 투어가 아닌 팀 내 생존을 위한 ‘경쟁’의 연장선일 따름입니다.
 
그런데 이 낙천적인 강원도 사나이는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고 있었습니다. 불 확신한 자신의 미래 때문에 표정 한구석이 어두울 법도 한데 말입니다. 그는 8년 전 로열 앤트워프의 유니폼을 입었을 때 그 순박한 미소를 우리에게 지어 보이고 있었습니다.

J 리그를 뒤로하고 날아간 벨기에

설기현은 축구협회의 ‘유망주 유럽 진출 프로젝트 1호’로서 2000년 7월 벨기에의 작은 클럽 로열 앤트워프에 입단하게 됩니다. 당시 한국의 촉망받는 유망주와 인기 있는 선수들 대부분이 J 리그 진출을 선호하고 있었기에 그의 유럽진출은 팬들에게 '작은 쾌거'로 까지 받아들여졌습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속을 털어놓고 이야기할 동료도 히딩크와 같이 의지할 감독도 없었습니다. 그 누구의 도움과 배려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믿을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뿐이었습니다. 또한, 동양에서 온 외국인 선수라는 편견을 깨트리려면 자신의 진가를 확실하게 보여줘야 했습니다. 그래야만 유럽에서의 '내일'을 기약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앤트워프에서의 시즌 성적은 10경기 출전 11득점. 앤트워프는 설기현이 뛰기에는 너무나 작은 클럽이었고, 빼어난 활약을 펼친 그는 이듬해에 벨기에 최고의 명문 클럽인 RSC 안더레흐트로 이적하며 유럽에서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합니다. 

안더레흐트에서도 핵심 선수,가슴으로 품은 프리미어리그

거침없는 상승세의 설기현은 벨기에 ‘명문’ 안더레흐트에서도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합니다. 특히, 데뷔전에서 3골을 몰아치며 해트트릭을 기록한 것은 국내는 물론 현지에서도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그는 안더레흐트에서 3시즌 동안 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넘나들며 맹활약을 펼쳤고, 챔피언스리그 한국인 최초 득점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벨기에에서 승승장구하던 설기현은 편안함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택했습니다. 자신이 그렇게 갈망하던 잉글랜드 축구를 향해 묵묵히 전진해 나갔습니다. 그를 고질적으로 괴롭히던 허리부상도 설기현의 의지를 막지 못했습니다. 다음 행선지는 울버햄튼 원더러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바로 아래 단계인 챔피언 십에 속한 클럽이었습니다.

울버햄튼에서 레딩으로,그리고 풀럼으로

설기현이 울버햄튼을 택했던 이유는 챔피언 십에서 팀의 승격을 이끌어 프리미어리그에 주전으로서 우뚝 서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울버햄튼에서 글렌 호들 감독의 지도로 자신의 소임을 충실히 해내며 2시즌 간 활약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울버햄튼은 승격에 실패했고, 그는 더는 미룰 수 없는 프리미어리거의 꿈을 이루고자 팀을 떠나야 했습니다.
 
설기현은 승격에 성공한 레딩 FC와 계약하며 마침내 염원하던 프리미어리거의 꿈을 달성합니다. 홀로 유럽에 진출해 '고군분투' 한지 7시즌 만에 이룬 노력과 땀의 소중한 열매였습니다. 레딩에서 설기현은 시즌 초반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스티브 코펠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나, 아쉽게도 부상을 당하며 경쟁자 글랜리틀에게 기회를 주게 됩니다. 부상에서 복귀하고 나서 좀처럼 주전으로의 입지를 다지지 못하다가 결국 주전 출장을 위해 지난 시즌 초반 풀럼으로의 이적을 감행하게 됩니다.
 
풀럼으로 이적한 설기현은 자신을 영입한 로리 산체스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팀을 떠나게 되면서 또다시 시련을 겪게 됩니다. 현재 감독인 로이 호지슨이 지휘봉을 잡자 설기현은 팀에서 설 자리를 잃고, 출전기회를 얻지 못하며 아쉬운 한 시즌을 프리미어리그에서 보내고야 맙니다.

끊임없는 도전, 영원한 프런티어 설기현

울산과의 마지막 방한 경기를 마치고 풀럼의 감독 로이 호지슨은 설기현에 대해 “움직임은 나아졌으나 그것은 다른 선수도 마찬가지다.”라며 여전히 냉정한 평가를 내렸습니다. 반면, 설기현 선수는 “훈련 때 열심히 하는 모습으로 감독님 눈에 들도록 하겠다.”라며 팀 내 생존을 위한 주전 경쟁에서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유럽 무대에서 활약한 지 9시즌째가 되는 올해. 설기현은 방출설에 휩싸이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혹자는 풀럼이 한국 투어 이후 단물이 빠진 그를 팔아 버릴 것이라며 우려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설기현은 누구의 도움도 없이 홀로 유럽을 개척하고, 잉글랜드에 도전한 '프런티어'입니다. 수 없는 부상과 시련, 외로움과 냉대를 이겨내며 여기까지 온 그입니다.

요즘 설기현 선수에 대한 평가가 너무나 냉정한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누구보다 도전적이었고, 능력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피땀 어린 노력과 열정으로 여기까지 온 그를 재평가 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가져 봅니다.

편안함에 안주하기보다는 도전과 모험을 택했고, 더욱 높은 곳을 향한 날갯짓을 멈추지 않았던 축구선수 설기현. 지금의 어려움을 '설기현답게' 이겨내고 더욱 높이 날아오를 그를 기대하며 글을 마칩니다.

[사진=풀럼의 한국투어에 참여한 함께한 설기현 (C) 엑스포츠뉴스 김금석 기자]

[엑스포츠뉴스 브랜드테마] 문용선의 싸커튜드는 Soccer(축구)와 Attitude(태도)의 합성어입니다. 축구를 보는 좋은 태도, 즐거운 태도, 올바른 태도, 감동적인 태도로서 많은 축구팬 여러분과 함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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