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1992년 월드리그를 추억하며

얼마 전, 블로그를 올리다가 1992년 월드리그 얘기를 잠깐 한 적이 있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면 한동안 배구에서 멀어지고 있는 관심과 흥미를 다시 살아나게 해 준

개인적으로 매우 기억에 남는 경기였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스포츠 시합을 보고 눈물을 흘린 경기였으니까요..^^;
경기 시작전 부터 우리는 상대가 되지 않을 줄만 알았던..시합이..
그 당시, 한국 배구계에 엄청난 충격을 몰고왔던...
187센티미터의 왼손잡이 오. 욱. 환 이라는 라이트 공격수 때문에..
시합은 처음부터 박빙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경기에서 우리는 하 종 화 선수의 엄청난 파괴력을 보게됩니다..
하지만..이 시합에서 하종화 선수는 들러리에 불과했습니다.
그 만큼 오욱환 선수의 활약이 뛰어났으니까요..
그 다지 높지 않은 타점이지만..손목에서 공을 후려치는 임팩트 순간이..
다른 선수들이 손에 공을 닿을 시간이면..벌써 공은 상대방 코트로 꽃히고 있을 정도로 빨랐던 스윙을 가지고 있었기에..브라질의 장신 블로커들이 경기 내도록 타이밍을 잡지 못할 정도였으니까요. 
특히 반크로스를 때리는 폼에서 공의 절반을 정확히 때려 어택라인근처에 꽂히는 완전 크로스공격을 경기 내도록 보여줄 만큼 오욱환의 기술은 신기에 가까웠습니다..(이건 같이 배구하면서 놀던 친구와 이 경기 비디오를 열 댓번 보면서 찾아낸 엄청난 발견이였습니다..^^;) 
블로커 들이 보통 공격수들의 몸의 위치로 대략적인 손모양을 만들어내는데 이건 반크로스 공격폼에서 공이 맞으면 
완전 크로스로 꽂혀버리니까..브라질 선수들 나중에는 자기네들끼리 흥분해서 날뛰었던 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결국 5세트까지 물론 이 시합은 가게 되고..
오욱환 선수는 완전히 날라다녔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정말 약 한사발 먹은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한국팀의 15점중 9점을 그가 따냈으니까요..
하지만 이 날의 영웅은 정작 그가 아니였습니다..
바로..신영철 세터였습니다..
전 그때..시합을 보면서..느꼈습니다..
세터가 저렇게까지 토스가 가능하구나 라는 것을..
특히..리시브가 불안했던 공을.레프트 위치에서 토스해..
라이트 후위에 있던 오운확 선수에게..백어택을 만들어 줄때의 토스는..
완전히 입에 욕이 튀어나올만한 예술 그 자체였습니다..
네트 딱 공 2개정도 높이로 일자로 뻗어가는 토스...
그러면..오욱환 선수는 그림처럼 날아들어가면서..
그 공을 때리면 분명히 브라질 블로커들 보다 엄청 낮은 타점에서
(참고로 그 당시 오훅환의 공격타점은 3.30미터였습니다..브라질 선수들의 블로킹 높이는..거의가..3.40미터를 넘었구요..)때리면 ..그공이 다 코트에 꽂혀버렸습니다..
이건 오욱환 선수가 잘 때려서..그런게 아니라..신영철 선수가 잘 때리게끔 만들어 준 것이었다고 밖에는 볼 수가 없는것이였습니다....
오욱환 선수의 타법은 공을 앞에 두고 뒤에서 날라들어오면서 (상체가 앞으로 쏠리면서..)공을 밀어치는 스타일이였습니다..하지만 특유의 빠른 임팩트는 공을 엄청 감기게 하고 그 공은 항상 코트 후위에 꽂히는 타법을 구사했었죠..
하지만 이것은 신영철 선수의 빠른 토스가 있기 때문에..가능했었죠..
빠르게 C 퀵 처럼 쏘아주는 토스덕택에 최대한 스윙폭을 짧게 임팩트만 강하게 주어도 그의 공은 엄청난 위력으로 증가하게 되죠..아마 오욱환 선수가 높은 오픈 토스를 고집하는 세터를 만났더라면 그만한 활약을 해내지 못했을겁니다..
이것은 그가 상무에서 신영철 세터와 손을 맞출때..최고의 위력을 발휘했다는데서..
알 수 있습니다..
그날 경기를 보고 전..신영철 세터와 오욱환 선수가 나온 중계시합은 무조건 녹화해서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그러면서..계속 감탄사만 얼마나 내질렀는지 모릅니다..
갑자기..월드리그를 생각하니까....
그때..경기가 떠올라서 적어봤습니다...
또다시 애기하니까..어찌나 흥분되는지...
정말..그때..밤새워 보던 배구 비디오가 갑자기 그리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