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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V] 여자배구, 명예회복은 국제대회에서 찾아야

기사입력 2008.07.09 17:43 / 기사수정 2008.07.09 17:43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이제 2008 베이징올림픽이 한 달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이웃 나라인 중국과 일본은 이번 베이징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인기 종목의 선수들에게 연일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일본은 이번에도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에게 거는 기대가 남다릅니다. 지난 2004 아테네올림픽 때에도 올림픽 종목들 중 일본에서 가장 시청률이 높았던 종목은 여자배구였습니다. 이번에야 말로 메달 권에 진입해 전 국민이 보내주는 성원에 보답하는 것이 일본 여자배구대표팀의 야심 찬 각오입니다.

또한, 브라질과 러시아와 함께 여자배구 최강을 자랑하는 중국은 아테네 금메달 획득에 이어 올림픽 2연패를 꿈꾸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수비력과 조직력, 여기에 유럽 선수들 못지않은 빠른 공격이 중국의 특징입니다. 게다가 홈 코트에서 벌어지는 경기인만큼 중국 여자배구의 올림픽 2연패 가능성은 고무적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중국과 일본 여자배구가 올림픽이란 가장 큰 대회를 앞두고 설레고 있는 지금, 아쉽게도 올림픽에 초대받지 못한 한국여자배구팀은 다음 2012년 런던올림픽을 대비해 나가야하는 입장에 놓여있습니다.

여러모로 올림픽 티켓을 거머쥐기가 유리했었던 올림픽예선전이었지만 대표팀의 주축을 이루어야 할 주전선수 대부분이 부상과 소속구단의 이기심으로 대표팀 훈련에 참가하지 못했습니다.

나날이 발전돼 가는 국제배구의 흐름을 충실히 익혀가면서 최고의 무대인 올림픽 대회에 참가하는 중국과 일본 여자배구팀에 비해 한국 여자배구는 2008~2009 V리그를 앞두고 펼쳐지는 KOVO컵 대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국제대회 위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닌 국내리그 위주로 돌아가는 여자배구의 씁쓸한 현주소를 볼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일본여자대표팀이 일본배구협회의 든든한 지원과 팬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많은 국제대회에 참가하면서 기량이 성장하고 있는 반면, 늘 국내리그 경기에만 전념해 국제배구의 흐름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는 한국 여자배구의 현실을 생각한다면 여간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연봉계약을 마친 여자배구 선수들은 억대연봉을 받는 선수가 9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사실 부상의 여파가 심하고 선수 생명이 길지 않은 배구를 생각했을 때, 이 정도의 연봉이 지급되는 것은 선수들을 대우를 위해선 필요한 사항입니다.

그리고 배구도 프로화가 이루어진 지 5년째로 접어들고 있으니 기량이 좋은 선수들에 대한 대우는 충분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상당수의 배구 팬들은 여자선수들이 이 정도의 연봉을 받는 것에 대해서도 고운 시선을 보내고 있지 않습니다.

중국과 일본에 크게 뒤처져진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고, 이젠 태국에 쩔쩔매고 동남아 국가들에게도 쉽게 이기지 못하는 한국 여자배구의 현주소를 발견하게 됐을 땐, 그야말로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현재 여자배구 선수들의 경기력이 이처럼 저하된 부분과 김연경과 황연주(이상 흥국생명)등의 선수들이 연일 부상으로 수술대 위에 올라가는 점은 배구협회와 연맹, 그리고 구단들의 이기심들이 결합한 참극이었습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팬들의 원성을 받게 되는 이들은 선수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 배구를 하겠다는 유망주들이 얼마나 남을지도 걱정되는 부분입니다.

흥국생명으로 팀을 옮긴 한송이가 1억 5천만 원을 받는 동안, 구단들과 재계약 협상에 실패해서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은퇴의 길을 택한 선수들도 상당수 존재했습니다. 이렇게 기형적인 시스템 안에서는 어떤 우수한 선수도 본인의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기는 힘듭니다.

또한,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대표팀을 만들기엔 더더욱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남자배구대표팀은 월드리그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성적은 이탈리아, 쿠바, 러시아 등 세계의 강호들과 시합을 하면서 8전 전패를 기록하고 있지만 결과를 떠나서 남자대표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은 점은 국제배구의 흐름을 읽어가면서 시간이 흐르는 동안 점차 발전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여자배구도 앞으로 한층 성장해 나가려면 이러한 모습이 필요합니다. 좁은 국내리그에서 4개 팀을 상대로 100승을 거두는 것보다는 중국과 브라질, 러시아, 그리고 일본 같은 팀들과 접전을 펼치면서 지는 것이 훨씬 값어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 여자배구선수들을 비롯한 배구 강국의 선수들은 국내리그의 일정을 치르고도 지난 올림픽예선전에서 보호대와 테이핑을 감고 출전한 선수들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바로 국제대회의 준비를 위해 자국리그에서 선수들을 철저하게 보호한 선수관리가 나타나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여자배구선수들은 많지도 않은 5개의 팀을 가지고선 저마다 승수를 채우기 위해 선수들을 혹사하고 있습니다. 협회와 연맹이 나누어진 이상 서로 의견차가 있는 것은 당연할지 몰라도 최소한 자국에서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하는 기본적인 행정은 보여줘야 합니다.

애석하게도 한국여자배구는 이 기본적인 사항도 수행하지 못하고 일본에서도 가장 두려워한 선수인 김연경은 국내리그가 끝나고 난 다음, 단 한 번도 수술대를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관중으로부터 외면받는다면 그 종목의 형평성은 자연스럽게 떨어지게 됩니다. KOVO 컵과 V리그 같은 국내리그도 중요하지만 한국여자배구가 바닥까지 떨어진 자존심과 명예를 회복하려면 국제대회에 참가해서 좋은 기량을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 출전을 사양해온 FIVB 그랑프리 여자배구 대회는 내년부터 꼭 참가해 수준 높은 국제배구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동안 국제대회를 외면하고 좁은 국내리그 위주로 돌아갔던 여자배구는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한 참담한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런 과오를 계속 반복하게 되면 더 이상 한국여자배구의 희망은 사라지고 팬들도 점점 여자배구를 외면하게 될 것입니다.

여자배구가 명예회복을 찾으려면 국내리그가 아닌 국제대회를 통해 지더라도 점차 발전되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사진 = 한송이 (C) 한국배구연맹]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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