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06.21 23:51 / 기사수정 2007.06.21 23:51
[엑스포츠뉴스=김명석 기자] 우승권과 마찬가지로 UEFA컵 진출권 두 장 역시 최종전이 끝나고 나서야 주인공이 확정됐다. 그 주인공은 파죽의 8연승으로 5위로 올라선 비야레알과 줄곧 상위권을 유지하던 사라고사였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바르셀로나와 마찬가지로 승자승 규칙의 희생자가 되며 유럽대회 진출에 또 다시 실패하고 말았다.
중상위권에서는 승격 첫 해 돌풍을 일으키며 8위에 오른 레크레아티보가 인상적이었다. 잉글랜드의 레딩처럼 레크레아티보 역시 승격팀임에도 불구하고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을 과시했다. 프리메라리가의 중위권 클럽으로 자리를 굳힌 헤타페와 지난해 가까스로 강등을 면하고 중상위권에 진입하는 데 성공한 라싱 산탄데르 역시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5위 비야레알 - 막판에 선보인 '매직쇼'
비야레알은 한때 13위까지 떨어지는 등 시즌 중반까지 중위권에서 맴돌았다. 리켈메 혼자만의 팀이라던 비난은 결국 리켈메의 임대 이후 성적이 신통치 않자 더욱더 거세졌고, 그저 반짝했던 팀들 중 하나라는 혹평마저 이어졌다.
리켈메가 보카 후니오르스로 임대를 떠난 뒤 그의 공백을 잘 메울 것으로 기대되던 마티아스 페르난데스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결국 비야레알은 3연패의 늪에 빠지는 등 큰 어려움을 겪었고, 다른 중위권 클럽들의 선전 속에 비야레알의 리그 순위도 10위권 밖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비야레알은 시즌 막판 거짓말 같은 매직쇼를 선보이며 그러한 비난과 우려의 목소리를 잠재웠다. 비야레알은 4월 22일 바르셀로나전 승리 이후 마지막 최종전까지 8경기 모두 승리를 거뒀다. 8경기에서 비야레알은 19득점 5실점이라는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결국, 13위부터 한 계단씩 순위를 끌어 올린 비야레알은 기어코 UEFA컵 진출권 턱밑까지 추격하는 데 성공했고, 마침내 UEFA컵 진출권까지 따냈다.
후반기 돌풍의 중심에는 부상에서 회복해 돌아온 피레와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 포를란이 있었다. 비야레알의 공격은 피레의 복귀로 살아나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비야레알의 8연승의 기점은 피레의 시즌 첫 선발출장의 경기였다. 더불어 비야레알이 8연승을 기록하는 동안 포를란이 9골을 몰아넣으며 팀의 연승에 큰 힘을 보탰다.
비야레알로서는 UEFA컵 진출권을 따내면서 시즌 초반의 비난을 한순간에 잠재우는 데 성공했다. 더 이상 리켈메에게만 의존하는 팀이 아니라는 것도 입증시켰다. 그러나 시즌 초반과 중반에 확실한 성적을 거두지 못한 부분은 현재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한번쯤 더 생각해볼 문제다.
6위 사라고사 - 제대로 선보인 아르헨티나 파워
작년 대비 5계단이나 상승했다. 2003/2004시즌 2부리그에서 재승격한 이후 3년 만에 UEFA컵에 진출했다. 매번 중위권에서만 머물던 사라고사는 어느덧 중상위권 클럽으로, 그것도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을 갖춘 클럽으로 발전했다.
올 시즌 사라고사는 단 한 번도 연패한 적이 없었다. 한 경기의 패배가 다음 경기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은 사라고사가 왜 중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었는지 잘 보여준다. 다만, 반대로 작년 11월 12일 4연승 행진이 끝난 이후에는 연승기록이 없다. 충분히 더 높은 위치에 오를 수 있던 기회를 살리지 못한 셈이다.
무엇보다 올 시즌 사라고사를 아르헨티나 선수들을 빼놓고 설명하기는 불가능하다. 공격진에는 디에고 밀리토가, 미드필더진에는 아이마르와 달레산드로, 그리고 수비진에는 가브리엘 밀리토가 맹활약했다. 포지션마다 배치된 아르헨티나 선수들만으로도 사라고사를 더 이상 중위권 클럽이 아닌 중상위권 혹은 그 이상으로 평가할 수 있게 만든다.
디에고 밀리토는 올 시즌 22골을 퍼부었다. 리그 득점 2위의 기록이었다. 아이마르와 달레산드로, 가브리엘 밀리토 역시 대부분의 경기에 출장하며 사라고사의 선전에 큰 역할을 했다. 아이마르는 5골 4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공격에 큰 보탬이 되었고, 달레산드로 역시 측면 미드필더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가브리엘 밀리토 또한 라 리가 최고의 센터백다운 활약을 선보여 사라고사의 수비진을 이끌었다.
적어도 사라고사는 올 시즌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을 과시했다. 무엇보다 올 시즌 중상위권으로의 도약뿐만 아니라 그 위치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을 만한 경기력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충분히 만족할 만한 시즌을 보냈다고 볼 수 있다.
7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 유럽대회 직행 실패 … 또?
2002년 프리메라리가로 재승격한 이래 단 한 번도 6위 이내에 든 적이 없다. 라 리가를 대표하는 클럽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유럽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매 시즌 우승권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정작 우승은 물론 UEFA컵에도 들지 못했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다.
아틀레티코는 올 시즌 줄곧 5,6위권의 성적을 유지했다. 덕분에 UEFA컵 진출의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았다. 그러나 결국 잘 지켜오던 6위 자리는 37라운드 셀타 비고전 패배로 인해 비야레알에 내주고 말았다. 최종라운드에서는 승리를 거두고도 승자승 규칙에 의해 사라고사에 밀려 UEFA컵 진출에 실패했다.
단순히 비야레알이 잘했기 때문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비야레알이 8연승을 달리는 동안 아틀레티코는 3승 1무 4패의 부진을 보였다. 특히 강등팀 셀타 비고와의 홈경기에서 2-3으로 패배한 경기는 비센테 칼데론 경기장을 찾은 홈팬들에게 실망만을 안겨줬다. 아틀레티코는 가장 중요한 순간에 집중력을 보이지 못했다.
페르난도 토레스에게만 의존해온 공격도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는 법이다. 토레스는 14골을 넣으며 홀로 분전했다. 1,600만 유로의 이적료로 야심 차게 영입한 세르히오 아구에로는 6골에 그쳤고, 시즌 막판에는 선발출장의 기회마저 잃어버렸다. 좌-우측의 윙어였던 페트로프나 가예티도 인상적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그나마 뤼쌩이 중앙 미드필더로서 좋은 활약을 보여줬을 뿐이다.
2006/2007시즌을 위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4,100만 유로가 넘는 이적료를 사용했다. 그 많은 이적료를 쓰고도 남은 것은 고작 리그 7위, 인터토토컵 출전권뿐이다. 10위를 기록한 지난 시즌에 비해서는 성적이 향상되긴 했지만, 7위의 성적을 바라고 많은 이적료를 사용한 것은 아니지 않을까.
8위 레크레아티보 - 승격 첫해 8위 기염 … 최고의 '돌풍의 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는 레딩이 승격팀 돌풍을 일으켰다. 프리메라리가에서도 돌풍을 일으킨 팀이 있다. 세군다 리가에서 갓 승격한 레크레아티보가 주인공이다.
레크레아티보는 시즌 시작과 함께 승리를 거두며 5경기 3승 1무 1패를 거두며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곧바로 3연패를 당하며 승격된 팀의 한계라는 비난을 받았으나 3연패 뒤 내리 3경기를 잡아내며 그러한 비난을 잠재웠다. 특히 전반기에 발렌시아에 2-0으로 승리를 거두더니 레알 마드리드에게는 원정에서 3-0으로 승리를 거두는 대이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한때 UEFA컵 진출권을 놓고 경쟁을 벌일 만큼 중상위권의 위치에서 꾸준한 성적을 유지하던 레크레아티보는 그러나 시즌 막바지에 이르러 3연패를 포함해 5경기 1무 4패의 참담한 성적을 거뒀다. 결국, 승격 첫 해 유럽대회진출의 꿈은 다음 시즌으로 미뤄야만 했다.
역시 레크레아티보 돌풍의 주역에는 시나마-퐁골레와 우체 투톱이 자리 잡고 있다. 시나마-퐁골레와 우체는 21골을 합작해냈다. 여기에 서브 공격수인 하비 게레로도 6골로 힘을 보탰다. 후안마, 카소를라 등 미드필더들의 지원도 돋보였다.
시즌 막판의 부진이 아쉽긴 하지만 올 시즌 그 어느 누구도 레크레아티보를 쉽게 평가하지 못했다. 갓 승격한 대부분의 팀의 1차적인 목표가 1부리그 잔류임을 감안할 때 레크레아티보는 최고의 성적을 거둔 셈이다. 1부리그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레크레아티보는 올 시즌 가장 인상적인 팀으로 꼽기에 충분하다.
9위 헤타페 - 2년 연속 9위 … 중위권 안착 성공
2003년 1부리그로 승격한 첫 해 13위에 오른 이후 최근 2년 동안 9위에 이름을 올렸다. 코파 델 레이(FA컵)에서도 바르셀로나를 홈에서 4-0으로 대파하는 이변을 연출하며 결승에 올라 있다. 이제 라 리가의 중위권으로 어느 정도 안착했다는 평가다.
헤타페는 유독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였다. 시즌 초반 레알 마드리드전 승리를 포함해 5경기 4승 1패의 상승세를 타는가 싶더니 이후 7경기 연속 무승의 늪에 빠졌다. 이후 또 다시 5경기에서 4승 1패를 기록하며 슬럼프에서 탈출했지만 다시금 7경기 연속 무승을 기록했다. 상승세는 짧고 내림세는 길었던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헤타페의 올 시즌 특징은 가장 짠 축구를 한 팀이라는 점이다. 5번의 1-0 승리를 포함해 38경기에서 39점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경기당 1점이 조금 넘는 평균 득점이다. 평균득점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14승 10무 14패의 준수한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리그 최소 실점을 기록한 수비진에 있다.
올 시즌 헤타페가 허용한 실점은 33점. 바르셀로나와 함께 가장 낮은 실점수다. 그 중심에는 역시 올 시즌 최고의 영입으로 평가받고 있는 아본단시에리 골키퍼가 있다. 실점률이 가장 낮은 골키퍼에게 주어지는 사모라상의 올 시즌 주인공이기도 하다.
헤타페의 이토록 견고한 수비는 헤타페가 중위권에 안착할 수 있을 만한 가장 결정적인 공헌을 했음이 틀림없다. 그러나 반대로, 39점밖에 기록하지 못한 공격진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중위권 안착에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서는 다음 시즌 공격진들의 분발이 필수다.
10위 라싱 산탄데르 - 작년에는 바닥, 올해는 중위권, 내년에는?
지난해 라싱 산탄데르는 강등권에 1점 앞서 가까스로 잔류에 성공했다. 재작년에도 16위에 머물렀다. 최근 3년 동안 힘겨운 강등권 싸움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올 시즌 역시도 라싱 산탄데르의 순위는 최하위권 정도로 평가됐다.
시즌 초반 5경기에서 거둔 성적은 2무 3패. 역시 올해는 힘들구나 싶었다. 그러나 오사수나와 발렌시아를 제압하며 승수를 쌓기 시작했다. 뚜렷한 연승행진은 선보이지 못했지만 잡아야 할 경기는 반드시 잡아줬다. 리그 내에서 가장 많은 10번의 원정경기 무승부는 원정경기에서도 승점을 착실히 쌓아갔다는 얘기다.
그러나 시즌 막판 보여준 실망스러운 경기력은 라싱 산탄데르를 중위권 클럽으로 쉽게 인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8경기에서 3무 5패를 기록했다. 특히 UEFA컵 경쟁이 치열하던 순간에 경쟁 클럽들에게 승리를 거두지 못한 점은 라싱 산탄데르의 뒷심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
한편, 지기치와 무니티스, 두 빅&스몰 투톱 역시 라싱 산탄데르의 공격을 제대로 이끌었다. 지기치는 11골 도움 5개, 무니티스는 4골 도움 10개를 기록했다. 두 선수가 만들어낸 공격포인트만 30개다. 여기에 골 넣는 수비수 가라이가 10골(6PK)로 부족한 득점력을 채워줬다.
라싱 산탄데르는 결국 10위에 올랐다. 한때 UEFA컵 진출권을 놓고 경쟁을 펼칠 정도였으니, 이만하면 매년 강등권에 머물던 라싱 산탄데르에는 장족의 발전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시즌 막판에 보인 뒷심부족 등 여전히 부족한 점을 채우지 못한다면, 상위권으로의 도약이 어려움은 물론 다시 강등권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진=villarrealcf.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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