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6.26 08:54 / 기사수정 2008.06.26 08:54
[엑스포츠뉴스= 박형규 기자] '1+1행사, 1루씩 더 진루합니다.'
두산 베어스가 동네 마트에서 요즘 유행하고 있는 '1+1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빠른 발을 주무기로 1루타는 2루타로, 2루타는 3루타로 둔갑시키며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로 한 베이스씩을 더 나아가고 있다. 마치 마트에서 우유 하나를 샀을 때 작은 우유 하나를 더 끼워서 주는 것을 연상시킨다.
국내에서 가장 넓은 잠실구장에서의 '빠른 발'은 정말 대단한 무기다. 광활한 외야 쪽으로 타구가 날아갔을 때 상대적으로 다른 구장에 비해 베이스러닝을 하는데 많은 시간을 벌 수 있다. 2007년 '스피두(Speed Doo)' 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센세이션을 일으킨 '두산표' 발야구는 두산이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거머쥐는데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도루 2,3,4위를 차지한 이종욱, 고영민, 민병헌은 각각 47개, 36개, 30개를 성공시키며 도합 113개의 도루를 기록하여 두산의 발야구를 이끌었다.
올 시즌도 역시 두산의 발야구는 계속 되고 있다. 두산은 현재 103개의 도루로 팀 도루 1위를 질주하고 있다. 두산보다 더 많은 경기를 치른 KIA, SK보다 더 많은 도루를 기록하고 있는 것을 보면 두산표 발야구의 진면모를 알 수 있다. 홈런보다 오히려 힘들다는 3루타 역시 28개로 1위를 달리며 빠른 발의 덕을 봤다. 6월 25일 우리 히어로즈와의 '2008 삼성 PAVV 프로야구' 잠실 홈경기에서 전광판에 찍힌 선수의 면면을 살펴보면 김동주, 홍성흔, 채상병을 제외한 6명의 선수는 언제든 뛸 수 있는 '번개발'을 가진 대도로
구성 되었다.
27일 경기는 두산의 '1+1 행사'의 향연을 제대로 보여준 한판이었다. 3회 말 공격에서 김현수는 2구째 높은 공을 받아쳐 우중간 깊숙이 공을 날렸다. 보통 선수라면 2루타로 그쳤을 타구였지만, 김현수는 주저함이 없이 3루로 내달려 베이스에 안착했다. 6회는 그야말로 '발야구 쇼'를 보여줬다. 선두타자 김재호는 김수경에 뒤이어 나온 김영민의 초구를 통타하여 좌중간을 꿰뚫는 타구를 날렸다. 빠른 발을 믿은 김재호는 2루에서 멈추지 않고 3루로 내달려서 3루타를 기록했다. 통상, 상대적으로 3루와 가까운 거리인 좌중간의 타구는 3루타로 만들기가 쉽지가 않으나, 김재호의 빠른 발과 상황판단이 돋보인 순간이었다.
1사 3루상황에서 고영민은 오른쪽으로 타구를 보냈다. 공을 잡은 송지만이 송구한 공을 2루수가 빠뜨리며 더듬거리자, 고영민은 곧바로 3루로 득달같이 달려갔다. 후속 타자인 김현수 또한 빠른 발을 과시했다. 중견수 왼쪽으로 타구를 날린 김현수는 중계플레이가 적절히 진행되지 않은 틈을 타서 2루로 내달리며 단타를 2루타로 둔갑시켰다.
1회에는 고영민의 도루, 8회에는 김재호와 민병헌의 연속도루를 성공시키며 우리 히어로즈의 수비진과 배터리를 농락시켰다. 우리의 이광환 감독이 스프링캠프를 다시 차리겠다고 선언한 뒤 평소보다 먼저 나와 중계플레이와 전술훈련을 수행한 우리의 입장에서는 그간 고생이 수포로 돌아가며 허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하루였다.
페넌트레이스의 반환점을 살짝 통과한 시점에서 25일까지 팀 도루 103개를 성공시킨 두산은 1995년 롯데가 성공시킨 220도루 이후, 13년여 만에 200도루를 기록을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달리고 있다. 수치상으로는 역대 2위에 해당하는 1994년 롯데가 기록한 175도루는 무난히 넘길 수 있을 전망이다.
팬들은 밤하늘을 수놓으며 날아가는 홈런에 열광을 한다. 하지만, 강속구만큼 빠른 선수들의 스피드에도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낸다. 주자로 나가면 한 베이스를 훔치고 평범한 단타는 2루타로, 2루타는 3루타로 변화시키는 힘은 두산만이 가진 특화된 능력이다. 두산만의 '1+1행사'에 팬들은 '두산홀릭'에 빠지며 야구장으로 모여들고 있다. 끊임없이 '1+1행사'를 원하는 관중들을 위해 두산은 오늘도, 내일도 끊임없이 달린다.
[사진= (C) 이종욱, 고영민, 민병헌 (두산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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