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5.31 22:43 / 기사수정 2008.05.31 22:43
축구 종가인 잉글랜드에서 한국 축구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신형 엔진' 박지성에게 '중동의 복병' 요르단은 적수가 되지 못했다.
박지성이 3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2010 남아공 월드컵 3차예선 3차전(2-2 무승부)에서 펄펄 날았다. 그는 허정무 감독의 선택이 옳았음을 완벽하게 입증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윙포워드로 뛰고 있는 박지성은 이날 왼쪽 공격수로 선발 출장해 이청용(FC 서울)과 함께 측면 공격을 지휘하라는 특명을 받았다.
최근 부산아이파크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고 있는 안정환을 적극 활용하기 위한 허정무 감독의 판단이었다. 한국 선수들은 경기 초반 발 빠른 이청용의 측면 움직임과 크로스를 통해 골을 노렸지만 뜻대로 요르단의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요르단은 하템 아켈과 아메르 디브를 중심으로 겹수비를 펼첬고 비교적 잘 짜인 수비 조직력을 바탕으로 오프 사이드 함정을 자주 만들어 한국의 빠른 공격을 무력화 시켰다. 힘 좋기로 유명한 중동 선수들을 맞아 한국은 어렵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이에 한국은 수비형 미드필더 김남일, 조원희의 2선 움직임을 통해 요르단의 포백을 공략했지만 상대 수비수들의 압박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빛난 것은 프리미어리거 박지성의 수준높은 측면 돌파와 중앙 침투였다. 경기 시작 38분 만에 한국은 어렵사리 요르단의 골문을 열었다. 오른쪽 코너킥 상황에서 박주영이 올린 크로스가 이정수의 머리를 거쳐 문전으로 향했고, 이청용이 헤딩으로 골 에어리어 오른쪽으로 패스한 것을 박지성이 오른발로 가볍게 차 넣었다.
이후 박지성을 막지 못한 요르단은 수세에 몰렸다. 마음이 다급한 요르단의 수비수들은 박지성의 유니폼을 붙잡기에 바빴다. 박지성은 후반전에도 요르단의 수비진을 저돌적인 돌파로 농락했다. 왼쪽 측면 돌파를 통해 박주영과 안정환에게 위협적인 패스를 했고 수 차례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 찬스를 엮어냈다.
아쉽게도 여러 프리킥 찬스가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했지만 왼쪽과 중앙을 넘나드는 박지성의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사실 박지성은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요르단전을 앞두고 여러 행사에 참가했고 영국에서 귀국한 이후 시차적응에도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박지성은 이날 풀타임을 소화하는 강철 체력을 자랑했다. 공격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면서 자신을 믿고 기용한 허정무 감독에게 귀중한 골을 선물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운 5만3,411명의 축구팬들은 박지성이 전광판 화면에 나타날 때마다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장영우(seletics@footballc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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