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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투수 도우미, '2익수' 고영민

기사입력 2008.05.22 09:14 / 기사수정 2008.05.22 09:14

박형규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형규 기자] '세계최초 2익수의 화려한 수비'

두산 베어스의 3번 타자 고영민이 타석에 들어설 때면 응원단에서 익숙한 노래가 들려온다. 바로 만화 '가제트'의 주제가. '고제트'라는 애칭을 가진 고영민을 위한 응원가이다. 팔과 다리가 늘어나고, 위기의 상황에 직면했을 때 여러 도구를 사용하며 그 위기를 모면하는 가제트에게서 야구선수 고영민을 어떻게 오버랩시킬 수 있는 것일까?

지난해 '2익수', '우루수'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고영민. 기존의 내(內)야와 외(外)야라는 수비의 패러다임을 단숨에 갈아엎은 고영민은 수비시에 기존의 2루수와 우익수의 중간에 위치하여 안타로 기록되어야 할 타구를 아웃카운트로 둔갑시키며 상대타자의 사기를 단숨에 바닥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이대호, 김태균, 브룸바, 김재현 등과 같이 파워 있고 발이 느린 타자가 등장할 때면 항상 수비시프트를 하여 안타성 타구를 모조리 잡아내며 투수들의 '도우미'로 발돋움 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7개 구단의 2루수도 고영민처럼 수비시프트를 통해 재미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정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보기엔 쉬워 보이지만 그 속엔 고영민 만의 탁월한 능력과 숨은 노력이 숨겨져 있다. 

고영민은 지난해 도루 3위(36개)라는 기록이 보여주듯 다른 2루수보다는 몇 배는 빠른 풋워크를 가지고 있다. 타구의 소리와 동시에 그의 발은 번개처럼 움직이다. 그리고 강한 어깨를 보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어깨가 아닌 팔만으로 이루어지는 간결한 송구동작이 이러한 기상천외한 수비시프트를 가능케 한다. 또한, 상대타자의 타구 분포도와 투수와 포수의 사인을 파악한 후의 타구의 방향을 미리 예측하고 자리를 잡는 능력 또한 탁월하다.

고영민만이 지닐 수 있는 이러한 능력이 21일 한화와의 경기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2008 삼성 PAVV 프로야구' 한화와의 잠실 경기에서 고영민의 보이지 않는 3번의 호수비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김현수의 결승 스리런 홈런, 랜들의 5.1이닝 2실점의 호투, 임태훈의 3.2이닝의 깔끔한 마무리가 20일의 대역전패를 만회하는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고영민의 '보이지 않는 아름다운 수비' 또한 승리에 기여했다.

4-2로 살얼음판 같은 리드를 지키고 있던 6회초. 1회 2점을 내주며 흔들렸지만 이후 안정세를 찾으며 호투하던 랜들이 이범호와 김태완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고, 한상훈의 희생번트로 1사 1,2루의 위기를 맞게 되자 김경문 감독은 즉각 임태훈을 마운드로 올렸다. 묵직한 직구를 앞세워 8번 타자 신경현을 중견수 얕은 플라이로 잡아내며 3루 주자를 묶어놓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2사 2,3루에 9번 타자 김민재의 등장. 김민재는 2구째의 임태훈의 직구를 통타하여 중견수 쪽으로 꿰뚫는 듯한 잘 맞은 땅볼을 날렸다. 하지만, 그곳에는 이미 고영민이 있었다. 멋지게 타구를 잡아내며 더 이상의 한화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7회초에는 그야말로 고영민의 독무대였다. 6-2로 리드를 하고 있었지만, 전날 2-0에서 9회초에 대거 5득점을 허용하며 대역전패를 당한 쓰라린 아픔이 있는 두산이고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보유하고 있는 한화이기에 4점의 리드는 큰 점수 차가 아니었다. 

1번 타자부터 시작되는 7회초가 이날 승부의 분수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선두타자 이영우가 3구째 친 타구는 누가 봐도 안타성 타구. 그러나 고영민이 득달같이 달려들며 거의 우익수 앞쪽에서 공을 커트해내며 1루로 송구하여 아웃시켰다. 2 아웃 상황에서 3번 타자 덕 클락의 타구 또한 안타성 코스였지만  고영민의 절묘한 수비시프트와 환상적인 다이빙캐치에 걸리며 이닝이 마무리되었다. 이에 두산의 관중은 환호성을 지르며 덕아웃으로 귀환하는 고영민을 맞이했다.

고영민이 타석에 등장할 때에 전광판에 '세계 최초의 2익수'라는 문구가 나온다. 그의 호수비가 기록상으로는 드러나지 않으나 그에게 도움을 받는 투수들과 이를 지켜보는 수많은 팬은 항상 기억하고 있다. 투수들을 돕는 '보이지 않는 천사', 그리고 정수근과 최경환의 대를 잇는 '허슬두'의 새로운 아이콘이라는 것을.

[사진=고영민 (두산 베어스 제공)]



박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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