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2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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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존중'이 필요한 K-리그

기사입력 2008.05.16 11:47 / 기사수정 2008.05.16 11:47

이현석 기자

[엑스포츠뉴스=이현석 기자] 요즘 사회 전반에서 '존중'이란 단어를 찾아보기 힘들어 졌습니다. 교사와 학생 사이에 존중 부족, 노인에 대한 존중 부족, 생명에 대한 존중부족 등 사회 전반에서 존중이란 단어가 사라져 버린 듯 보입니다.

K-리그에서도 '존중'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모두 속칭 '몸으로 먹고사는 직업'임을 아는 선수들이 서로 향해 선수 생명을 위협하는 거친 태클을 남발하고, 팔꿈치 등을 사용하여 부상을 입히기도 합니다. 또한, 애매한 판정이 내려질 땐 선수들이 심판을 향해 욕을 포함한 거친 항의를 하기도 합니다.

조금 지난 일이지만, 경남과 서울의 2008K-리그에서는 선수들의 판정에 대한 항의로 인해 무려 35분이라는 시간이 지연되기도 했습니다.

그 책임의 당사자인 조광래 감독은 "심판의 판정에 대한 소신부족이 아쉽다"고 했습니다.

얼마 전 체육대회에서 제가 피구 심판을 본 적이 있습니다. 경기 초반엔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양 팀이 각각 1세트씩 따내고, 경기가 과열되자 양 팀에서 심판에 대한 항의가 심해졌습니다. 저는 '초짜 심판'이지만, 나름 소신 있게 운영하였다고 생각한 터라 저의 판정에 대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심판 판정에 대한 항의가 잦아지자 집중력이 떨어지고, 소신 있는 판정이 어려워졌습니다.

이렇듯, 선수, 팬, 코칭스태프의 판정에 대한 항의가 잦아질수록 심판의 소신 있는 판정이 어려워지게 됩니다.

물론,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무수한 실전 경험이 있는 '공인 심판'과 저의 사례를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감정이 있는' 인간이 심판을 보는 이상 판정에 대한 항의를 하는 행위는 심판의 판정에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팬들은 가끔 프리미어리그(이하 EPL)의 '수준 높은 판정'과 우리 K-리그의 '어처구니없는 판정'을 비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미리 생각해 볼 문제가 있습니다.

1. EPL 선수들은 심판의 판정에 대해 크게 항의하지 않습니다.

때때로 우리가 자주 접하는 EPL의 경기를 보다 보면 K-리그에 익숙한 우리의 시각으론 이해가 되지 않는 모습들을 볼 수 있습니다. 가끔 심판이 오심을 내렸을 때, 우리가 익숙한 상황은 선수들이 심판을 둘러싸고 항의를 하는 것인데, EPL의 선수들은 심판의 판정을 경기의 일부로 인정하면서 우리가 목격하게 되는 '추태'를 보이지 않습니다.

2. EPL 전체에 심판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퍼져 있습니다.

지난 2007년 우리에게 익숙한 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라커룸에는 'Respect the Referee'라는 포스터가 붙여져 있었다고 합니다. 심판을 존중하자는 캠페인이었습니다. 심판에 대한 존중은 팬들이 말하는 '질 높은 축구'의 원천입니다. 반면, 지금처럼 심판을 불신하는 풍조는 팬들이 그토록 타파하고자 하는 '수준 낮은 축구'입니다.

지난 2007 K-리그 플레이오프에선 연맹이 플레이오프의 흥행을 위해 해외에서 심판진을 섭외했습니다. 그 결과, 플레이오프는 정규시즌과 다르게 매끄러운 경기진행의 모습을 보여주며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매끄러운 경기진행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요?

수준 높은 심판의 섭외? 물론 심판의 수준도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겠지요. 하지만, 많은 사람이 ‘해외 심판과 국내 심판의 판정 수준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라고 했습니다.

제 생각엔 매끄러운 경기진행의 8할 이상은 선수들의 심판 판정에 대한 항의의 감소라고 생각합니다. 해외에서 온 심판과 우리 선수들이 말이 통하지 않자 심판의 판정에 대한 항의가 부쩍 줄어들었습니다. 그래서 매끄러운 경기진행이 나올 수 있었죠.

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K-리그도 심판에 대한 존중 의식을 가지고, '오심도 경기의 일부다.'라는 생각으로 항의를 줄인다면 팬들이 원하는 EPL 수준의 경기 진행을 가질 수 있습니다.

물론, '이건 누가 봐도 아니다.'같이 어처구니없는 판정까지 존중하자는 말은 아닙니다. 단지 심판을 존중해야 할 대상으로, 오심을 경기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자는 것입니다.

좋은 대통령은 국민이 만들듯이, 좋은 심판은 K-리그를 사랑하는 우리 팬들과 선수들이 '심판에 대한 존중을 통해' 만드는 것이 아닐까요?



이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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