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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김연아, 아라카와 시즈카와 함께 무대에 서다

기사입력 2008.05.14 10:27 / 기사수정 2008.05.14 10:27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오는 17일,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벌어질 ‘페스타 온 아이스’에는 ‘피겨 여왕’ 김연아를 비롯해 세계 유수의 피겨선수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 김연아 외에 가장 눈길이 가는 선수는 바로 남녀 싱글에 참가하는 선수들 가운데 유일한 프로선수인 일본의 아라카와 시즈카입니다.

그녀에게 많은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바로 지난 올림픽대회인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여자싱글 부분의 금메달리스트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광범위한 피겨 부흥정책으로 성장한 많은 선수 가운데 최고의 성과를 올린 선수로 평가받는 아라카와 시즈카는 올림픽 챔피언에 등극한 뒤, 지금은 프로로 전향했으며 피겨 해설자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라카와가 현역 시절에 장점으로 꼽혔던 것은 다른 선수들과 차별되는 우아한 이너바우어(연기시 허리를 뒤로 접히고 빙판을 활주하는 기술)였습니다. 피겨 선수로서 비교적 장신인 166cm의 좋은 신체조건을 활용해 연출한 이너바우어는 어느새 그녀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으며 여기에 스핀과 스파이럴도 한층 유연하고 빼어났습니다.

이렇게 장신의 선수로서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십분 살린 아라카와는 점프의 조합을 완성해 세계정상권의 선수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습니다. 트리플-트리플 점프는 그녀의 연기 중 단골메뉴였으며 이 트리플 조합에 더블 점프까지 가미시켜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룹 - 더블 룹 등을 구사해 피겨에서 차지하는 전체적인 기술과 연기의 조합을 균형 있게 구사한 대표적인 선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라카와가 2004세계 선수권과 2006올림픽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무리하게 모험을 강행하지 않고 안정성 있는 연기를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2006올림픽 출전 당시에 아라카와 시즈카는 일본 자국 내에서 당시 일본 최고의 선수로 부각되고 있었던 안도 미키와 수구리 후미에 등에 밀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본 피겨계가 최고의 천재가 탄생했다고 하며 흥분한 선수인 아사다 마오를 아라카와 대신에 출전시키려고 한다는 소문도 빈번했습니다.

그러나 올림픽에 참가할 선수로 나이가 몇 개월 부족했던 아사다 마오를 대신해서 결국 아라카와 시즈카가 토리노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예상을 뒤집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는 안도 미키도 수구리 후미에도 아닌 아라카와 시즈카가 되었습니다.

아라카와가 금메달을 딴 것이 운이 좋았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쟁쟁한 우승 후보들이 줄줄이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입니다. 금메달 후보로 가장 많은 기대와 관심을 모은 최고 인기스타였던 미국의 샤샤 코헨은 점프 실패로 엉덩방아를 찧은 후, 집중력을 상실하였고 일본의 기대주였던 안도 미키는 여자선수로서 처음으로 성공해낸 쿼드(4회전)살코 점프가 물거품이 되며 순위권에서 급격하게 추락했습니다.

그리고 수구리 후미에마저 실수를 연발하며 일본 팬들의 기대에 찬물을 부었지만 아라카와는 트리플 점프 콤비네이션의 일부를 더블 점프 콤비네이션으로 하향조정하며 모험보다 안정성에 비중을 두었습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이러한 작전은 성공해 하향조정한 연기에서 실수를 저지르지 않은 아라카와가 결국 쟁쟁한 선수들을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피겨스케이팅에 있어서 자신이 연마한 모든 기술과 연기에 완벽하게 성공해내는 경우는 정말로 어렵습니다. 오직 2분에서 4분 동안 벌어질 단 한 번의 연기를 위해 빙판 위에서 많은 땀을 흘리지만 아무리 연습 때에 점프의 성공률이 높다고 해도 실전에서 그것이 성공할 가능성은 쉽게 예측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트리플 악셀같은 고난도의 점프를 정착하는 것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점프의 성공률을 더욱 높이고 기술들의 완성과 전체적인 연기의 구성에 더욱 땀을 흘리는 것이 훨씬 합리적인 방법입니다.

아라카와 시즈카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고는 하지만 오히려 타고난 재능을 놓고 본다면 절대 천재라고 부리기엔 적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대기만성의 노력파’로 보는 것이 훨씬 그녀에게 어울리는 명칭입니다.

피겨에 있어서 무리한 도전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아라카와 시즈카를 비롯한 역대 올림픽금메달 리스트들을 살펴보면 새로운 기술의 정착에 앞서 자신이 지니고 있는 기술들과 장점들을 근성 있게 발전시켜서 실전 당일에 최상으로 표현하는지가 중요하게 나타납니다.

그리고 노력형인 아라카와에 비해 김연아와 세계랭킹 1위인 라이벌 아사다 마오는 확실하게 타고난 재능이 더욱 돋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오히려 점프의 정석과 어릴 때부터 익혀온 피겨의 기본적인 기술들을 면밀히 놓고 보면 아사다 마오보다 김연아에게 손이 올라가게 됩니다.

현재 미국 피겨스케이팅 계는 그들의 기대주인 키미 마이스너가 예전에 발휘한 최상의 기량을 다시 회복해 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만큼 피겨스케이팅란 종목은 지금의 상태에서 자신을 발전시키는 것도 힘들지만 지금까지 완성한 자신의 기량을 유지해 나가는 것도 그 이상으로 어렵습니다.

피겨 시즌이 시작되면 각종 국제대회와 일본에서 열리는 자국대회에서 해설을 하고 있는 아라카와는 김연아를 높게 평가하고 있는 전문가 중 한 명입니다. 비단 김연아의 연기력과 표현력에만 높이 점수를 주는 게 아니라 김연아가 지니고 있는 점프의 정확성과 높이, 그리고 스파이럴과 이너바우어의 부드러움과 다양한 포지션에서 이루어지는 스핀 등을 세세히 평가해 가며 세계 최정상권의 피겨선수임을 여러 차례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점프의 특정한 기술로 모험을 거는 것이 아닌 전체적인 구성력과 점프기술들의 조합으로 승부를 건 것은 바로 아라카와와 김연아의 공통점이기도 합니다. 아라카와 시즈카의 프로 전향으로 인해 나란히 한 무대에 서는 것이 힘들 거라 생각했던 두 선수가 함께 서는 부분은 이번 아이스쇼를 관전하는 최고의 볼거리이기도 합니다.

[사진=김연아 (C) 엑스포츠뉴스 이준열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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