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9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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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이여성, 인내는 쓰나 그 열매는 달다

기사입력 2008.05.13 11:53 / 기사수정 2008.05.13 11:53

김경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오랜만에 프로 축구 경기가 열린 부산 구덕운동장, 부산의 상대는 대전이었습니다. 부산은 예전 구덕 시절 입었던 옛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치르는 행사를 펼쳤습니다. 향수에 젖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죠. 향수는 향수로 미뤄두고 양 팀은 승리를 위해 뛰어야 합니다. 대전은 김호 감독의 200승을 눈앞에 두고 번번이 고배를 들고 있는지라 맘이 급하고, 부산은 하위권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크죠. 물론, 하위권 탈출은 대전에도 소원 같은 일이지만 말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양 팀이 가장 앞에 세운 공격수가 각각 서로 팀에서 이적해 온 선수라는 점이었습니다. 대전은 박성호, 부산은 정성훈을 내세워 서로의 골문을 노렸죠. 그렇게 두 장신 공격수를 내세운 양 팀의 시소게임은 전반 25분 엉뚱한 한 선수의 머리에서 그 균형이 무너져 버렸습니다. 

양 팀 선수가 얽혀 복잡하기만 했던 부산의 문전에서 자신의 헤딩 슈팅이 골 포스트를 맞고 튀어나오자 재차 헤딩을 시도, 결국 부산의 골망을 가르고 함박웃음을 지은 채 대전 선수들과 뒤엉켜 달려나왔습니다. 그 헤딩 골의 주인공은 대전의 4번, 이여성. 이 선수의 전 소속팀은 부산입니다.

이여성이라는 이름을 아실지 모르겠습니다. 

낯익은 이름이 아니라 고개를 갸우뚱하게 할 수도 있지만, 이여성은 이제 프로 7년차, 농익을 대로 농익은 중견 선수입니다. 2002년 수원에 입단한 3경기에 출전하는데 그쳤습니다. 제자리를 찾을 수 없었던 그는 군 입대를 결정했고, 이듬해 그가 입은 유니폼은 경찰청의 것이었습니다. 2년간의 군 생활 후 다시 돌아간 수원은 그를 받아주지 않았고, 그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축구화뿐, 유니폼은 없었습니다.

프로 입단과 군 생활까지 3년, 빛을 본 것도 아니었고, 편한 선수 생활도 아니었습니다. 그 와중에 더 이상 갈 곳마저 없었죠. 그러나 그는 축구화를 벗지 않았습니다. 통영으로 내려가 개인 훈련에 전념하며 기회를 기다렸죠. 마침내, 2006년, 그의 손에는 부산의 유니폼이 들려져 있었습니다.


부산에 입단해 두 시즌을 치른 그는 시즌 종료와 함께 김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대전으로 이적했습니다. 본인이 원해서라기보다는 팀에서 시도한 3대2 트레이드라 적잖이 놀란 듯했습니다. 부산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하고 있었던 터라 더욱 그랬죠. 그러나 대전엔 그의 스승인 김호 감독이 있었고, 그도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시즌을 맞게 됩니다. 

이여성은 골을 많이 넣는다거나 해서 눈에 띄는 선수는 분명 아닙니다. 그러나 뛰고 있는 동안은 항상 끊임없이 달리고, 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나가려고 하죠. 최근, 대전 팬들이 손에 꼽는 가장 성실한 선수 중 한 명이 이 이여성일겁니다. 그런 성실한 플레이의 보답은 결국 골로 돌아왔습니다. 프로 7년 동안 넣은 두 번째 골, 더구나 이 골은 자신의 친정팀인 부산에서, 자신의 스승인 김호 감독의 200승에 기반이 되는 골이었기에 더욱 의미가 큽니다. 대전은 이여성과 이성운의 골로 오랜만에 승리를 거뒀고, 김호 감독은 대한민국 프로 축구 통산 첫 200승을 거두는 감독이 되었습니다. 



이여성으로서는 먼길을 돌아왔습니다. 2002년 수원의 김호 아래서 시작했던 날갯짓이 2008년 대전의 김호 아래서 날아오를 수 있게 되었죠.


이제 시작입니다. 아직 멀었을지도 모르고요. 그래도 그의 플레이를 보고 있으면 참고 인내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그의 오랜 인내가 조금 더 빛을 볼 수 있도록, 조금 더 도약하기를, 조금 더 날아오르기를 빌어봅니다.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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