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5.12 00:57 / 기사수정 2008.05.12 00:57
위건전에 선발 출장한 박지성은 10경기 출장이라는 조건을 충족시키며 맨유에서 두 번째로 우승 메달을 받았다. 지난 시즌 부상으로 귀국하며 우승의 기쁨을 함께 나누지 못한 박지성은 이날 JJB 스타디움에서 맨유 동료와 함께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당당한 위건, 긴장한 맨유
객관적인 전력상 맨유의 우위가 점쳐졌던 경기였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분위기는 예상 밖으로 위건의 우세였다. 위건은 강등 위험을 떨쳐내고 여유있게 맨유와의 경기를 맞이했지만, 바로 그 여유 때문인지 홈팬들의 응원 덕분인지 초반부터 맨유를 강하게 압박했다. 헤스키와 마커스 벤트가 간간이 골문을 위협하는 가운데 발렌시아의 측면 지원도 눈에 띄었다.
맨유 선수들은 긴장감 때문인지 경기 초반 활발한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위건의 포백 수비수들은 좀처럼 오버래핑을 하지 않았고, 이렇게 되자 호날두조차도 수비진을 뚫고 전진하기 쉽지 않은 모습이었다. 공격이 답답하게 잘 풀리지 않자 스콜스가 수비 상황에서 한 박자 늦은 태클로 경고를 받는 등 맨유는 전반 초반 내내 좋지 않은 모습이었다.
페널티킥에 울고 웃고
맨유는 전반 31분, 천금 같은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 박지성과 루니가 좋은 찬스를 잡고 있는 상황에서 위건의 수비수 보이스가 루니에게 백태클을 가했기 때문이다. 스티브 베넷 주심은 위건 선수들의 저항을 물리치고 지체없이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페널티킥을 찬 것은 이번 시즌 맨유의 전담 페널티 키커이자 리그 득점 1위인 호날두였다. 호날두는 커크랜드 골키퍼를 상대로 침착하게 오른쪽 측면 방향으로 낮게 슛을 했고, 커크랜드 골키퍼는 방향을 잡지 못하면서 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호날두는 맨유를 우승으로 이끄는 중요한 골을 성공시킨 동시에, 신의 골기록을 31골로 늘리며 득점 1위를 고수하는 순간이었다.
위건으로서는 베넷 주심의 판정이 다소 억울할 수도 있는 장면이기도 했다. 불과 10분 전, 위건의 공격 상황에서 퍼디난드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팔을 뻗으며 어깨로 공을 걷어냈기 때문이다. 위건 선수들은 핸들링 반칙이 아니냐며 항의를 했으나 주심은 문제가 없다고 선언했다.
이미 옐로카드를 받은 스콜스가 수비 상황에서 고의적으로 진로를 방해한 상황 역시 논란거리가 되었다. 베넷 주심은 스콜스를 불러세웠으나 구두로만 주의를 주었을 뿐 카드를 꺼내지 않았다. 위건 팬들은 스콜스에게 야유를 퍼부으며 거친 반칙을 한 스콜스와 카드를 주지 않은 베넷 주심을 비난했다.
맨유의 안정적인 우승 드라이브
한 골을 넣은 맨유는 한결 여유있고 수월하게 경기 분위기를 가져갔다. 비가 오면서 미끄러워진 그라운드 사정이 변수이긴 했지만, 그것이 맨유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지는 않았다. 맨유는 호날두의 프리킥과 코너킥 상황에서의 헤딩, 루니와 테베즈의 절묘한 슈팅으로 좋은 기회를 만들었지만 이 모든 슈팅이 커크랜드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며 골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박지성 역시 전담 코너키커로도 활약하며 테베즈와 호날두의 슈팅을 도왔다.
위건은 전반 초반의 기세를 전혀 보여주지 못하며 수세적인 플레이로 일관했다. 오히려 수비수들이 스콜스에게 위험한 태클을 하고 루니의 슈팅을 손으로 건드리는 등 페널티킥을 내줄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을 자초하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수비 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리자 스피드가 좋지 않은 헤스키와 벤트가 고립되는 모습을 보였다.
퍼거슨 감독은 후반 21분, 경고를 받으며 불안한 모습을 보인 스콜스를 하그리브스와 교체하며 중원에 안정을 꾀했다. 후반 22분에는 박지성을 긱스와 교체시키며 공격에 약간의 변화를 꾀했다. 긱스로서는 바비 찰튼의 역대 맨유 선수 최다출전기록인 758경기 출전과 타이를 이루는 순간이기도 했다. 한편, 브루스 감독은 벤트를 빼고 시비에르스키를 투입하며 공격진에 변화를 꾀했다.
대단한 긱스
순위 경쟁으로부터 자유로운 위건이었지만 홈팬들 앞에서 시즌 마지막 경기를 벌이는 위건은 포기하지 않고 공격을 시도했다. 반면 맨유는 첼시가 셰브첸코가 골을 넣으며 승점이 동률이 되자 수비에 부담을 느끼는듯 수비에 치중하는 모습이었다. 한 번의 실수가 리그 우승컵의 향배를 결정하는 상황이었기에 맨유 선수들은 볼처리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했다.
맨유 선수들의 긴장감을 해소한 것은 대단한 기록을 세운 라이언 긱스였다. 후반 35분, 왼쪽 측면으로 빠진 루니가 전방의 긱스에게 좋은 패스를 전달했고, 위건 수비의 방심을 틈탄 긱스가 아무런 제지없이 공을 잡아 왼발로 지체없이 슛을 했다. 무방비 상태의 커크랜드 골키퍼는 손도 쓰지 못하며 긱스에게 골을 허용했다. 긱스는 팀 내 최대출장 동률기록을 세운 경기에서 맨유의 리그 우승을 견인하는 중요한 골을 기록하면서 '레전드'로서의 위상을 재확인한 셈이었다.
긱스의 골이 들어가자 위건 역시 무리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93분간의 경기가 끝나자 퍼거슨 감독을 비롯한 맨유 선수와 스탭 모두 경기장으로 나오며 프리미어리그 2연패를 자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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