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채정연 기자] 라이벌 팀으로의 이적, 그리고 친정팀과의 첫 만남에서 비수를 꽂는 동점골 작렬. 이상호는 K리그 최고 빅 매치인 '슈퍼매치'의 새로운 아이콘이 됐다.
5일 FC서울과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80번째 슈퍼매치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이날은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개막전이었을 뿐 아니라, 라이벌인 서울과 수원의 격돌로 이목을 끌었다. 경기를 치를 때마다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드는 슈퍼매치지만, 이날 경기는 더욱 특별했다. 수원에서 서울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이상호 때문이었다.
지난해 12월 28일 서울은 이상호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서울과 수원 팬 모두를 놀라게 한 '깜짝 영입'이었다. 수원 소속이었던 이상호는 라이벌인 서울에 대해 개인 SNS를 통해 여러차례 적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서울 유니폼을 입은 이상호는 양 팀 팬들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했다. 서울 팬들에게는 여전히 껄끄러운 선수였고, 수원 팬들에게는 '배신자'였다. 서울 이적이 확정된 후 이상호는 "이제 서울 소속 선수인만큼, 서울의 승리만을 위해 뛴다는 생각으로 임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친정팀을 개막전 상대로 만나게 된 이상호에게 활약은 필수였다. 수원을 상대로 두각을 보이는 것이 자신의 가치 증명은 물론, 서울 팬들의 마음을 녹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황선홍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이상호가 의욕이 넘친다. '가라앉히고 이성적으로 하자'고 말했다"고 밝혔다. 부담감에 다소 무거운 움직임을 보였던 전반과는 달리, 이상호는 결국 후반 서울을 패배에서 구해내는 동점골을 기록했다. 그런 이상호에게 서울 팬들은 환호를, 수원 팬들은 야유를 보냈다. 큰 세리머니는 없었다. 친정팀을 향한 이상호의 작은 예우였다.
이날 경기에서 이상호의 동점골은 이전의 슈퍼매치에서는 없었던 부류의 이슈였다. 경기 후 수원의 서정원 감독은 "선수라면 어느 팀에서라도 열심히 하고, 노력하는 것이 좋고 당연하다"며 이상호의 활약을 크게 신경 쓰고 싶지 않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적생이 꽂은 비수가 아프지 않았을리 없다. 반면 황선홍 감독은 "앞으로 서울에서 많은 활약을 기대한다"는 말로 그를 추켜세웠다.
이번 시즌 첫 슈퍼매치에서 34,376명의 관중들은 눈 앞에 펼쳐진 새로운 스토리에 열광했고, 또 탄식했다. 이상호는 경기 후 "수원과의 슈퍼매치가 개막전이라 부상도 참고 훈련했다"며 이날을 위해 들여온 노력을 암시했다. 앞으로 이상호가 서울 유니폼을 입고 만들어 낼 '이야기'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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