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4.30 21:28 / 기사수정 2008.04.30 21:28
[엑스포츠뉴스=탄천, 박형진 기자] 4월 말 수요일 저녁. 초봄처럼 춥지도 않고 한여름처럼 모기에 시달릴 일도 없다. 그야말로 축구장 가기 가장 좋은 때 중 하나다. 그러나 관중은 없다. 선수들의 목소리가 다 들릴 정도로 적은 관중만이 경기장을 찾는다.
주말 경기도 흥행거리가 부족한 팀들의 경기에는 관중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주중 저녁에 열리는 경기에 관중이 많을 리 없다. 더욱이 컵 대회는 정규리그와 무관하기 때문에 구단 입장에서도 1군 멤버를 투입할 이유가 없다. 완전히 2군 멤버를 내보내는 것은 아니지만, 어정쩡한 1.5군 멤버로 경기를 치르는 팀이 대부분이다.
성남과 광주의 컵 대회 역시 마찬가지였다. 광주는 비중이 적은 컵 대회에서까지 성남 출신 김용대를 내보내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김용대를 아예 명단에서 빼버렸다. 성남은 주전 골키퍼 정성룡 대신 김해운을 투입하며 광주의 호의에 화답(?)했다. 좀처럼 주전 스쿼드를 바꾸지 않은 김학범 감독도 주전 선수 네 명을 빼는 파격을 선보이며 사실상 1.5군을 투입하는 모습이었다.
컵 대회는 적응 기간이 필요한 용병들의 시험 무대이기도 하다. 실제로 서울의 무삼파, 수원의 루이스, 성남의 빼드롱 모두 컵대회를 통해 한국무대에 첫 선을 보였다. 그러나 컵 대회는 그야말로 '적응'을 위한 경기이지, 그들의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는 경기는 아니었다. 오늘 성남과 광주의 경기는 빼드롱의 두 번째 경기였지만, 빼드롱은 그리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며 조동건과 교체되었다.
팬들이 보고 싶어하는 선수들도 나오지 않고, 나온 선수들도 주말 경기에 더 신경을 쓰며 무리하지 않는다. 이런 경기가 재미있을 리도, 팬들을 끌 리도 만무하다. 오늘 성남과 광주의 경기는 경기 막판 조동건의 활약 때문에 경기장 분위기가 살아나기는 했지만, 90분 내내 그리 위협적인 슈팅 장면이라던가, 선수들의 놀랄만한 개인기 장면을 보기는 무척 어려웠다. 양 팀 모두 반드시 이기겠다는 의지를 보이지도 않았고, 보는 팬들 역시 박진감 있게 경기를 보기 힘들었다.
재미없는 경기는 컵 대회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정규리그에서도 팀의 특성상 지루한 0-0 경기가 자주 나오기도 한다. 한국을 넘어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팬들이 지루한 경기를 보다 못해 조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의 컵 대회가 지루한 것은 구조적인 문제다. 경기를 흥미롭게 만들어야 할 연맹이 경기 수를 채우기 위해 지루한 대회를 하나 만들고 팬들이 찾아오기를 기대한다면 그것은 분명 문제다. 다음 시즌부터라도 팬들이 좋은 날씨의 평일에 즐길 수 있는 흥미진진한 경기가 되도록, 연맹이 치열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 = 몸을 푸는 중 졸린듯 하품을 하는 성남 수비수 김영철 (김경주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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