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5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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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의 '슈퍼 루키' 조동건, 봄 골잔치!

기사입력 2008.04.10 09:34 / 기사수정 2008.04.10 09:34

김경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성남 탄천 종합 운동장을 찾아가는 길에는 운동장의 이름처럼 앞길에 탄천이 놓여있습니다. 운동장을 가려면 이 탄천을 건너야 하죠. 비가 올 것이라던 일기예보를 비웃기라도 하듯, 4월 6일 일요일 오후의 날씨는 청명하고 상쾌했습니다.

따뜻한 봄바람을 만끽하며 운동장으로의 발걸음을 재촉하던 기자의 눈에 한순간 화려한 색이 한꺼번에 밀려들어 왔습니다. 탄천 변으로 그야말로 만개한 벚꽃과 개나리가 자신의 색을 자랑하고 있더군요. 눈을 아래로 돌리자 연인끼리 혹은 가족끼리 삼삼오오 가벼운 산책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들어왔습니다. 솔직히, 너무 부러웠습니다.

따뜻한 햇볕과 상큼한 바람, 거기에 만개한 꽃길까지, 아, 이런 좋은 날 시커먼 장정들이 몸 부딪혀가며 달리는 모습을 봐야 하다니. 왠지 조금은 억울한 듯한 이 마음을 버리지 못한 채 취재에 나섰습니다. 성남의 유니폼이 샛노란 색이긴 하지만 쉽게 위안이 되지는 않더군요.

하지만, 이 억울한 마음은 경기 시작과 함께 시작된 슈퍼 루키의 원맨쇼로 인해 사르르 녹아내렸습니다.

성남 일화 NO.25, 조동건. 올 시즌 드래프트가 끝난 뒤, 기자는 여느 해처럼 매번 찾던 미니 홈피 찾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그 미니 홈피 하나 때문에 시즌조차 한 번 치르지 못한 선수에게 무척이나 실망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었기 때문이었죠.

그리고 그동안 장학영 이후 별다른 신인의 활약이 없었던 성남이었고, 포지션도 공격. 자원이 많은 성남에서 신인 선수가 쉽사리 자리를 잡을 수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2군을 전전하다 자기가 못 견디면 금방 성남을 떠나겠지. 라는 생각도 들었었죠.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는 표현이 제일 어울리겠네요.



조동건의 프로 첫 경기는 3월 20일 대전과의 2군 경기였습니다. 대전에서 열린 그 경기에서 조동건은 양 팀의 유일한 골이자 결승골을 성공시키며 성남의 승리를 만들어 냈습니다. 많이 움직이고 기회를 찾아다니는 모습을 보였지만 왜인지 모르게 그의 플레이가 100% 만족스럽지는 않았습니다.

그날 제일 잘한 선수로 꼽던 송명원 코치의 말에도 입을 삐죽댈 뿐이었죠. 그런데 지난 제주 원정에서 두 골을 작렬시켰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어안이 벙벙했죠. 두 골? 정말로?

그렇게 두 골을 성공시키며 성공적인 데뷔를 치른 그에게 의심 많은 기자는 여전히 의심이 가득한 눈초리를 보냈습니다. 비교적 쉬운 상대로 꼽히는 제주였고, 직접 제주를 다녀온 지인의 말에 따르면 그날 그의 포지션은 성남의 주 포메이션인 4-3-3에서 쓰리 톱 형태가 아닌 투 톱 형태가 주를 이뤘었다고 하더군요. 일단 더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기자의 의심 가득한 마음을 눈치라도 챈 것처럼 조동건은 전반 초반부터 두두와 모따, 두 브라질 용병과 함께 성남 공격의 한 축을 차지하고 섰죠. 그에게서 신인의 두려움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호시탐탐 전남의 골문을 노리던 그는 전반 39분 김상식의 프리킥이 골 포스트를 맞고 나오자 번개같이 달려들어 골문에 꽂아 넣었습니다.

사진 기자들이 몰려있는 코너 플랙 쪽이 아닌 반대편으로 달려가던 그는 무언가가 퍼뜩 떠오른 듯 갑자기 발걸음을 돌려 대기선수들이 몸을 푸는 쪽으로 달려왔습니다. 아직 앳된 얼굴 가득히 기쁨을 표현해내던 그는 대기 선수들 모두와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골에 대한 기쁨을 나눴죠.

특히, 김동현과는 꽤 오랫동안 손을 부여잡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최근, 조동건의 상승세로 경기 출전 기회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김동현이었지만, 후배의 골에 거짓 없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자니 마음이 꽤 흐뭇해지더군요.



그의 활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후반 23분, 그는 최성국의 패스를 받아 자신을 마크하러 전진해 나오는 염동균 골키퍼의 키를 넘기는 칩샷으로 팀의 마지막, 그리고 자신의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키죠. 누가 신인 선수 아니랄까봐 이번에도 카메라가 없는 반대편으로 달려가 세리머니를 펼친 탓에 포토라인에서는 아쉬운 맘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물 만난 고기처럼 그라운드를 누비던 조동건은 후반 24분 자신의 첫 골을 그토록 기뻐해 줬던 김동현과 교체되어 그라운드를 떠났습니다. 관중석에선 조동건에게 보내는 큰 박수가 터져 나왔죠. 그렇게 경기를 마친 후 조동건은 다른 선배들과 함께 서포터 석을 찾아 밝은 미소로 인사를 건넸습니다.

그가 유니폼 대신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벤치에서부터 서포터 석으로 걸어오자, 서포터 석에서는 ‘조동건, 인사하러 또 와. 또 와.’라는 서포터들의 기분 좋은 외침이 들리기도 했습니다. 교체되어 나온 선수들이 서포터 석에 인사를 오는 경우는 흔치 않았으니 참 기특해 보였겠죠. 그는 이어진 인터뷰에서 자신의 이런 행동과 골이 팬들의 사랑에 대한 ‘보답’이라고 몇 번이나 힘주어 말하기도 했습니다.

시즌 초반 힘없이 가라앉기만 하던 성남을 이 당찬 신인이 되살리고 있습니다. 계속되는 무승부 속에 선두 경쟁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던 성남도 어느새 치고 올라와 선두를 위협하고 있죠. 김학범 감독이 시즌 시작과 함께 내걸었던 최다 득점 - 최소 실점이라는 공약 중 최다 득점에 이 신인이 큰 공을 세우지 않을까 하는 기대 또한 해보게 되네요.  

이 봄날 꽃놀이보다 더 즐거운 골놀이를 즐긴 기분입니다. 90분 내내 언제 터질지 모르는 골에 롤러코스터보다 훨씬 기분 좋은 스릴을 만끽했습니다. 이 봄이 지나고 여름이 오고 가을이 무르익어도 이 신인 하나만큼은 지금처럼 팔딱팔딱 뛰는 잉어처럼 항상 활력이 넘쳐났으면 좋겠습니다. 계절이 변하고 시간이 흘러도 항상 푸른 잔디 위에서 펼쳐질 꽃놀이보다, 물놀이보다, 단풍놀이보다 즐거운 90분을 위해서 말입니다.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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