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8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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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스 8강을 앞둔 'EPL 빅4'의 집안사정은?

기사입력 2008.03.31 16:43 / 기사수정 2008.03.31 16:43

이재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재호 기자] 한국시간으로 2일과 3일(현지시각으로는 1일과 2일), 양일간에 걸쳐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이 막을 올린다. 이번 8강전에는 프리미어리그 소속 '빅4'가 모두 그 이름을 올리게 되었으며, 특히 아스날과 리버풀은 8강에서 맞대결을 펼치게 되었다. 8강전 직전의 프리미어리그 32라운드 경기가 일요일까지 모두 마감됨으로써 이들 빅4들은 이제 챔피언스리그를 준비하게 되었는데, 1차전을 앞둔 현재 빅4의 사정은 어떠한지 짚어보도록 하자.

왕자 없는 로마, 설욕할 수 있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지난 토요일에 있었던 프리미어리그 32라운드 아스톤 빌라와의 홈경기에서 매우 인상적인 경기내용을 보여주며 아스톤 빌라를 4-0으로 대파했다. 크리스티아노 호날두는 놀라운 슛을 보여주며 1득점 3도움으로 맹활약했고, 루니는 그동안의 골 침묵을 깨고 두 골을 기록하며 퍼거슨 감독의 얼굴이 펴지게 하였다. 또한, 맨유는 특유의 수비 뒷공간 침투를 경기 내내 보여주며 빌라의 수비진을 농락했고, 긱스 역시 지금까지의 부진을 털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로마와의 1차전 전망을 밝게 만들었다.

하지만, 로마전을 앞둔 맨유의 내부 사정이 밝지만은 않다. 지금까지 그리 많지 않았던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대런 플레처는 국가대표팀 경기에서의 부상으로 6주 동안 전력에서 제외되었고, 맨유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아스톤 빌라와의 경기에서 라이언 긱스, 파트리스 에브라, 마이클 캐릭, 리오 퍼디난드 등이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또한, 이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던 주전 골키퍼 반 데 사르 역시 부상이 낫지 않아 로마전 출장이 불투명하다. 빌라와의 경기에서 부상당한 4명은 아직 정확한 진단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며, 반 데 사르는 약 2~3주간 경기에 출전하지 못할 듯하다. 

그나마 맨유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이번 1차전에서는 로마 전술의 핵인 프란체스코 토티가 결장할 가능성이 아주 크다. 토티는 지난주 세리아A 칼리아리와의 원정 경기에서 부상을 무릅쓰고 경기를 소화했지만, 맨유와의 챔피언스리그에는 결장할 가능성이 크며, 주전 수비수인 주앙 역시 부상으로 출장이 불투명한 상태. 또한, 활발한 전방 침투로 로마의 공격에 힘을 보태주는 시모네 페로타 역시 경고누적으로 출장할 수 없다. 토티의 공백은 챔피언스리그에 6경기 출장해 4득점을 올리며 맹활약한 미르코 부치니치가 메울 것으로 보인다. 부치니치는 최근 물오른 기량을 뽐내고 있으며, 만일 퍼디난드가 결장하게 된다면 맨유 수비진에 더더욱 큰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다.

원정 경기에서 언제나 수비적으로 나왔던 맨유의 전술을 고려할 때 1차전에서 토티 없는 로마가 큰 점수 차로 승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맨유로서는 로마의 주 공격 수단이 될 부치니치를 효과적으로 막아내면서, 현재 메시와 함께 득점 선두에 올라있는 호날두와 오랜 골 침묵을 깨뜨린 루니, 그리고 카를로스 테베즈를 이용한 역습으로 득점을 노릴 것이다. 칼리아리 원정에서 주앙이 빠진 로마 수비진이 불안한 모습을 보여준 것은 맨유에게 있어서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아스날, 일거에 분위기 반전?

아스날은 맨유와의 FA컵 패배를 기점으로 내림세를 걷기 시작했다. 급기야 지난 리그 31라운드 첼시와의 경기에서는 1-2로 역전패를 허용하면서 리그 2위 자리마저 첼시에게 내주는 수모를 겪었다. 그러나 이은 32라운드 볼튼과의 경기에서, 아스날은 0-2로 리드를 빼앗기고 디아비의 퇴장으로 수적으로도 불리한 상황에서 3골을 넣으며 역전승에 성공, 팀 분위기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제 코앞으로 다가온 리버풀과의 3연전은 아스날에게 있어서는 위기이자 기회이다. 리버풀과의 경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는 하지만, 이 3연전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둔다면 팀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리버풀을 무너뜨리고 4강전에 진출한다면 상대는 페네르바체 혹은 첼시. 만일 첼시와의 리턴 매치가 성사된다면, 아스날로서는 리그전 패배의 복수가 가능한 상황이다.

볼튼과의 경기에서 보여준 승부근성은 아스날에 호재. 수적 불리에도 불구하고 점수에서 앞서가면서 경기 운영이 소극적으로 변한 볼튼을 상대로 네트를 3번 흔들며 경기를 뒤집은 것은 특히 아스날의 선수 구성이 비교적 젊고,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분위기를 타기 쉽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런 상승세를 리버풀전에서도 이어갈 수 있기 때문.

그러나 체력적으로 소모가 심할 것이 뻔한 3연전을 앞두고 주전 선수들의 휴식도 없이 전력으로 90분을 뛰었다는 것은 아스날에는 좋지 않은 요소이다. 가뜩이나 선수층이 엷은 아스날에 피로 누적은 자칫하면 재앙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문제. 사냐의 부상으로 인한 오른쪽 수비의 불안도 문제이다. 디아비는 아직 덜 여문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에부에는 공격적인 재능은 풍부하지만 수비에 있어서는 난점을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팀의 주포인 아데바요르의 침묵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도 불안하다.

리버풀은 32라운드 지역 라이벌 에버튼과의 '머지사이드 더비'에서 무난한 1-0 승리를 거두며 순항했다. 토레스는 자신의 득점에 한 골을 추가하며 득점순위 2위 자리를 유지했으며, 제라드의 환상적인 플레이는 이 날 경기를 보는 즐거움이었다. 또한, 라이언 바벨은 활발한 돌파를 시도하며 에버튼의 측면 수비수인 토니 히버트를 농락했으며, 오른쪽 수비라인에서 사냐가 빠진 아스날을 상대할 때 또한 좋은 모습이 기대된다. 하비에르 마스체라노가 본의는 아니지만 맨유전에서의 퇴장으로 이 경기에서 휴식을 취한 것 또한 리버풀에게는 긍정적인 요소.

다만, 토레스의 득점 분포는 3연전을 앞둔 리버풀에겐 다소 걱정되는 부분. 토레스는 지금까지 이번 시즌 전 경기에서 28득점을 올리고 있지만, 그 중 원정 경기 득점은 7점에 불과하고 그나마 이 중 대부분은 더비 카운티, 미들스브러 등 상대적으로 전력이 낮은 팀들을 상대로 올린 득점이었다. 리버풀로서는 첫 경기가 에미레이츠 스터디움에서 열리는 만큼, 토레스가 이런 모습을 털어버리기를 바랄 것이다.

첼시, 그랜트에게는 여전한 물음표

첼시는 터키 원정을 앞두고 치른 32라운드 미들스브로와의 홈경기에서 1-0 승리를 거두었다. 경기 결과는 승리였지만 내용을 보면 결코 만족할 수 없는 경기내용이었다.

객관적인 전력이 뒤지는 미들스브로에게 한 골밖에 뺏지 못했다는 점도 그렇지만, 사실 전반전 중반 이후부터는 첼시는 위협적인 장면을 그다지 연출해내지 못했다. 오히려 후반에는 골키퍼인 카를로 쿠디치니의 실책으로 네덜란드의 헤렌펜에서 영입한 지난 시즌 득점왕 알폰소 알베스에게 결정적인 찬스를 제공했으며, 세트플레이에서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미들스브로에게 번번이 슈팅을 허용했다. 미들스브로로서는 휘터와 알베스의 헤딩슛이 두 번 다 골포스트를 맞았던 것이 못내 아쉬웠던 경기였다.

무엇보다 첼시의 가장 큰 불안요소는 세트플레이. 무리뉴 지휘하에서 첼시는 세트플레이의 강자로 군림했으나, 이번 시즌 그랜트 휘하에서 그런 모습은 사라져버렸다. 이날 경기에서도 결코 공격이 날카로웠다고는 할 수 없었던 미들스브로의 세트플레이에 위협적인 장면을 번번이 내주는 등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으며, 첼시는 이번 시즌 계속해서 이러한 세트플레이에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토튼햄과의 칼링컵 결승에서 우드게이트에게 헤딩골을 내 준 것은 대표적인 예이다.

첼시로서는 이 날 결장했던 프랭크 램파드가 터키 원정까지 완벽하게 돌아오느냐가 관건이 될 듯하다. 이 날 경기에서 볼 수 있었듯 램파드가 빠진 첼시의 공격은 무기력했고, 심지어 카메라는 졸고 있는 홈 팬을 비춰주기도 했다. 교체로 투입되어 움직임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숀 라이트 필립스는 그랜트 감독의 근심을 덜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날 교체로 투입되면서 경기 감각을 조율한 아넬카가 친정팀 페네르바체를 상대로 아스날과의 리그전에서 보여주었던 움직임을 보여줄 수 있느냐도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사진(C) UEFA 챔피언스 리그 공식 홈페이지]



이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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