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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포커스] 박지성은 위기의 남자가 아니다

기사입력 2008.01.28 12:05 / 기사수정 2008.01.28 12:05

이상규 기자

과연 박지성(27,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은 위기의 남자일까? 답은 절대 아니다. 9개월 부상에서 복귀한지 한달 되었을 뿐 예전처럼 최상의 활약상을 기대하는 것은 분명 무리가 있다.

박지성은 맨유에 입성한 2005/06시즌 33경기 출전(선발 23경기) 1골 6도움을 기록해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두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빅리그에서의 첫 시즌을 무난하게 소화했다. 왕성한 활동량은 프리미어리그에서 정상급이었으며 부지런한 움직임과 헌신적인 공격 의지는 다른 맨유 선수들과 차별된 활약이었다. 그는 상대의 반칙을 많이 유도하며 상대팀 선수에게 만만치 않은 선수임을 프리미어리그에 각인시켰다.

그러나 최근 한달 간 박지성의 잦은 결장과 결코 많지 않은 출전 시간으로 국내에서는 '박지성 위기론'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박지성에 대한 부정적인 현실이 섞인 여론이 형성 될 정도로 우려하고 있다. 그는 불과 한달 전까지 축구 선수에게 치명적인 무릎 연골 부상을 입어 9개월 동안 신음한 선수였으며 그의 지난날을 잊은 국내 여론에서는 앞으로의 전망이 어둡다며 포지션 경쟁자 '긱스-나니'에게 밀렸다는 섣부른 평가를 내렸다.

특히 박지성이 결장한 지난 27일 토트넘과의 FA컵 32강전은 맨유에게 있어 중요한 경기가 아니다. 맨유는 FA컵보다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원하는 팀이며 FA컵은 두 대회에 비해 가치가 떨어지는 대회다. 지난 시즌 첼시가 FA컵과 칼링컵 우승을 차지하고도 리그 2연패했던 지난날 보다 못한 시즌이라는 비판을 받았다면 리그 우승에 성공한 맨유는 첼시 전력보다 낫다는 호평을 받았다.

박지성이 많은 시간 동안 출전하지 않은 또 하나의 이유는 잉글랜드의 겨울이 선수들에게 힘겹기 때문이다. 잉글랜드는 다른 리그에 비해 경기수가 많아 선수들이 체력과 컨디션 저하, 부상 위협이 많이 노출됐으며 휴식기가 없는 겨울에는 부상에서 갓 복귀한 선수들에게 부담이 크다. 박지성이 결장했던 지난달 30일 웨스트햄전 이전에는 잉글랜드 전역에 독감이 퍼져 웨인 루니가 증세를 앓아 2~3경기 동안 경기에 뛰지 못할 정도였다.

시야를 넓히면, 아직 체력과 컨디션이 완전하지 않은 박지성이 활발히 경기에 뛰는 것보다 경기에 나서지 않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시즌 막판을 위해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더구나, 그는 국가대표팀의 일원으로서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을 위해 계속 차출될 가능성이 커 맨유에서 무리하게 출전하면 자칫 독이 될 수 있다. 그가 맨유 입단 이후 부상이 부쩍 잦았던 선수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실질적으로 박지성의 입지는 여전히 변함없다. 분명 퍼거슨 감독은 지난해 박지성의 복귀를 앞두고 "맨유는 박지성의 복귀로 더 강해질 것이다. 박지성은 맨유의 중심 선수이자 탑클래스 선수다"고 여러 언론 매체를 통해 전폭적인 신뢰를 보냈다. 경쟁자 긱스가 한국 나이로 36세라는 것과 23세의 나니가 프리미어리그 템포 적응 문제로 확고한 교체 멤버로 전락했다는 점에서 퍼거슨 감독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는 박지성의 미래는 그리 어둡지 않다.

박지성은 어려운 순간마다 부활하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던 오뚝이. PSV 에인트호벤 시절 부상과 적응 문제로 비밀리에 K리그 복귀까지 타진했지만 모든 시련을 이겨내고 맨유에 입성하며 자신의 가치를 키웠다. 맨유의 전설 올레 군나르 솔샤르가 박지성과 비슷한 부상으로 2년간 재활끝에 재기에 성공해 성실함과 꾸준함, 강인한 정신력을 모두 상징하는 박지성은 긍정적인 행보를 걷게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한국 축구의 별' 박지성은 그저 열심히, 묵묵히, 자신이 해야 할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마인드를 지닌 선수로서 완벽한 성공을 향한 속도와 시간은 느릴지라도 좋은 열매를 맺을 선수임엔 틀림없다. 그동안 우리에게 축구라는 카타르시스를 안겨줬던 박지성에 대한 조급하고 부정적인 평가와 전망 보다는 '할 수 있다'고 꾸준히 성원하며 그의 성공을 바라는 것이 답례이지 않을까.

[사진=박지성 (C) 엑스포츠뉴스 이준열 기자]



이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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