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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인터뷰] '마스터' 김우빈이 보여준, 또 보여줄 새로운 얼굴

기사입력 2017.01.02 18:45 / 기사수정 2017.01.02 17:45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멋진 캐릭터, 또 그 캐릭터가 말하는 맛깔 나는 대사가 있더라도, 이를 온전히 소화하는 배우의 역량이 부족하다면 그 결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게 마련이다. 배우 김우빈이 영화 '마스터'(감독 조의석)로 이 도전을 완수해내며 자신의 필모그래피 속 소중한 발걸음 하나를 더했다. 스스로도 그 끝이 어디인지 가늠해보고 싶었던, 온전한 열정이 가득했던 작품이었다.

12월 21일 개봉한 '마스터'는 1일까지 544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김우빈은 희대의 사기꾼 진현필 회장(이병헌 분)과 그를 쫓는 지능범죄수사팀장 김재명(강동원) 사이를 오가는 원네트워크 전산실장 박장군으로 분해 입체감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 "박장군 캐릭터, 정의내리고 싶지 않았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부터 장군이가 도대체 누구의 편이고,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고, 또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 지 정말 궁금하더라고요. 결말이 계속 기다려졌고요. 보시는 관객 분들께도 그 마음을 전해드리고 싶었어요."

김우빈은 '마스터'와 처음 만났을 때를 이렇게 회상했다. 그의 바람처럼 '마스터'를 본 이들은 능수능란하게 진회장과 김재명 사이를 줄타기하듯 오가는 박장군의 연기에 금세 몰입할 수 있게 된다.

"뭔가 정의를 내리고 싶지 않더라고요. 장군이의 출신 같은 것만 하더라도, 애매하게 중간 중간 사투리처럼 말하기도 하면서 '얜 도대체 뭐야?' 그런 궁금증을 유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극 중 장군의 친구 안경남(조현철)이 장군을 향해 "저 차진 욕 너무 그리웠어"라고 말했듯이, '마스터'를 본 이들이 김우빈의 연기를 가장 치켜세우는 부분 중 하나는 거친 욕설도 귀에 쏙쏙 박히게 만든 대사 소화 능력이다.

김우빈은 "시나리오를 보다 보면 나와 잘 맞는 대사의 맛들이 있고, 또 안 맞는 것들이 있어요. '마스터' 시나리오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죠. 더 연구해 보고 싶고, 궁금하고. 감독님과 이야기 해보고 싶고요"라며 웃었다.

"조의석 감독님이 대사를 재밌게 써주셨어요. 특히 장군이 대사가 더 그런 것 같았고요. 장군이라는 인물 자체가 저와 잘 맞았던 것 같네요.(웃음)"

그 중에서도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는, 김재명을 향해 얘기했던 "막연하게 XXX인줄 알았는데 구체적으로 XXX네"라는 대사는 시나리오를 보는 순간부터 "이거야, 이게 장군이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맘에 쏙 들어왔다. 실제 여러 톤을 준비해 갔었고, 처음 생각했던 톤으로 촬영에 임해 감독에게도 거뜬히 OK 사인을 받아냈다.

이렇듯 캐릭터에 더해진 매끈함은 섬세하게 공들인 김우빈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기존 영화 속에 봐왔던 해커들의 모습이 아닌, '의외성을 둬도 괜찮겠다'고 판단했다. 실제 CG가 덧입혀지기 전의 모니터 화면을 보며 컴퓨터 프로그래밍 장면을 촬영했지만, 머릿속에는 단축키 설정, 명령어 등 자신만의 공간을 상상하며 '박장군스러운 천재성'을 완성했다.


▲ '조금 더 유연하게'…7년차 배우가 알아가는 연기의 맛

이병헌, 강동원 등 쟁쟁한 선배들과 하반기 최대 기대작으로 꼽힌 대작의 스케일 등, '마스터' 합류를 결정한 이후에도 김우빈의 어깨에는 무거움이 가득했었다.

"(출연 결정 후) 감독님, PD님, 제작사 대표님과 밥을 먹으면서 얘기했는데, '알아서 잘 해 주실 거잖아요'라고 하시기에 굉장히 부담됐었죠. 참여하고 싶었고, 한다고 했는데 분량도 많았고, (이)병헌 선배, (강)동원 형님이 캐스팅 돼 있고. 걱정이 많이 됐죠. 그 두 분을 제가 계속해서 만나면서 중간 역할을 잘 해야 하는데, 제가 그 흐름을 잘못 타면 영화 분위기가 완전 깨져버리게 되잖아요. '폐를 끼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제일 컸어요."

이후 오달수, 엄지원, 진경 등 쟁쟁한 이들의 캐스팅 소식이 연이어 전해졌다. 다행스럽게도 걱정은 현장을 찾은 후 의외로 간단하게 풀렸다.

"현장에 갔는데 선배님들이 정말 캐릭터 그 자체로 계시더라고요. 그러니까 걱정이 확 없어졌어요. 눈으로 보고, 귀를 열고 대사를 듣는 것만으로도 리액션이 되겠구나 싶었죠. 선배님들께서 먼저 농담도 해주시고 분위기도 밝게 해주시고.(웃음) 정말 감사했어요."

2008년 모델로 데뷔 후 2011년 KBS 드라마스페셜 '화이트 크리스마스'로 연기에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어느덧 7년차 배우가 됐다. 드라마 '신사의 품격'(2012), '학교 2013'(2012), '상속자들'(2013), '함부로 애틋하게'(2016)를 비롯해 영화 '친구2'(2013), '기술자들'(2014), '스물'(2015)까지 대중에게 흔히 '반항아'로 각인됐던 이미지의 틀을 조금씩, 차근차근 넓혀가며 새로운 얼굴을 내보이고 있는 중이다.

"배우 입장에서는 (캐릭터에) 사연이 있거나 특별하면 더 욕심이 나잖아요. 평면적인 인물보다는 입체적인 인물이 끌리기 마련인 것 처럼요. 감사하게도 '반항아'라고 불리는 캐릭터들은 특히 신인배우 입장에서는 주목받기 좋은 경우가 되고요. 그런 면에서 저는 굉장히 축복받았다고 생각해요. 한 번도 하기 힘든 반항아 역할을 6~7번을 했으니까요.(웃음)"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혀가며 조금씩 많은 것들을 배워가고, 또 얻어가고 있다. 데뷔 후 오디션을 보면서부터 캐릭터에 대해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하고 고민해갔지만, 현장에서 자신이 상상했던 그림이 아니었을 때 당황했던 시행착오도 그 중 한 부분이었다. 이제는 자신만의 '경우의 수'까지 어느 정도 계산할 수 있는 노하우도 생겼다. 우리가 지금까지 본 김우빈의 얼굴보다, 앞으로 만나게 될 얼굴들에 더욱 기대가 더해지는 이유다.

"요즘에 현장에 나가면, 동선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모든 것을 열어놓고 가요. 그 상황의 느낌만 갖고, 현장에 도착해서 공간을 보고 공기를 느끼면 또 선배님들과 호흡을 맞춰보면서 잘 받아칠 수 있게 되죠. 연기라는 게 혼자만 잘 한다고 장면이 살아나는 건 아니잖아요. 호흡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점점 더 알아가고 있습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sidusHQ, CJ엔터테인먼트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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