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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켓 다이어리] 당신이어서 많이 고맙습니다.

기사입력 2008.01.23 14:04 / 기사수정 2008.01.23 14:04



현재 박지성 선수가 뛰고 있는 곳이 어딘지 아시나요?

한번씩은 다 들어봤을 팀 이름일 겁니다. 작년엔 우리 나라에 오기도 했었지요. 이 팀은 k리그의 FC서울과 친선 경기를 맺기도 했습니다. 바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팀인데요. 이 팀의 주장인 라이언 긱스는 해외축구, 즉 EPL 팬들이라면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입니다. 그는 맨유에서 팬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정신적 지주이거나 팀에 큰 공헌을 하기 때문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팬들이 그를 사랑하는 이유는, 긱스가 그만큼 팀과 그 팬들을 사랑하기 때문이지요.

그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도 몇차례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나는 맨유에 있는 것이 자랑스럽고, 좋다는 말을 몇번씩 하기도 했지요. 그리고 맨유로 들어온 지 이래 다른 곳으로 떠나지 않고 지금도 계속 그 팀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자신도 이 팀에 있는 것이 좋고 구단 또한 이 선수를 내보낼 일이 없다는 이야기지요. 어찌됐든 팀을 사랑하고 오래오래 그 팀을 지켜나가는 선수를 팬들이 사랑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입니다.

그럼 돌아와서, 지금의 KBL은 어떨까요.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이름엔 팀에 대한 사랑과 그 팀을 지지하는 팬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팀에서의 시간과 팬과 나눴던 교감이 쌓여 있습니다.  그 팀과, 그 팬들과 시작을 같이 하진 않았어도 됩니다. 다만 그 쌓여온 시간과 같이 자신의 끝을 그 팀에서 맺게 되거나, 그 팀을 떠올리면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사람이 되는 것을 의미하죠.

생각해보면 너무나 힘들면서도 대단한 일입니다. 선수들은 프로라는 세계에 데뷔하여 그때부터 자신의 모든 시간을 보내 갑니다. 프런트와 마찰이 있을 수도 있고, 자신이 이 팀에 도움이 될 수 없어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수많은 이유를 들어 이 팀에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또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조차 너무나 당연하다 생각할 수 있죠. 사람 일은 어떻게 되는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그럼에도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것은, 존재합니다.

조금 민감한 문제일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지금까지 KBL의 프랜차이즈 스타 하면 수많은 사람들 중에 이상민을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KCC를 생각하면 자동적으로 이상민 선수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농구를 몇년간 본 사람이거나 옛날부터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그렇다고 생각할 정도로요. 팀의 팬들조차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꼭 그 팀에서 끝을 맺을 거라 장담하진 못해도 말입니다.

그렇지만 이상민 선수는 삼성으로 떠났고, kcc의 팬들은 자신의 팀에서 프랜차이즈 스타라 불릴 수도 있는 한 사람을 잃었습니다. 구단의 입장에서는 프랜차이즈 스타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구단이 잘 나가야 하고 성적을 잘 뽑아야 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무슨 상관이냐고 도리어 되물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 그 팀을 지지하는 팬들에게는 단순히 넘겨 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루에도 여러 선수가 팀을 떠나고 들어오는 지금에서 한 팀에 꾸준히 남아 몫을 해주는 선수는 조금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한 선수가 들어오게 되면, 이 선수는 오래 남아서 팀에 보탬이 되고 오래 좋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팬들은 하게 되지요.

하지만 몇 년이 지나기도 전에 곧 다른 팀으로 떠나게 되면 그 선수를 떠나보내게 되는 팬들은 상실감을 느낍니다. 어떻게 됐든간 우리 팀의 선수였으니까요. 자연적으로 선수들이 많이 빠져나오고 들어오면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의미는 팬들에겐 생소하게 느껴지게 됩니다. 어쩌면 그걸 의아하게 생각하게 되어버릴수도 있습니다. 그런 일이 가능할까? 라고 말이죠.

실제로 현재 팀을 지지하는 팬들에게 물어본다 해도 조금은 우습게 들릴 수도 있는 말이 됩니다. 프랜차이즈라는 말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을 뿐더러 그것이 왜 중요한지조차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왜 그렇게 되었는지 이유를 따져물을 수도 없게 말입니다. 지금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 팀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선수들에게 팀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뛰고 자신이 있어야 할 곳입니다. 그런 곳이 자주 바뀌게 되면 팀에 대한 애정도도 가벼워질 수 있습니다. 몇시즌 뛰고 또 떠날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또 다른 팀으로 옮겨다니는 것이 자신에게도 썩 기분좋은 일은 아니기 때문이지요. 이렇듯 결코 쉬운 일도 아니고, 현실적으로 안되기 때문에 이럴 수밖에 없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들이 있더라도, 저는 이런 의미의 선수들이 KBL에 많이 있으면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 상황들에도 불구, 자신이 지지하는 팀에 언제나 한결같이 한 쪽을 지켜오고 있는 선수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팀들에게도 오랜 시간을 같이 한 선수는 분명히 있습니다. 일일이 다 거론할 수는 없지만, 항상 당연한 것처럼 같이 있었기에 너무 익숙해져버린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계속 여기 있을 것만 같고, 다른 곳으로 절대 가지 않을 것만 같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볼 때마다 의지가 되고 마음 든든히 언제라도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는 선수들이 당신의 팀에도 분명히 있을 거라 믿습니다. 지금은 없다고 해도 언젠가는, 팀이 존재하는 한 앞으로 언젠가는 꼭 만날 수 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경기장을 찾을 때마다 보이는 그 얼굴이 익숙하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요. 같이 있을 수 없을 상황이 분명히 언제였더라도 있었음에도 내가 아끼는 이 곳에 함께 있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그런 그 사람에게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말이 지금은 어색하고 조금은 묘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요. 분명히 이 팀을 사랑하고 그 팀을 지지하는 팬들도 사랑하고, 그 팬들도 팀에게 보내는 사랑과 똑같이 그 사람을 사랑할 거라 믿습니다. 

힘든 일일 수도 있고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해도 보는 우리가, 그리고 뛰고 있는 선수들이 생각해 주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입니다. 다만 프랜차이즈라는 것을 알고 있는 선수들도 있을 것이고 그래서 그 팀을 바라보는 팬들과 같은 곳을 바라보며 뛰고 있는 선수들도 있을 것입니다. 아무도 크게 생각해 주지 않아도 말이지요. 프랜차이즈란 것이 팬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래서 감사합니다. 한결같이 자신이 있어야 할 곳에서 같이 있어주는 사람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요.
처음처럼 지금도 같이 있어주는 당신에게, 참 많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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