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상규 기자] 시즌 중 100만 파운드(약 18억 3000만원)의 돈을 받고 사우디 아라비아 원정 친선경기를 떠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잉글랜드 현지에서는 맨유가 '돈벌이 팀' 이라고 비판하며 바쁜 경기 일정을 앞둔 선수들을 고려하지 않는 처사라고 우려했다.
문제는 맨유의 시즌 중 외도가 이번 시즌 트레블 달성을 목표로 둔 선수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2004/05시즌 맨유가 리그 우승에 실패한 원인을 여름에 열린 '미국 투어' 때문이라고 말했으며 이번 시즌 초반 부진을 면치 못했던 원인 역시 지난해 7월 진행된 '아시아 투어'로 꼽으며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맨유는 이번 시즌 초반 부진의 늪에 빠지자 아시아 투어에 대한 현지 비난 여론에 직면했다. BBC스포츠는 지난해 8월 20일 "맨유는 아시아 투어 영향으로 시즌 초반이나 중반에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렸고 퍼거슨 감독은 같은 날 안더스풋볼을 통해 "아시아 투어가 팀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지 못했다"며 고백했다.
당시 미국 투어와 아시아 투어는 프리시즌에 열린 맨유의 친선경기였으나 이번 사우디 투어는 시즌 중에 감행한 것으로서 성적 부진에 대한 우려감을 더해가고 있다. 물론 맨유는 이번 시즌 초반 웨인 루니의 부상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징계로 성적 부진에 빠졌으나 경기 주도권과 볼 점유율에서 상대팀을 제압했음에도 3경기에서 1골 밖에 넣지 못한 저조한 경기력에 일관했다. 오는 27일 토트넘과의 FA컵 32강전을 비롯 앞으로의 바쁜 일정 속에서 침묵에 빠질지 모를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
맨유는 퍼거슨 감독의 '스쿼드 로테이션 시스템' 속에 11명이 아닌 22명의 가용 자원을 확보하여 주전 선수들의 체력 부담을 덜어주기로 유명한 팀. 그러나 그 시스템의 예외 선수라 할 수 있는 '에이스' 호날두는 그동안 빈약했던 측면 자원 옵션 때문에 거의 매 경기에 출전하는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했다. 최근 박지성이 부상에서 복귀했으나 아직 체력과 컨디션이 좋지 않아 이번 사우디 투어까지 출전한 호날두에게 무리가 따를 수 밖에 없다.
여전히 불안 요소인 맨유 공격진 역시 걱정거리 중 하나. 차기 영혼의 투톱으로 불리는 '루니-테베즈' 조합을 보유했으나 루니와 루이 사아가 이번 시즌 잦은 부상으로 신음한데다 사아는 슬럼프까지 겹쳤다. 이번 이적 시장에서는 루머만 무성했던 대형 공격수를 영입하지 않아 시즌 후반 여유로운 공격진 운영에 어려움을 안게 됐다. 지난 시즌 후반에도 공격수 부족으로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에 실패한 경험이 있어 이번에는 어떻게 대처할지 의문이다.
물론 맨유는 곧 그라운드를 밟을 폴 스콜스와 게리 네빌의 부상 복귀를 계기로 사우디 투어에 대한 성적 부진 우려 극복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즌 중 사우디 투어를 비롯 호날두의 바쁜 일정 소화, 공격진의 불안함이 시즌 후반 3개의 우승 트로피를 노리는 맨유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감이 따르고 있다.
이번 시즌 맨유가 리그 우승을 비롯 트레블 달성까지 실패하면 퍼거슨 감독은 3년 전 처럼 '사우디 투어 때문이다'는 말을 늘여놓을 지 모른다. 지난 21일 맨유 공식 홈페이지에서 사우디 투어가 선수들에게 충분한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말한 퍼거슨 감독의 발언이 부진 조짐을 뒤집는 결과로 이어질지 아니면 정반대가 될지 앞으로의 맨유 행보에 관심이 모인다.
[사진=크리스티아누 호날두 (C) 엑스포츠뉴스 전현진 기자]
이상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