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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V] 흥국생명의 무서운 새내기들.

기사입력 2007.12.27 19:24 / 기사수정 2007.12.27 19:24

편집부 기자

    

  
(사진 - 흥국생명의 황현주감독과 신인세터 우주리)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이번 2007~2008 시즌 V리그 여자부 경기를 보는 재미 중 하나는, 바로 신인들의 활약을 지켜보는 것입니다. 어느 해보다 걸출한 새내기들이 대거 졸업한 해여서 신생팀의 창단이 최적기라는 말까지 나왔지만 아쉽게도 신생팀의 창단이 불발로 그치자 이들은 기존 팀들의 유니폼을 입게 되었습니다.

현재 한국여자배구는 위기론까지 대두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있을 2008 베이징 올림픽도 중요하지만 2012년 런던 올림픽에 거는 기대가 더 큰 것은 김연경과 황연주(이상 흥국생명)를 필두로 한 어린 선수들이 그때가 되면 지금보다 한층 완성된 플레이어로 성장해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대표팀의 연령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어려서 경험과 관록이 미숙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앞으로 성장하게 될 유망주들의 가능성을 생각하면 결코 앞날이 어두운 것만은 아닙니다.

이번 시즌의 프로 팀들을 살펴보면 유독 주전으로 뛰는 새내기들이 눈에 자주 들어옵니다. 여고생 국가대표 선수로 이미 주목을 크게 받았던 배유나(GS 칼텍스)를 필두로 비록 아직까지 1승도 건지지 못한 현대건설이지만 190cm의 장신에 미들블로커로서 뛰어난 하드웨어를 갖춘 양효진의 존재는 팀의 앞날에 서광을 비추게 하고 있습니다.

또한, 공격수로서 파워와 기교가 부족해 프로 데뷔무대에서 고전하고 있지만 189cm에 왼손잡이 라이트인 하준임도 근력을 키우고 스피드를 보탠다면 거포로 성장할 자질은 충분히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시즌 초반에서 신인들을 그야말로 가장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는 팀은 디펜딩 챔피언인 천안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입니다. 지난해 우승팀이란 점 때문에 신인 드래프트에서 가장 낮은 순위권 지명을 받은 팀이었지만 4라운드까지 가면서 총 4명의 신인을 영입한 흥국생명은 그야말로 알짜배기 같은 소득을 올렸습니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바로 미들블로커 김혜진입니다. 중앙여고의 미들블로커로 활약한 김혜진은 남성여고의 양효진에 비해 명성이 가려진 편이었고 비록 미들블로커로서 작은 신장인 180cm지만 이동속공이 빠르고 현재 어느 신인 선수들 보다 프로무대에 가장 빨리 적응하고 있습니다.

김연경과 황연주란 최고의 좌우 쌍포를 가지고 있는 흥국생명은 늘 아킬레스건으로 미들블로커들의 약세를 지적받아 왔습니다. 주전 미들블로커인 전민정이 나름 분전해 주고 있다고는 하지만 높이와 속공의 위력을 따져본다면 흥국생명의 중앙은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취약점을 보완하고자 1라운드에서 흥국생명의 황연주 감독은 김혜진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주전으로 기용하고 있습니다. 빠른 이동속공과 이동 시간차 같은 중앙공격력이 부재한 한국 여자배구 계에서 김혜진이 보여주고 있는 플레이는 신선합니다. 비록 김혜진과 양효진 등이 아직 완성되기엔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되고 있지만 현대건설의 양효진을 비롯해 차기 대표팀의 중앙을 책임질 미들블로커들의 융성은 정말 시급한 문제입니다.

또한 흥국생명의 가장 커다란 수확은 바로 세화여고 출신의 세터인 우주리를 영입한 것입니다. 청소년 대표팀의 주전세터로 활약하며 여고생 최고의 세터로 명성을 날린 우주리였지만 작은 신장인 166cm 때문에 과연 프로선수가 될 수 있을지 내심 걱정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전체 드래프트 중, 3라운드 15번째 선수로 지명된 우주리는 하마터면 프로 선수가 되지 못할 뻔했습니다. 비록 토스웍이 뛰어나고 순발력이 좋으나 현시대가 요구하는 배구선수로선 너무나 작은 신장이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를 벌써부터 종식시키려 하듯 우주리는 교체멤버로 나올 때 마다 신들린 토스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주리의 진가가 명확하게 드러난 경기는 바로 23일에 벌어진 GS 칼텍스전이었습니다. 1, 2세트를 접전 끝에 이기기는 했지만 3세트를 내주고 4세트도 초반에 7-1로 크게 뒤지고 있을 위기상황에서 팀을 구한 것은 교체멤버로 투입된 우주리의 활약이었습니다.

  뛰어난 순발력을 바탕으로 한 점프토스가 워낙 좋은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고교 졸업 예정 선수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웠던 것은 적재적소를 찌르는 치밀한 볼 배급 능력이었습니다.

  훈련과정을 통해 교체멤버로 투입 될 상황이 오면 주전세터인 이효회와는 다른 패턴을 익히고 경기에 들어서겠지만 순간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고 상대방 블로커들을 이리저리 따돌리는 솜씨는 전혀 신인답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또한 김사니와 이숙자 등 국내 정상의 세터들도 종종 문제점으로 지적받은 것이 리시브를 손에 담아내는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토스를 안정적으로 올리려면 첫 번째로 리시브를 손에 담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우주리는 세터가 지녀야할 기본기가 착실하게 되어있는 세터였습니다.

  볼을 잡아내는 것이 안정적이다 보니 토스를 올릴 때 훨씬 스피드가 가미되어 있고 공격수들이 때리기에 적합하게 올려줍니다. 바로 토스가 빠른 스피드에 정확성까지 갖추고 있으니 토스의 질은 그야말로 뛰어나며 자연스럽게 이런 볼을 때리는 공격수들의 성공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주전세터인 이효희와는 다른 경기 운영을 풀어간 우주리 때문에 GS 칼텍스는 순간적으로 흔들렸습니다. 또한, 주포인 김연경을 비롯해 황연주와 김혜진, 그리고 새로 투입된 신인인 이보라까지 자유자재로 활용한 흥국생명은 경기 막판에 가서 하께우가 홀로 분전한 GS 칼텍스를 누르고 승리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우주리, 김혜진과 함께 4세트 역전의 주역이 된 레프트 이보라도 한층 파워 넘치는 공격력을 보여줘 외국인 선수 마리의 부진을 대신했습니다. 앞으로 팀의 적절한 지도력을 흡수하고 많은 경기에 나서서 경험을 쌓으면 미래의 흥국생명을 이끌어갈 이 새내기들의 앞날은 밝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리고 한국여자대표팀의 약점을 지적할 때 항상 세터에 대한 부분이 거론되는 측면을 생각해 본다면 우주리의 등장은 신선한 충격입니다. 비록 국내대회가 아닌 국제대회에서 단신세터들은 치명적인 결점을 가져다준다는 의견도 있기는 하지만 세터의 첫 번째 덕목이 안정되고 빠른 토스웍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 사실입니다.

  지금 가진 가능성을 앞으로 더욱 발전시킨다면 우주리는 단연 국가대표로 뽑히기에 부족함이 없는 선수입니다. 다만 국제대회에서 단신세터가 감수해야 할 단점도 물론 존재하겠지만 지금까지 선수들의 기량보단 체격조건과 신장에 우선순위를 두며 발전시킨 방법은 부분적으로 재고되어야할 사항입니다.

  예를 들어 현재 한국이 아테네 올림픽 이후 10연패를 당하면서 지금까지 이기지 못하고 있는 일본 대표팀의 핵심 전력은 바로 159cm의 단신세터 다케시다입니다. 간혹 어떤 이들은 다케시다의 존재가 일본 대표팀의 보이지 않는 약점이 된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표면적인 견해에 불과합니다. 한국 팀이 일본에 지속적으로 패하면서 그 원인을 가장 많이 제공한 선수는 다름 아닌 다케시다였고 이미 전 일본 팀들과 많은 경기를 해본 다른 국가들도 하나같이 다케시타의 뛰어난 토스웍에 경탄을 보냈습니다. 토스의 방향을 도저히 예측 불가능하게 만드는 손 모양과 번개같이 이어지는 빠른 토스, 거기에 리베로를 방불케 하는 디그 능력과 뛰어난 블로킹 리시브 등을 생각하면 만능 플레이어 다카하시 미유키와 함께 일본 대표팀 전력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선수가 바로 다케시타입니다. 

  지난 23일 흥국생명과 GS 칼텍스와의 경기에서 한국 여자 대표팀에게 가장 부족해 보였던 한 부분을 우주리에게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타고난 세터 기질을 가진 우주리를 비롯해 김혜진과 이보라는 벌써부터 흥국생명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앞으로 소속팀은 물론 한국 여자대표팀의 대들보로도 성장해 주길 기대해 봅니다.


 <사진 = 한국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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