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3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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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V] 세터의 부진까지 노출된 경기.

기사입력 2007.12.03 09:21 / 기사수정 2007.12.03 09:21

편집부 기자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분전하고 있는 리베로 여오현 - 디그, 리시브부분에서 현재 2위)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이제 2007 FIVB 월드컵 남자배구도 4라운드에 접어들었고 스페인과 푸에르토리코와의 두 경기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강호 튀니지를 세트스코어 3-2로 물리치며 이집트마저 이겨 주리라 생각했던 한국 대표팀은 부진한 경기력을 펼치며 1-3으로 무릎을 꿇고 말았습니다.

  첫 세트를 가볍게 가져온 것이 2세트부터 집중력 저하로 나타난 면도 있지만 대 이집트 전에서 패배의 원인은 바로 세터 문제에 있었습니다. 이제 인하대를 졸업하고 삼성화재에 입단하는 유광우 세터는 월드컵 대회에서 처음으로 국가대표 주전으로 나섰던 것에 비해 선전해 준다고 평가받았습니다.

  그러나 가장 부진한 토스웍을 보여준 이집트 전은 상당히 아쉬웠습니다. 특히 상대편 세터인 198cm의 장신인 아메드 압둘라는 절정의 기량으로 이집트의 미진한 윙스퍼이커들의 공격력을 높였으며 장신세터의 특징에서 나오는 2단 공격과 블로킹에서 맹활약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세터의 기량과 2단 연결과정의 매끄러움, 그리고 서브와 블로킹에서 우위를 보인 이집트가 한국을 누르고 이번 월드컵에서 마침내 1승을 따냈습니다. 그들에겐 탈 꼴지를 위한 값진 승리였을지 모르지만 한국에 있어서는 월드컵 대회에서 가장 부진한 성적으로 최하위에 곤두박질 칠 위기에 몰렸습니다.

  한국 대학 최고의 세터로 평가되어온 유광우는 세계무대의 높은 벽과 자신의 한계점을 이번대회에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겁니다. 어쩌면 이런 힘겨운 과정을 겪는 것이 본인에게 있어서 쓴 약이 되겠지만 이번 이집트 전만을 놓고 볼 땐 유광우의 플레이가 너무나 아쉬운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1세트를 쉽게 이긴 탓인지 2세트부터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져 있었고 유광우의 토스 역시 스피드가 느려지고 밋밋하게 올려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토스는 국제남자배구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고 제아무리 뛰어난 공격진을 갖췄다고 해도 상대방 블로커 2,3명에게 그대로 노출되는 것은 많은 문제점을 야기합니다.

  현재 유광우가 보여주는 좋은 토스웍은 중앙 속공과 세트 플레이를 만드는 데에는 어느 정도 능숙하지만 좌우 양 날개를 살려주는 빠른 토스와 이단 연결 토스는 너무나 느리고 확연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이런 토스로는 양 날개의 공격을 살릴 수 없거니와 국내무대보다 한층 높이가 있고 타이밍이 뛰어난 상대팀의 블로커들을 이길 재주가 없습니다.

  대 이집트 전에서도 드러난 문제점은 양 팀의 블로킹 수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평균 신장으로 보면 결코 한국이 딸리는 것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개수 차이를 보이며 중요한 고비마다 상대팀의 블로킹에 당해야만 했습니다.

  이 차이점을 따져보면 우선적으로 세터의 토스에 문제를 둘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리그에서 뛰고 있는 이집트의 압둘라 세터는 큰 장신임에도 불구하고 블로킹을 따돌리는 빠르고 정확한 토스를 구사함으로서 한국팀의 블로킹이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흔들어 놨습니다. 그러나 2세트와 3세트에서 급격하게 흔들인 유광우 세터의 토스는 한국의 공격수들이 때리기에 어려운 구질로 올려졌으며 스피드 또한 떨어져서 상대편 블로커들에게 금세 읽히고 가로막히는 악순환을 거듭해서 반복했습니다.

  물론 한국의 서브리시브 능력이 여오현 리베로에만 국한되어 있고 신영수나 박준범, 그리고 김학민과 문성민 등이 모두 서브리시브에 능통하지 않은 것이 큰 문제였습니다. 강한 스파이크 서브는 물론 목적타로 들어오는 느릿한 서브까지 전부 불안한 리시브를 보이는 한국의 수비진은 이번 월드컵에 참가하는 국가 중 가장 최악의 수비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원래부터 안정적이지 못한 리시브에 세터의 토스까지 흔들리니 이길 수 있는 길은 보이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점수를 올릴 수 있는 스파이크가 이루어지려면 안정된 리시브에 빠르고 적절한 토스가 있어야만 그 공격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배구에서 가장 중요한 리시브와 토스가 균열되어 버렸으니 한국 팀은 조직력이 갖춰질 여지를 상실했으며 눈에 확연히 들어오는 공격력은 상대방의 블로킹에 무너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국제배구를 보면 장신의 높이에 수비력까지 갖춘 선수들이 즐비하게 포진되어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고 거기에 이집트의 승리공신인 압둘라 세터 같은 장신에다가 빼어난 토스웍까지 지닌 세터 또한 존재한다는 점을 이번 월드컵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국내 리그만 봐오면서 우리가 최고의 유망주다라고 외친 선수들은 여러모로 부족하고 발전돼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이번 월드컵에서 확연하게 목격하고 있습니다.

  프로구단과 협회의 마찰 속에서 급격히 만들어진 젊은 팀에게 큰 기대를 걸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한 사실인 지도 모릅니다. 이제 결코 1승상대로 보기 어려운 스페인과 푸에르토리코 전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현재의 한국 팀이 이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탈 꼴지를 위해서 반드시 이겼어야 했던 이집트에게 한국은 이번 대회 경기 중 일본전에 맞먹는 최악의 경기력을 보이며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결코 어려운 현실 속에서 만들어진 현재의 대표팀을 마냥 탓하기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패배의 아픔들이 그저 굴욕으로만 그치는 것은 위험하며 앞으로 월드컵에서 지적된 팀의 문제점은 반드시 보완돼서 내년 5월에 있을 올림픽 예선전에 밑거름으로 작용해야 할 것입니다. 


 <사진 = 대한배구협회>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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