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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인터뷰②] 장혁진, '부산행'부터 '서울역'까지…연 감독과의 인연

기사입력 2016.08.23 13:26 / 기사수정 2016.08.23 13:28

김주애 기자

[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배우 장혁진이 인생 영화라고 말한 '부산행'에 이어 '서울역'도 누적 관객 10만 명을 넘어서며 인생 애니메이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장혁진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두 작품의 중심에는 연상호 감독이 있다. 혹자는 연이어 연상호 감독의 작품에 출연하는 장혁진을 들어 연상호의 페르소나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장혁진에게 연상호란 과연 어떤 의미일까.

▶ 연상호 감독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 연상호 감독은 알다시피 애니메이션을 감독이었다. 애니메이션 업계가 많이 힘들다. 다른 연기보다 출연료도 적어서인지, 녹음할 배우를 구하는데도 어려움을 겪는다. 연상호 감독이 영화 '사이비'에 더빙할 배우를 찾는 중, 연 감독과 나를 함께 아는 한 PD가 나를 추천해줬다. 처음 만났을 때 "출연료를 많이 못 드리는데 괜찮으세요?"라고 묻더라. 당연히 괜찮다고 말하고 녹음을 진행했다. 그때부터 인연이 되어 계속 다른 작품에서도 함께 일을 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연 감독을 소개해준 그 PD가 은인인 것 같다.

▶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에 모두 참여했다. 디렉팅의 차이점은?
- 별다른 차이점은 없는 것 같다. 애니메이션을 찍을 때도 선녹음을 하는데, 대본을 해석해주며 '이 장면은 어떤 상황이다.' 이 정도만 설명해준다. 나는 연상호 감독의 디렉팅 방식이 익숙해서 괜찮았는데, 현장에서 다른 배우들은 불안해했다. 특히 김의성 배우가 많이 불안해했다. "더 찍자, 이렇게 찍어서 영화 나오겠니"라고 볼멘소리를 하시다가도 막상 촬영본을 보면 "연 감독 천재다"고 추켜세웠다.

▶ 첫 실사영화가 천만 관객이 넘게 들었는데, 연상호 감독은 이에 대해 뭐라고 하던가
- 원래 연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가 개봉되면 관객이 많이 들어야 3만 명 정도였다. 그러다가 처음으로 천만이 넘으니까 연 감독도 얼떨떨해 보인다. '부산행' 관객 천 만이 넘은 후로는 '서울역' 시사회 현장에서 처음 만났다. 뒤풀이하는데 "형, 저 요즘 정신없어요"라고 하더라. 얼굴이 많이 힘들어 보였다. 다음 작품도 준비 중이고 애니메이션 제작도 하고 있어서 신경 쓸 일이 많다.

▶ (인터뷰 1에서) 연상호 감독은 천만 관객을 예상했다고 하지 않았나
- 연 감독은 굉장히 솔직한 사람이다. 영화를 찍으면서는 "형, 나 진짜 천잰가 봐. 영화 너무 잘 나왔어. 천만 넘을 것 같아"라고 하더니 막상 천만이 끝나니까 넋이 나갔다. 또 '부산행'이 칸에 갈 때도 처음에 초대를 못받았을때는 굉장히 기분 나빠하더니, 다시 칸에 간다는 말을 들으니 좋아하더라. 감정에 거짓이 없는 사람이다.

▶ '부산행' 캐스팅은 어떻게 제안받았나
- 연 감독이 '부산행'이라는 영화를 준비한다는 건 알았지만, 내 역할이 있진 않았다. 원래는 다른 배우가 기철 역을 맡기로 했다. 그래도 연 감독이 날 마음에 두고는 있었는지 연 감독이 나에게 "미안한데, 역할이 작은 거밖에 없다. 선뜻 해달라고 하기 미안하다"고 하길래, 작은 역할이라도 한다고 했다. 그런데 승무원 역할 하기로했던 배우가 갑자기 사정이 생겨서 못하게 되고 그 역할이 내게 떨어졌다. 그렇게 우연히 좋은 기회를 만나는 경우가 많았다.

▶ 우연히 기회를 만나는 경우가 많다고 했는데, 또 다른 경우에 대해 말해본다면
- 드라마 '미생'에서 문과장 역을 맡았을 때도 원래는 9회차에서 한 장면만 출연하는 역할이었다. 그런데 그때 (변)요한이와 (태)인호가 이야기를 잘 이끌어갔다. 서로 아웅다웅 싸우는 씬이 많아지고 여기에 스토리가 붙게되니 자연스레 내 장면도 많아졌다. 지나가다가도 한 컷씩 걸리곤했다. 감독님은 원래 한 회만 나오기로 계약하고 계속 쓰게 되니 미안하다고 계속 사과하셨는데 내가 '미안하면 계속 쓰세요'라고 말했다. 약속된 촬영분량이 끝나고 연극 연습을 하는 데 회사 대리가 와서 '대본 받아왔습니다'라고 하더라. 그렇게 '미생'의 문과장으로 남을 수 있었다.

▶ 우연이라기엔 본인이 노력해서 기회를 만들어가는 것 같다
- '미생'이랑 비슷하게 역할이 늘어났던 게 영화 '계춘할망'이다. 제주도 한라부동산 변 과장 역이었다. 두 씬 출연하는 거였는데 대사도 없었다. 감독이 그냥 알아서 하라길래 요즘 제주도에 중국인들이 많으니 중국어 대사를 만들어갔다. 중국어 하는 친구들한테 물어보고, 전화로 성조를 검사받고 그렇게 대사를 만들어갔더니 다들 진짜 중국인 같다고 하더라. 그 이전에 홍콩 누아르 물을 보고 자란 세대인 게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

▶ '서울역' 이야기로 돌아와서, '서울역'은 어떻게 찍게 됐나
- '서울역'은 2년 전에 작업을 마치고, 후반 작업까지 끝낸 영화다. 연 감독이 "'서울역' 이야기를 이어서 실사 영화로 찍어보자"고 아이디어를 내서 탄생한 게 '부산행'이다. 배급사에서는 실사를 먼저 개봉하고 '서울역'을 프리퀄로 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결과적으로 다 잘된 것 같다. '부산행'도 잘됐고, '부산행' 성공 덕분에 '서울역'에 대한 관심도 높은 것 같다.

▶ 2년 전에 마친 작품이 지금 개봉하다니 감개무량하겠다.
- 그렇다. 함께 연기한 배우들의 목소리도 지금과 조금씩 다르다. (류)승룡이 목소리도 젊은 느낌이 나고, 심은경이나 이준 같은 친구들 목소리에서는 어린 티가 난다. 특히 승룡이하고는 어렸을 때부터 같이한 시간이 많아서 기회가 되면 같이 작품 하자고 했는데, '서울역'을 통해 함께 연기해서 좋았다. 이렇게 의미 있는 작품이 가장 좋은 시기에 개봉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 앞으로도 계속 애니메이션을 하고 싶은가.
- 그렇다. 다다쇼(연상호의 독립제작사 스튜디오) 식구들에게도 빨리 다음 작품 쓰라고 말해뒀다. '사이비', '서울역' 외에 다른 애니메이션도 했었다.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같이 어린이들이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은 연기하면서도 그 목소리를 듣고 좋아하는 아이들 모습을 상상하며 연기한다. 내 아이들이 좋아할 수 있을 만한 연기를 하는 재미가 있다. 반면 '사이비'나 '서울역'같은 작품은 애니메이션보다는 어른들이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인터뷰③에서 계속)

savannah14@xportsnews.com / 사진 = 권혁재 기자

[XP인터뷰①] '부산행' 장혁진 "소희 팬들에 욕먹겠다 싶었다"
[XP인터뷰③] 장혁진 "동기 황정민·류승룡의 성공, 부럽기도 했죠"

김주애 기자 savannah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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