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5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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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리뷰] 시도는 참신, 플롯은 아쉽네…서태지의 '페스트'

기사입력 2016.08.17 16:20 / 기사수정 2016.08.17 17:03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카뮈의 소설과 서태지의 음악이 만난다니 정말 뜻밖의 조합이 아닌가. 시대도 배경도 다른 두 요소가 과연 잘 어울릴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당연지사다. 

20세기 문화 대통령이라 불리는 서태지의 곡들이 ‘페스트’를 통해 뮤지컬로 재탄생됐다.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이자 소설가 알베르 카뮈의 소설에 서태지의 초창기 음악부터 솔로음반 곡을 접목했다. ‘테이크 원', '휴먼 드림’, ‘10월 4일’, ‘너에게’, ‘시대유감’, ‘코마’, ‘비록’, ‘제로’ 등 익숙한 노래부터 덜 알려진 노래까지 서태지의 주옥같은 곡들이 공연 전반에 두루 쓰였다. 

극은 2070년대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첨단 도시 오랑을 배경으로 한다. 수백 년 전 창궐했던 페스트가 발병하면서 오랑 시민들은 혼돈에 빠진다. 시스템이 붕괴되면서 다양한 인간 군상이 나타나지만 정의로운 리유를 필두로 하나가 되어 간다. 

개인의 행복이나 목숨보다 규정이 중요한 오랑시티를 통해 무엇이 중요한지 보여준다. 말미 ‘우리가 인간임을 잊을 때 페스트는 다시 발병된다’는 대사가 등장하는데, 스스로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사람들은 페스트에 걸린 것과 다름없다는 의미를 전달한다. 설사 끝이 미약할지라도 극복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참담한 현실을 이겨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 과정에서 보여준 조명과 무대 연출은 상상으로 그려온 미래의 도시를 표현하기에 적합했다. 


한국 대중음악과 프랑스 문학의 만남을 무대로 옮긴 시도 자체는 과감하고 도전적이다. 무대에서 풀기 어려운 서사와 스케일을 어떻게 전개해나갈지, 서태지의 노래가 뮤지컬 넘버로 어떻게 새롭게 만들어질지 호기심을 끌 만했다.

시도까지는 참신하지만 전개의 맥이나 넘버의 연결은 완벽하지 못했다. 주크박스 뮤지컬이라 하면 종종 노래와 스토리를 억지로 끼워 맞춘 느낌을 줄 때가 있다. 스토리에 개연성이 없거나 생뚱맞은 장면이 나오기도 하는데, ‘페스트’ 역시 그렇다. 많은 이야기에 로맨스까지 전하려 하면서 매끄럽게 연결되지 못한 부분이 보인다.

영상의 활용도 과하다. 영상을 통해 미래의 분위기를 무대에 구현한 것은 좋았으나 배우들의 연기나 스토리보다 자막에 눈이 가게 한다. 방대한 내용을 자막과 화자를 통해 전달하려다 보니 산만함을 낳는다.

프리뷰 공연 때는 생뚱맞게 등장한 타루의 영상이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했다. 이후 영상을 삭제하면서 극이 훨씬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정의롭게 저항하는 오랑 시립병원 신임 원장 리유가 주인공이다. 리유 역의 손호영은 발음과 연기 면에서 아쉽다. 시스템의 통제 속에 살아가는 오랑시티의 시민을 표현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으나, 딱딱한 어투가 다소 어색하다. 가사 전달도 종종 부정확하다. 

서태지와 카뮈의 조합만으로 화제를 모은 ‘페스트’는 아직 모든 면에서 완벽한 공연이라고 할 순 없다. 탄탄하고 명확한 줄거리를 기대하기 보단 서태지의 다양한 노래를 감상하기에 더 적합한 작품이다. 그러나 창작뮤지컬이자 초연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아쉬운 부분이 조금씩 보완된다면, 보다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9월 30일까지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열린다. 170분. 만 7세 이상.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 스포트라이트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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