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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e스토리] '벵기' 배성웅 1 - 더 정글 크로니클

기사입력 2016.07.05 00:00 / 기사수정 2016.07.05 00:55

박상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상진 기자] 누구나 살면서 몇 번의 굴곡을 맞는다. 특히 인생의 특정 기간 집중해서 하는 운동선수나 프로게이머의 경우 슬럼프를 겪고 극복한다. 슬럼프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대로 자신의 커리어를 마감하기도 한다. 최정상의 위치에 섰던 선수라면 슬럼프를 극복하기 더욱 힘들다.

2011년 겨울, 한국에 들어온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는 많은 이의 운명을 바꿨다. 과거 스타크래프트와 견줄 수 있는 인기를 얻은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는 많은 스타를 낳았다. 그중 몇몇은 고난을 극복하고 계속 선수 생활을 이어갔고, 그렇지 못한 선수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혔다.

선수 생활의 위기라고 볼 수 있는 슬럼프를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극복하며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리그를 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할 선수가 있다. 바로 '벵기' 배성웅. SK텔레콤 T1 리그 오브 레전드 팀 창단 멤버로 줄곧 정글러로 활동했다. 그가 SKT T1의 모든 결승 경기에 출전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가 있는 동안 SKT는 롤챔스 5회 우승과 롤드컵 2회 우승, 그리고 MSI 1회 우승이라는,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대기록을 세웠다.

배성웅은 데뷔 전 '장병기마스터'라는 아이디로 활동했다. 초등학교 시절 크레이지 아케이드로 온라인 게임을 시작한 배성웅은, 이어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절 아발론 온라인을 즐겼고, 당시 사용하던 아이디인 '장병기마스터'를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도 사용했다. 이후 SKT에 입단하고도 이를 줄인 아이디인 '벵기'를 쓴 것. 

"아발론 온라인을 같이 즐기던 사람들이 리그 오브 레전드를 같이 하자고 권하길래 큰 생각 없이 게임을 설치하고 접속했죠. 아발론 온라인에서도 리그 오브 레전드의 정글에 해당하는 포지션에서 활약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처음에 아무무를 주고 정글을 돌아보라고 했는데, 첫 작은 골램에서 바로 죽었어요. 그리고는 바로 '대체 무슨 게임이 이래?'라는 생각을 했죠."



리그 오브 레전드를 잘 모르던 시절 배성웅은 모든 라인에서 게임을 즐겼다. 그가 리그 오브 레전드를 처음 접했을 때 챔피언 공략을 따로 접할 방법도 없어 아이템 트리도, 스킬 순서도 하고 싶은 대로 정하며 게임을 즐겼다고. 리그 오브 레전드 한국 서버가 생기자 배성웅은 서버를 옮겨 계속 게임을 즐긴 배성웅은 리그 배치 경기에서 8승 2패를 거두고 실버리그에 들어갔다.

배치 결과를 받고 리그 오브 레전드도 할 만하겠다고 생각한 배성웅은 계속 게임을 했다고. 리그 오브 레전드를 제외하고 딱히 마음에 드는 게임도 없어 계속하다 보니 점수가 쭉쭉 올랐고, 당시 리그 점수로 2천 점을 넘자 대회에 나가도 괜찮은 성적을 거둘 거 같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남는 라인에 가던 배성웅은 랭크 게임을 하며 정글러로 포지션을 굳혔다. 미드와 바텀 라인에 가면 계속 점수가 떨어져 정글러를 하게 됐다는 이야기다.

"당시 리그 오브 레전드 인벤에 보면 랭크 순위가 있는데, 그 순위표를 보고 10위 내에 든 걸 보고 잘하면 선수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리고 계속 상위권을 유지하자 한 팀에서 연락이 와서 첫 대회에 참가하게 됐어요. 한 명이 군대에 가게 되어 사람이 부족했고, 저와 대회에 나가고 싶다는 제의를 받고 승낙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정글이 아니라 탑에 가게 됐고, 1차전에서 바로 탈락했어요. RP를 준다길래 흔쾌히 수락한 건데, 제 주 포지션이 아닌 다른 라인에서 탈락한 거라 좋은 경험으로만 남았죠."



배성웅이 정글러로 대회에 출전한 첫 대회는 NLB 윈터 2012-2013. BBT라는 팀으로 출전해 대회 8강까지 올랐다. '불켜보니타릭'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했던 황규범의 제의를 받아 출전한 이 대회 8강에서 MVP 블루에 패해 탈락했지만, 배성웅은 자신의 프로게이머 생활 중 만난 얼마 안 되는 친구이자 숙적인 '마타' 조세형과 같은 팀으로 활동했다. 황규범이 팀을 만들며 소개했는데, 잘하는 서포터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대회가 끝난 후 배성웅은 한 기업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을 창단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했다. 팀을 만들 수도 있다고 해서 지원한 배성웅은 합격 통보를 받았지만, 팀이 만들어지지 않으며 다시 한 번 기회를 노려야 했다. 당시 '고전파'라는 아이디를 쓰던 이상혁, 그리고 '피글렛' 채광진과 인연이 닿게 된 계기였다.

그리고 배성웅은 이상혁의 제의로 한 인터넷 대회에 출전했다. '썸데이' 김찬호, '페이커' 이상혁, '피글렛' 채광진, '에프람' 김주호와 팀을 이뤄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한 후 배성웅은 SKT에서 선수 모집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게임 내 메시지로 김정균 코치에게 테스트에 참여하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많은 일을 겪은 후 최종 합격했다. 

"SKT에 합격하기 전에 다른 팀에서도 입단제의를 몇 번 받았는데, 부모님이 모두 거절하셨어요. SKT에 합격하고도 부모님이 반대하셨지만, 저도 이번 기회는 놓치기 싫어서 꼭 해보고 싶다고 이야기했죠. 그리고 SKT 정도면 대기업이고, 좋은 팀에 가는 거라 믿어달라고 이야기 해서 결국 허락받았어요."



SKT 소속으로 첫 출전한 대회에서 배성웅은 3위를 거뒀다. '임팩트' 정언영을 제외하고 롤챔스에 처음 출전하는 팀이 3위에 오를 정도면 잘 했다는 것이 그의 평가. 다들 긴장하지 않아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배성웅은 다음 시즌인 롤챔스 2013 서머 시즌에서 바로 우승을 차지한다. 프로 무대에 데뷔한 지 1년도 안 돼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SKT는 당시 다른 팀과 달리 선수를 선발할 때 처음부터 높은 점수를 가진 선수를 선발해 개인기를 바탕으로 압도하는 전략이 빛을 봤다. 

"결승전 경기 날 비가 엄청나게 왔어요. 비가 오는 두 세트 동안은 계속 졌죠. 김정균 코치님은 야외 대회날 비가 오면 무조건 진다고 싫어했는데, 비가 그치자 바로 스코어를 따라잡았죠. 두 세트 내줬지만 마음 편하게 여태까지 연습했던 걸 다 해보자고 바이를 꺼냈는데, 이게 효과가 좋았어요. 그리고 2대 2가 되자 우리가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죠. 마지막 세트 초반 '류' 류상욱 선수가 킬을 먹었지만, 상혁이가 안 밀리고 잘 풀어나가더라고요. 그리고 경기 후반 갑자기 상혁이가 제드 미러전에서 갑자기 킬을 냈다고 뜨길래 나중에 봤는데, 왜 상혁이가 저 체력으로 저기 있는지도 의문이고 킬을 낸 것도 신기하더라고요."

생애 첫 우승이지만, 배성웅은 4강에서 MVP 화이트를 꺾은 것이 더 기뻤다고 말했다. 첫 시즌 4강에서 MVP 화이트에게 탈락했기에, 이를 복수해서 짜릿했다고. '마타' 조세형이 입단 첫 시즌 만에 우승한 걸 보고 부러웠는데, 자신도 바로 다음 시즌 우승하게 된 것도 기쁜 일이었다. 이어 벌어진 롤드컵도 SKT의 무대였다. 첫 해외여행이고, 비행기가 착륙할 때 귀가 아파 고생한 것을 빼고는 배성웅에게 크게 힘든 일이 없었다. 다만, 실력으로 진 첫 경기가 정언영이 햄버거를 먹다 체해 경기에 진 걸로 알려저서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나진과의 4강 경기도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해 기억에 남는다고. 배성웅은 혈투 끝에 승리한 4강에 비해 쉽게 결승은 쉽게 풀어나가며 롤드컵 우승까지 차지했다. 

4강에 비해 쉽게 끝난 결승이었지만, 모두의 기억에 남을 사건이 있었다. 바로 '피글렛' 채광진의 펜타 킬을 막은 일. 

"결승전이다 보니 정말 정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광진이 트리플 킬까지는 봤는데 쿼드라 킬 메시지를 놓쳤죠. 당시 리 신으로 경기했는데 눈앞에 상대가 있고, 상황을 보니 킬을 낼 수 있어서 망설임 없이 상대를 잡았는데 광진이 비명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안 잡았으면 펜타킬인데  쿼드라 킬 메시지를 놓치는 바람에 그렇게 됐죠. 나중에 광진이에게 사과했어요(웃음)."



롤드컵을 우승하고 한국에 돌아오자 재미있는 일도 생겼다. 그의 고등학교 친구들이 플랜카드를 제작해 그의 모교인 동북고 앞에 붙인 것. 

"친구들이 현수막을 만들어 걸 거라고 보낸 메시지에 이상한 소리 하지 말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그걸 할 줄이야...  '권위 있는 세계 컴퓨터 게임 프로그램 대회에서 우승!'  이라는 문구로 만들었는데, 이거 절 축하하는 게 아니라 놀리려고 만든 거에요. 문구도 이상하잖아요? 인벤 화제글에 오른 이야기를 집에 가는 중에 메신저로 이야기 들어서 직접 확인해봤는데 진짜 걸려있길래 깜짝 놀랐죠. 그래도 그 문구는 이상했어요(웃음)."

배성웅과 SKT의 기세는 롤드컵 우승에서 멈추지 않았다. 이어 벌어진 윈터 시즌 전승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것. 대회 전 대진이 좋지 않아 우승이 힘들 거로 생각했지만, 운도 좋았고 다들 기량도 좋아서 경기 내 역전은 있었지만 패배를 당하지 않은 채 부드럽게 우승을 차지해 크게 기억에 나지 않는다고. 

승승장구하던 배성웅이었지만, 2014년 첫 슬럼프가 찾아왔다. 프로 데뷔 이후 쭉 상승세였기에 부진이라고 할 수 없는 성적이었지만 이들에게 어울리는 성적은 아니었다. 시즌 초반 서포터 '푸만두' 이정현이 나가고 '레이스' 권지민이 합류했지만, 여러 가지 문제로 다시 이정현이 합류했지만 예전의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솔로 랭크 점수는 좋았지만 스크림 승률이 좋지 않은 것이 경기 결과로 나왔다는 게 배성웅의 회고다. 



게다가 두 시즌 모두 8강에서 배성웅과 SKT의 숙적이라고 할 수 있는 삼성 화이트를 만난 것도 악재였다. 심지어 삼성 화이트와 서킷 포인트 동점 상황에서 벌인 롤드컵 직행 팀 결정전에서도 패배한 이후 선발전 마지막 나진과의 경기에서 패배하며 배성웅의 2014년은 마지막까지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리고 배성웅의 마음 속에 한 단어가 떠올랐다. '은퇴'

"제 경기력 자체가 좋지도 않았고, 스크림 성적도 안 나왔어요. 서머 시즌 끝나고 다시 경기력이 올라가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은퇴라는 단어가 자리 잡기 시작했어요. 삼성 화이트와 벌인 롤드컵 순위결정전에서 패배한 것도 충격이었고요. 그래서 김정균 코치님과 상담했죠. 코치님이 1년, 아니 한 시즌만 더 해보자고 간곡히 설득하셨어요. 코치님의 이야기가 정말 절실했고, 프로게이머를 그만두면 군대에 가는 거 외에는 길도 없었어요. 대학교에 간 거도 아니고, 공부를 시작하기에는 늦었다는 생각이었죠. 그래서 일단 한 해를 더 해보기로 했어요. 그때 군대에 갔으면 지금 즈음 전역하지 않았을까요(웃음)."

2014년 그렇게나 배성웅, 그리고 SKT를 괴롭힌 삼성 화이트는 그에게 어떤 팀이었을까. 배성웅은 당시 삼성 화이트를 다른팀 보다 메타를 앞서간 팀이라고 평가했다. 삼성 화이트의 서포터인 조세형과 정글러 '댄디' 최인규가 활약한 시야 장악 메타를 다른 팀보다 일찍 활용해 운영에서 앞서나갔다. 롤드컵 기간 삼성 화이트와 스크림을 했는데 정말 잘하는 팀이였다는 게 배성웅의 이야기다.



아쉬움의 2014년을 보낸 후 다가온 2015년은 배성웅에게도, 한국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에도 큰 변화가 온 해였다. 배성웅 역시 기존 2팀 체제에서 1팀 체제로 바뀌며 '마린' 장경환, '뱅' 배준식, '울프' 이재완, 그리고 이상혁과 같이 팀을 이뤘다. 연습을 같이하지는 않았지만, 1년 반 이상 같이 지내왔던 팀원들이라 어색함이 없었다고. 

작년에 이어 2015년 초반 역시 배성웅의 경기력은 좋지 못했다. 배성웅 스스로 스프링 1라운드에는 없던 긴장까지 하며 하면 안 되는 실수를 자주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배성웅의 솔로 랭크 점수는 점점 상승했고, 김정균 코치의 말대로 배성웅의 솔로 점수는 시간이 지나자 바로 대회 성적으로 나왔다. 솔로 랭크 점수가 오르자 배성웅의 자신감도 살아났고, 긴장도 실수도 더 이상은 하지 않았다. SKT 역시 반전을 시작했다. 스프링 2라운드에서는 그리고 결승에서 현재 ROX 타이거즈의 전신인 GE 타이거즈를 만났다.

"처음 GE 타이거즈의 팀 구성을 봤을 때 나진과 IM 출신 선수들이 모인 팀이고 바텀 라인이 강력할 거 같았는데 스프링 전반기에 정말 잘하더라고요. 직접 붙어봐도 정말 잘하는 팀이라고 생각했는데, 해외 대회에서 좋지 않은 성적을 내고는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죠. 그리고 결승전에서 만났는데, '톰' 임재현이 저 대신 출전해서 3대 0으로 승리하고 우승했죠. 조금 아쉽기는 했는데, 대회 전에 한 인터뷰대로 제가 나가기 전에 승리한다는 예측을 맞춘 건 기분 좋았어요(웃음)."

스프링 시즌 우승을 차지한 SKT는 기존 올스타전에서 형식이 바뀌어 새로 생긴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에도 참가했다. 하지만 SKT에서 결승에서 EDG에게 2대 3으로 패배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EDG 다이브 메타를 준비할 시간이 적었고, 이론적으로는 대책을 세웠지만 실전에서는 제대로 되지 않은 탓이었다. 그러나 MSI 준우승으로 자극받은 SKT는 롤챔스 서머까지 석권하며 2회 연속 우승 기록을 세웠다. 스프링 시즌에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MSI 결승전 패배로 더 열심히 준비한 결과였다. 2013 윈터 시즌만큼이나 부드럽게 결승에 진출한 SKT는 결승에서도 kt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기세가 오를대로 오른 SKT는 롤드컵까지 차지했다. 결승전에서 쿠 타이거즈에게 단 한 세트만을 내준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승리한 것. 하지만 경기 내에서는 계속 위험한 순간이 많았다. 팀이 교전에서 패배하고 퇴각하는 상황에서 배성웅은 이재완과 함께 후방을 굳건히 지키며 팀의 승리를 만들어냈다. 배성웅은 후퇴할 때에는 누군가 아군의 뒤를 지켜야 하는데, 당시 메타로는 탑과 미드, 원딜을 지키기 위해 정글이나 서포터가 서야 할 수밖에 없었다며 당연하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그리고 배성웅과 맞는 챔피언인 렉사이와 엘리스, 그리고 그라가스가 힘을 얻은 것도 롤드컵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것도 좋은 결과로 나왔다. 다만 그라가스 준비를 많이 했는데, 8강 이후 글로벌 밴 조치되며 아쉬웠다고 말했다. 그 대안으로 준비한 것이 자르반 4세. 메타에는 어울리지 않는 챔피언이지만, 그라가스의 대안으로 충분했다고 말한 배성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챔피언이 자르반 4세라고 말했다. 좋아하는 챔피언이지만 너프를 많이 당해서 아쉽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에게 첫 롤드컵 장소였던 미국에 이어 두 번째 롤드컵 지역인 유럽 전역을 여행하는 것도 배성웅에게는 즐거운 일이었다. 이동일에는 장비를 사용하지 못해 연습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여러 곳을 다니다 보니 많은 사람을 볼 수 있었다는 이야기. 4강이 열린 벨기에는 경기장이 도심 외곽에 있어 밤에 이동할 때에는 공포 영화 배경 같아 더욱 재미있었다고.

2015년 다시 부활한 배성웅에게 팬들은 아낌없이 사랑을 보냈다. 올스타전 정글러 투표 1위와 함께 e스포츠 대상 인기 정글러에도 오른 것. 다만 올스타전은 이상혁과 장경환에 밀려 출전하지 못했지만, 오히려 바쁜 일정에 휴식을 취할 수 있어 오히려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시즌이 끝나고 장경환과 이지훈이 중국으로 떠났지만, 한국에 남으면 성적을 낼 자신이 있었고, 나머지 팀원도 SKT에 남았기에 배성웅은 이적 대신 잔류를 선택했다. 아무래도 한국이 편하다는, 마치 슬램덩크에서 서태웅이 북산을 택한 것과 비슷한 이유였다.



다시 한 번 정점을 찍은 2015년에 이어 2016년 역시 SKT 천하가 이어질 거 같았다. '정글 그 자체', 뱅 '더 정글 갓' 기 같은 별명을 얻으며 최고 정글러 자리에 오른 배성웅 역시 다시 슬럼프를 겪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2016년 스프링 초반 SKT는 다시 한 번 부진을 겪었다. 그리고 배성웅 역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결국 '블랭크' 강선구와 교체되고 스프링 시즌 다시 부스에 들어오지 않았다.

"제가 대세 챔피언을 늦게 읽었고, 그 여파로 성적이 나오지 않았어요. 그레이브즈나 킨드레드와 제가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셨는데, 준비가 늦었다뿐이지 저와 안 맞지는 않았죠. 팀에서도 절 기다려줬고요. 코치님이나 감독님이 준비되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했는데, 경기에 나가서 제가 제 스스로에게 실망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전까지는 경기에 나서지 않으려는 생각이었죠."

SKT는 롤챔스에서 예상외의 부진에 빠진 채로 IEM에 출전했고, 배성웅은 코치로 다시 SKT에 합류한 이정현 코치와 한국에 남았다. 둘이 있는 시간은 이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고. 다만 이정현 코치의 1대 1 전담마크에 딴짓을 하지 못해 아쉬웠다고 말했다. 심지어 배성웅은 이정현 코치가 장보러 갈때도 자신을 데려갔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SKT는 IEM에서 배성웅 없이 우승을 차지하며 부활을 알렸다. 배성웅은 자신이 없는 상황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고 복잡한 생각도 들었지만, 어쨌든 팀이 우승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배성웅은 롤챔스 2라운드와 결승, 그리고 MSI까지 계속 팀에 시간을 달라고 했다. MSI 예선에서 팀이 부진할 때 김정균 코치가 출전 의사를 물었지만, 컨디션도 컨디션이고 팀원과 호흡을 맞추지 않은 상황이라 강선구가 나가는 게 맞다고 생각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리고 SKT는 4강 진출 이후 다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며 우승, 작년 준우승의 아쉬움을 달랬다.



그리고 서머 첫 경기에서 배성웅은 다시 부스에 모습을 드러냈다. 서머 시즌 직전 다시 스크림을 시작하며 언제든 다시 나갈 수 있겠다는 마음의 준비까지 마친 배성웅은 복귀전인 CJ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다시 한 번 본 실력을 보였다. 오랜만의 출전이라 긴장도 됐지만, 초심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라 신선하기도 했다는 배성웅은 ROX전에서 캐리형 정글러 중 최고라고 평가받는 '피넛' 한왕호까지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간의 연습도 연습이지만 자신이 즐겨 사용하는 렉사이가 좋아지면 편하게 게임할 수 있었고, 킨드레드와 그레이브즈 연습도 충분해 거부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스프링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안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남은 서머 2라운드와 포스트 시즌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 다시 한 번 롤드컵에 나가는 게 목표라는 배성웅에게 선수 생활의 목표에 관해 물어봤다. 

"은퇴해도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벵기' 배성웅이라는 정글러가 있었다는 걸 다들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롤챔스 우승 5회에 롤드컵 우승 2회를 차지했는데도 아직 부족하다는 듯한 배성웅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두 번의 슬럼프를 어떻게 버텼냐는 마지막 질문에 배성웅은 기다려준 팬들의 이야기를 했다.



"2014년에는 성적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아도 어쨌든 경기에는 계속 나왔으니 이기든 지든 계속 팬들을 봤는데, 2016년에는 제가 나오지 않았잖아요. 그래도 팬들은 계속 SKT 경기마다 오셔서 혹여나 제가 경기에 나오지 않을지 조마조마하며 기다려 주셨죠. 그런 모습을 보며 죄송하기도 했지만,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나갔다가 패배하고 실망시키기 보다는 준비가 된 상태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었고요. 

석 달만에 서머 첫 경기에 나왔는데 여전히 많은 팬이 저를 보러 와주셨더라고요. 경기에도 안 나왔지만 계속 저를 기다려 준 거죠. 그 모습을 보고 2014년에 너무 쉽게 은퇴를 생각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부스에 들어선 저를 보고 기뻐하는 팬들의 모습을 보고 정말 열심히 해서 선수 생활을 열심히 해야겠다고 결심했죠. 제가 어떤 상황이든 기다려 주신 거니까요.

예전에 상혁이와 같이 SKT 사보를 통해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었어요. 거기서 경기를 하지 않을 때도 사람들이 저를 기억해줄 수 있는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반 정도는 목표를 이룬 거 같아요. 어떤 선수가 되기보다는 열심히 하는 배성웅 그 자체로 기억됐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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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 기자 valle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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