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6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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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골 닮은 금어초, '곡성'의 소름돋는 디테일

기사입력 2016.05.17 10:45 / 기사수정 2016.05.17 12:24

김관명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관명기자] 나홍진 감독은 전작 '추격자'와 '황해'에서 무엇보다 리얼리티를 중시했다. 이는 이번 '곡성'에서도 여지없다. 몇가지만 꼽아봤다. 

(이하 강력한 스포일러 있음.)


#1. 해골을 닮은 금어초

금어초는 영화 막판 소녀 무명(천우희)이 귀신 들린 효진(김환희)을 구하고 이에 다가오는 무당 일광(황정민)을 저지하기 위해 대문 앞에 건 시든 꽃이다. 영화에서도 클로즈업되긴 했는데 워낙 어두워 잘 구분을 못한 관객이 많았다. 하지만 스틸을 클로즈업해보니 소름이 돋을 정도로 해골을 닮았다. 

금어초(金魚草. Snapdragon)는 살아있을 때는 꽃이 용머리 모양(Snapdragon) 혹은 금붕어 입모양(金魚)이지만, 시들면 해골을 닮는다고 해서 유명한 풀이다. 제작진은 이를 위해 촬영 몇 달 전부터 실제 재배한 금어초를 자연스럽게 말려 그 중 가장 해골 모양에 가장 가까운 것을 골랐다고 한다. 


#2. 일광 굿에 등장한 불보살번

무당 일광이 효진을 구한다며 돈 천만원을 받고 굿을 하는 대목에 잠깐 스쳐간 불보살번. 한마디로 부처와 보살의 이름을 적은 깃발이다. 무속신앙에서는 이 불보살번이 망자를 극락세계로 인도하고 망자를 심판한다. 어쨌든 '곡성'에 등장한 이 불보살번 중 가운데 세 깃발이 소위 '삼신번(三身幡. 오른쪽부터)'이다. 앞에 붙는 '나무(南無)'는 잘 알려진 대로 범어의 'Namasa'를 음사한 말로 부처나 보살의 명호 앞에 관사처럼 쓰인다. '돌아가 의지한다'는 뜻. 

나무청정법신비로자나불(南無淸淨法身毘盧遮那佛) = 부처의 법신(法身)인 비로자나불
나무천백억화신석가모니불(南無千百億化身釋迦牟尼佛) = 부처의 화신(化身)인 석가모니불
나무원만보신노사나불(南無圓滿報身盧舍那佛) = 부처의 보신(報身)인 노사나불



#3. 외지인의 지렁이 꿰기 그리고 낚시

낚시는 영화 '곡성'의 메인포스터에도 등장했을 정도로 의미심장한 메타포다. 성경에도 '사람을 낚는 어부'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했다. 예를 들어 "나를 따라 오너라 내가 너희로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 하시니"(마태복음 4장 19절) 이런 것. 의미는 물고기를 잡는 어부가 아니라, 사람을 모아 복음을 전파하는 사람(제자)으로 만들겠다는 뜻이다.

'곡성'은 우선 외지인(쿠니무라 준)이 하는 낚시를 그가 적그리스도임을 나타내는 강렬한 상징으로 활용했다. 한마디로 그는 사람을 낚아 복음을 전하는 대신 죽음을 퍼뜨린 것이다. 외지인이 쌍바늘에 지렁이를 미끼로 꿰는 장면도 의미심장하다. 떡밥 같은 곡물류가 아니라 지렁이 같은 생미끼를 썼다는 것은 산 사람을 미끼로 만들어 더 많은 사람들(물고기)을 덫에 걸려들게 만들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영화가 더 주목한 것은 이 미끼가 특정 물고기를 위해 던져진 것이 아니라는 점. 누군가가 큰 잘못을 해서 험한 꼴을 당하는 게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그리고 누구에게나 악은 무차별적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왜 하필 효진이 귀신 들려야 했는지를 묻는 종구(곽도원)의 질문에 일광이 명확히 답한다. "자네는 낚시할 적에 뭐 어떤게 걸려 나올지 알고 하는가?" 어쩌면 이 대목이야말로 영화 '곡성'이 힘주어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이자 위로인지도 모른다. 

el34@xportsnews.com /사진 = '곡성' 스틸 및 예고편 캡처.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김관명 기자 el3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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