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박진태 기자] 선봉장으로 나오는 선발 투수의 어깨에 개막전 성패가 달렸다.
내달 1일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의 대장정이 열린다. 장기 레이스의 첫 발을 내딛는 개막전, 어느 때보다 선발 투수의 활약이 중요하다. 지난 28일 블루스퀘어홀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8개 구단이 개막전 선발 투수를 공개했다. 그러나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는 비공개로 응수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각 구단의 에이스가 총 출동하는 만큼 팬들의 이목은 개막전에 쏠리고 있다.
■ '新 에이스' 차우찬 vs '사자 사냥꾼' 니퍼트
올 시즌 팬들에게 첫 선을 보이는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개막전에는 차우찬과 더트틴 니퍼트의 맞대결이 펼쳐진다. 미디어데이에서 류중일 감독은 "선발 투수로 차우찬이 나선다"며 "니퍼트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번 무너뜨려 모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에 대해 김태형 감독은 "니퍼트인데 괜찮으시겠냐. 지금이라도 바꿔드리겠다"고 응수했다.
지난 시즌 차우찬은 두산을 상대로 두 경기 선발로 등판해 11⅔이닝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했다. 2015 한국시리즈에서도 그는 불펜으로 등판해 두산 타선을 5이닝 평균자책점 0으로 압도한 전력이 있다. 니퍼트의 경우는 명실상부 '사자 사냥꾼'이다. 최근 3시즌 그는 삼성전 87⅓이닝 9승 1패 평균자책점 2.89를 기록하고 있으며, 작년 한국시리즈 때 9⅓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0을 기록하며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차우찬과 니퍼트의 선발 대결, 누구의 우위를 점하기 힘든 '백중세'다.
■ '20승 도약의 첫 발' 해커 vs '토종 자존심' 양현종
지난 시즌 19승(5패)를 기록한 애릭 헤커가 20승 도전을 위한 첫 발을 내딛는다. 작년 해커는 KIA전 네 경기 선발로 등판해 3승 평균자책점 0.63으로 호투했다. KIA전 해커는 NC에서 낼 수 최고의 카드다. 그러나 시범경기에서 그는 16⅔이닝 평균자책점 6.48로 다소 부진했다. 김경문 감독은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에 걱정하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했다. 개막전을 앞두고 해커가 얼마나 컨디션을 끌어올렸을지가 관건이다.
KIA는 NC를 잡기 위해 '토종' 양현종 카드를 내밀었다. 작년에 이어 두 시즌 연속 개막전 선발로 등판하는 양현종이다. 지난 시즌 LG와에 개막전에서 그는 6이닝 5피안타 4볼넷으로 흔들렸지만 무실점을 기록하며 자신의 역할을 다한 바 있었다. 2015시즌 양현종은 NC와의 경기에서 다섯 차례 선발 마운드에 올라 28⅔이닝 평균자책점 3.14를 기록했다. 9이닝 당 삼진 개수가 8.48에 이를 정도로 뛰어난 구위를 과시했지만, 9이닝 당 볼넷 개수 역시 4.71로 많았다. NC전 양현종의 과제는 역시 볼넷을 줄이는 것이다. 냉정하게 판단했을 때 KIA의 공수 전력이 NC에 비해 뒤지는 것도 양현종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 'kt 악몽 끊는다' 김광현 vs '첫 선' 마리몬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는 김광현과 마리몬이 맞대결을 펼친다. 김광현은 작년 kt의 타선에 혼쭐이 났던 만큼 개막전 설욕을 다짐하고 있다. 그는 지난시즌 kt전 23이닝 평균자책점 9.00으로 부진했다. 오프시즌 타선을 보강한 kt이기에 김광현은 더욱 강해진 상대와 승부해야 한다. 그러나 김광현 역시 '체인지업'이라는 무기를 장착하며 업그레이드 했다. 시범경기에서 김광현은 네 차례 등판해 14⅓이닝 평균자책점 0.63으로 완벽투를 펼쳤다.
반면 마리몬은 미지의 투수다. 오프시즌 kt는 마리몬을 총액 60만 달러에 영입을 했다. 평균 140km/h 후반의 강력한 속구가 장점인 그는 마이너리그에서 8년간 활약을 했으며 메이저리그에서는 총 열여섯 경기 등판해 1패 평균자책점 7.36을 기록했다. 시범경기에서는 세 경기에 나와 14이닝 평균자책점 7.07로 다소 부진했다. 시즌 첫 경기의 중책을 마리몬이 이겨낼 수있을지가 관건이다.
■ '위기의 팀을 구해라' 피어밴드 vs '달라진 팀 전력' 린드블럼
다수의 전문가들이 넥센 히어로즈를 최하위 후보로 꼽고 있다. 냉정하게 오프시즌 넥센의 전력은 보강보다 유출이 컸다. 하지만 염경엽 감독은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 목표다"라며 당당히 포부를 밝혔다. 개막전 선발투수로 등판하는 피어밴드는 작년 롯데전 22이닝을 던져 1승 1패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했다. 좋지도 않고 크게 나쁘지도 않은 수치. 그러나 객관적으로 팀 전력 약화는 피어밴드의 어깨를 더 무겁게 할 수 있다. 또한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지는 첫 정규시즌 경기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그는 지난 18일 고척돔에서 열린 두산전에서 4⅔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롯데는 넥센의 피어밴드 카드를 린드블럼으로 응수한다. 린드블럼은 지난 시즌 넥센전에 다섯 경기 선발로 등판해 3승 평균자책점 2.91을 기록했다. 9이닝 당 볼넷 개수는 2.65이었으며, 피안타율은 2할7푼8리로 준수했다. 롯데는 이미 넥센과의 3연전 선발 투수(린드블럼-레일리-송승준)를 공개했다. 린드블럼의 어떻게 스타트를 끊느냐에 따라 넥센과의 3연전이 향방이 갈리게 된다.
■ 비공개로 응수, 한화의 개막전 선발에 궁금증
지난 미디어데이 김성근 감독과 양상문 감독은 선발 공개를 놓고 입담을 벌였다. 김 감독은 "새벽 세 시까지 고민을 했지만, 선발 투수를 확정 짓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양 감독은 "내가 김 감독님한테 야구를 배운 만큼 감독님의 야구관에 따라 나도 공개하지 않겠다"고 응수했다.
LG의 개막전 선발 투수는 헨리 소사와 우규민이 유력하다. 그러나 지난 시즌 상대 기록을 살펴보면 소사에 무게가 실린다. 소사는 작년 한화전에서 33⅓이닝을 소화해 3승 1패 평균자책점 2.97을 기록한 반면, 우규민은 10⅔이닝 평균자책점 7.59로 부진했다.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난 LG에 비해 한화의 개막전 선발 투수는 말 그대로 미궁 속이다. 에이스 에드밀 로저스의 등판이 불발된 가운데 송창식과 '신인' 김재영,알렉스 마에스트리, 안영명 등이 꼽히고 있다. 작년 LG와의 경기에서 8⅓이닝 평균자책점 2.16을 기록하며 호투했던 안영명이 유력 후보로 꼽히지만, 시범경기에서 그는 4⅓이닝 평균자책점 24.92로 부진했다. 선발진이 불안한 한화이기 때문에 개막전 선발 투수는 선발의 의미보다 첫 번째 투수의 역할이 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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