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전태양이라는 선수를 만난 건 약 7~8년 전이다. 전태양은 당시 열네 살의 중학생이었다. 전태양을 처음 만난 당시 전태양은 배틀넷에서 슈퍼 스타였다. 전태양은 초등학교 6학년 시절 고등학생 아마추어를 꺾을 정도였다. 그 당시만 해도 내가 전태양에게 받은 이미지는 그의 아이디 처럼 아기(Baby)였다. 저 꼬마가 게임을 잘한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
전태양이 프로게이머로 데뷔한 후 브루드 워 시절 그를 따라다닌 별명은 ‘유망주’였다. 언제나 가능성은 있었지만, 실제 성적은 내지 못하고 있었다. 위메이드에서 8게임단으로 옮겼지만 여전히 성적은 내지 못했다. 자유의 날개와 군단의 심장 시절에도 전태양은 여전히 ‘유망주’였고, 가능성만 있었던 선수였다.
그러나 군단의 심장 말기 전태양은 드디어 유망주라는 껍질을 깨고 나왔다. 2015년 스타리그 시즌3에서 준결승까지 오르며 자신의 개인리그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 것. 아쉽게도 2015년의 전태양 앞에는 역시 커리어 하이를 달리고 있던 한지원이 있었다. 2015 GSL 시즌2부터 계속 결승전에 올랐던 한지원에게 패배했지만, 전태양은 더 높이 오를 수 있는 발판을 밟았다.
전태양이 최고의 경기력을 보이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공허의 유산에 들어오며 전태양은 ‘유망주’가 아닌 테란 최고 선수로 거듭났다. 분광기 사도라는 테란의 역대급 암흑기에도 전태양은 홀로 빛났다. 테저전과 테테전에서 이미 최고의 기량을 보이던 전태양은 사도 패치 이후 프로토스 전에도 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주 GSL 32강 역시 전태양은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이번 시즌 16강에 오른 것은 진에어 그린윙스의 김도욱과 전태양 둘 뿐이다. 그 정도로 전태양의 경기력은 하늘을 찔렀다.
이번 시즌 전태양의 경기력 뒤에는 해방선이 있다. 공허의 유산에서 추가된 신 유닛인 해방선은 수비에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유닛이다. 수비 외에도 견제뿐만 아니라 공격에서도 빠지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지난주 진행된 경기에서도 전태양은 견제 위주 플레이에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해방선을 사용한 수비로 넘어갔다. 테란의 정석적인 플레이지만, 막상 대회에서는 이런 플레이를 보이기 쉽지는 않다. 하지만 전태양은 연습실에서 보이던 경기력 이상을 보였다.
군단의 심장 첫 테란 결승 진출자인 이신형은 당시 신 유닛이던 화염기갑병을 이용한 플레이를 누구보다도 잘했다. 누구보다 신 유닛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던 이신형은 확장팩 첫 결승에 올랐다. 이신형은 자유의 날개 마지막 GSL 4강에 올랐고, 군단의 심장에서 계속 좋은 모습을 보였다.
전태양 역시 마찬가지다. 군단의 심장 마지막 스타리그에서 4강에 오른 전태양은 지금 누구보다 해방선을 잘 이해한 선수다. 그리고 지금 최고의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전태양은 2007년 데뷔 이후 그의 팬, 그리고 차세대 스타 등장을 기다리던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 과연 전태양은 이영호의 뒤를 이어 kt 테란의 후계자가 될 수 있을까.
vallen@xportsnews.com 글=박진영 GSL 해설/정리=박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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