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0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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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 인사이드] 여자친구가 만만해 보이니?

기사입력 2016.02.02 16:06

김경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민 기자] "걸그룹 시장이 어려운 건 잘 알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가 신생회사 지만 여자친구 같은 경우도 있지 않습니까? 한방을 노려 봐야죠."-모 신생 기획사 대표.
 
2009년 원더걸스, 카라, 소녀시대로 시작된 걸그룹 붐은 7년이 지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끝물인 듯 했지만 국민 여동생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설현이 소속된 AOA를 비롯해 2015년의 실질적인 걸그룹 신인왕으로 불리는 여자친구, 그리고 JYP의 트와이스가 대표적인 경우다.
 
그런데 이들 걸그룹 외에도 수 많은 팀들이 지난 해 이미 데뷔했거나 올해도 데뷔를 앞두고 있다. 물론, 가요계 3대장 SM, YG, JYP를 비롯해 FNC, 큐브, 스타제국, DSP, MBK(구 코어콘텐츠) 같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알아서 잘 할' 아이돌 제작사는 그렇다 치자. 문제는 무척이나 좁다는 연예계 바닥 매니저들끼리도 알지 못하는 회사의 걸그룹이 무척이나 많다는 것이다.
 
이들은 하나 같이 여자친구를 언급한다. '흙수저 걸그룹'의 대표격으로 몇몇 언론에서 언급해서일까? 여자친구를 힘도 없고 백도 없는 이들의 성공 신화로 대다수 매니저, 아니 매니저 직함을 달고 있는 비전문가들이 말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들 앞에서는 "힘내세요"라고 답을 한다. 하지만 여자친구를 그들이 생각하는 것 같은 '소가 뒷걸음질 치다 쥐를 잡은 경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여자친구 소속사 쏘스뮤직의 소성진 대표는 SM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를 거친 후 독립해 불운한 시절도 있었지만, 가요계에서는 알아주는 제작자이기 때문이다.
 
사실 여자친구도 하늘에서 떨어진 멤버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소 대표가 직접 현장에서 발로 뛰면서 멤버를 끌어 모았다. 몇몇 멤버들은 유명 기획사에서 연습생으로 있었지만 콘셉트가 맞지 않아서 데뷔와 미뤄진 이들을 영입했다.
 
여기에 쏘스뮤직의 신인개발팀을 칭찬할 만 하다. 여자친구가 해온 안무는 걸그룹이라고 보기는 힘들만큼 파워풀 하다. 그런 안무를 소화할 수 있는 기본을 닦는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혹자는 여자친구에 대해 '레퍼런스의 승리'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쉽다는 여자친구 콘셉트로 성공한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여자친구는 소녀시대, 카라 같은 2세대 걸그룹이 20대 중반을 넘고, 청순 콘셉트가 득세하고 있는 가요계 틈새를 잘 비집고 들어간 사례다.
 
여자친구는 소녀시대 처럼 화려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트와이스 처럼 화려하지도 않다. 멤버 개개인을 놓고 봤을 때는 이 정도의 인기를 예상할 수도 없었다. 팀 전체가 일관적인 콘셉트에 맞춰서 활기찬 노래와 안무로 대중의 호감을 얻었다. 완벽하지 않은 상품을 소성진 대표의 패를 던지는 타이밍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셈이다.

미안하지만 앞서 언급한 중상위권 기획사들 외의 기획사들은 패션계도 아닌데 유행을 참 잘 탄다. 2014년 및 2015년 초반까지만 해도 섹시 걸그룹을 한창 내놓더니 요즘은 청순 걸그룹을 론칭하고 있다. 이미 가요계 시계는 절반을 돌았는데, 뒤늦게 대세에 합류를 하는 셈이다.
 
얼핏 보기에 여자친구는 참 쉬워 보인다. 화려한 무대나 의상도 없다. 앞서 언급한 매니저의 사례 처럼 대충 예쁘장한 연습생들에게 운동복이나 교복을 좀 입혀서 밝은 노래를 부르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대다수다.  
 
그렇지만 여자친구는 세대 교체를 앞둔 걸그룹 시장의 판도를 예측하고, 2007~8년의 소녀시대를 추억하는 팬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기획의 결과물이다. 세대를 거듭하면서 강렬하고 난해함만을 추구하던 걸그룹 시장에 아이돌이 추구하던 원점을 제시했다. 아이돌의 '춤을 따라하고 노래를 함께 부를 수 있는' 간단한 원리를 다시 찾은 셈이다.
 
물론 '청순함', '파워풀'이라는 단어로 여자친구를 따라 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돌이 주는 즐거움이라는 원초적인 재미라는 포인트에서 여자친구는 쉽게 넘볼 수 있는 팀은 아니다.
 
fender@xportsnews.com

김경민 기자 fend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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