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3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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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호 "한국 타자들, ML서 통한다고 확신했다" [송년 인터뷰 ②]

기사입력 2015.12.30 07:30 / 기사수정 2015.12.30 00:25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이범호(34,KIA)가 "한국 타자들도 메이저리그에서 충분히 해볼만 하겠다"고 '체득'했던 것은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때였다. "비록 나는 아닐지라도 KBO리그 타자들도 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어왔다.

"700만이 아니라 1000만 관중을 불러 모으려면 선수들의 신비주의도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범호는 마케팅 아이디어도 앉은 자리에서 술술 풀어낸다. 적절한 폐쇄성과 구단의 전략을 더해 지금보다 체계적으로 스타 플레이어들을 만들고, 이들을 보기 위해 더 많은 팬들이 야구장을 찾게하면 자연스레 선수들 스스로의 자정 능력까지 생길 것이라는 생각이 밑바탕에 있다. 굳이 마케팅이라고 명명하지는 않았지만, 프로 생활을 오래한 선수만이 가질 수 있는 의견이기도 하다.


◆ 스무살 이범호, 달라진 꿈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프로 첫해로 돌아가고 싶다. 물론 돌아가도 지금의 마인드로 야구를 할 수는 없겠지만 다시 시작해보고 싶다. 그때와 지금은 달라진게 많다. 내로라하는 선수들은 메이저리그에도 진출할 수 있고 꿈을 펼칠 수 있는 길들이 넓어졌다. 그게 참 부럽다. 

(추)신수처럼 어린 나이에 미국까지 건너가서 마이너리그부터 고생해 메이저리그까지 올라가는 선수들은 정말 너무나 위대한 선수들이다. 또 포스팅이 아닌 FA로 좋은 대접을 받으며 진출한 (김)현수도 멋지고 부럽다. 나는 그정도의 레벨이 안되지만 그런 목표를 삼고 뛸 수 있다는게 지금 후배들에게 가장 부러운 점이다. 

며칠전에 김현수 다음으로 나성범도 메이저리그에서 관심이 있다는 뉴스를 봤는데, 그것 자체로도 근사하다고 생각했다. 아직 젊은 나이에 더 큰 무대에 도전해볼 수 있도록 가능성이 생기는 것 아닌가. 손아섭, 황재균 같은 친구들도 충분히 도전해볼 수 있었다. FA를 1년 앞두고 말 그대로 가치 평가를 받고 싶다는 뜻 아닌가. 비록 가치가 안나왔지만 다시 자기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열심히 하면 된다. 도전을 해보는 것 자체가 멋지다. 도전 자체도 못하는 선수들이 태반이다.

◆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그동안 한국 타자들이 메이저리그에서 크게 성공한 케이스가 없었으니까 구단들이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2009년에 WBC에 갔을때 메이저리그 주전 투수들과 일본의 최정상급 투수들의 공을 비교해서 쳐보니까 한국 타자들도 충분히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확신이 왔다. 

내가 그때 메이저 10승, 12승 투수들의 공을 쳤었다. 비시즌이라 몸이 제대로 안만들어져있다고 해도 선수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재능은 숨기지 못한다. 공의 스피드가 1~3km/h 정도 덜 나오더라도 구위 자체가 어디 가진 않는다. 그래도 그런 공들을 쳐보면서 나는 힘들겠지만 나 말고 다른 선수들은 충분히 미국에 갈 수 있겠다 싶었다. 큰 경험이었다.

물론 그때까지는 엄두를 못냈던게 사실이다. 그곳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을 인정해주지 않으니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 직접 느낀 한국과 일본 타자의 차이

한국 타자들이 일본 타자들보다 유리한게 있다. 바로 적응이다. 일본은 야구장에 다 인조잔디가 깔려있고 돔구장이 많다. 그래서 땅볼, 뜬공 대처 능력이 국내 선수들보다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내가 직접 해보니까 까만 밤에 뜬공을 잡는 것과 일년내내 변화가 없는 돔구장에서 뜬공을 잡는 것은 차이가 크다. 

일본 야수들이 국제 대회에서 중요한 순간에 뜬공 처리 실수를 하는 것도 돔구장에 익숙해져있기 때문 아닐까. 돔구장에서 변화가 없는 공만 잡다가 움직임이 있는 타구를 잡으면 분명한 차이가 있다. 

공격도 마찬가지다. 야외 구장에서 치는 것과 돔구장에서 치는 것은 감각 자체가 다르다. 맞바람이 올 때 치는 강도 등 여러가지 변수가 분명히 있다.

친화력도 차이가 난다. 한국 선수들은 외국인 선수들과 이야기도 많이 하고 가깝게 지내지만, 일본은 외국인 선수들과의 대화가 많지 않다. 특히 실력이 비슷한 라이벌급의 선수가 오면 말도 잘 안건다. 한국 선수들은 영어가 능숙하지는 않더라도 자기가 알고 있는 단어 내에서 자꾸 말을 거는데, 일본 선수들은 완벽하지 않은 영어를 구사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 같더라. 그래서 한국 선수들의 적응력이 더 유리한 것 같다. 

◆ 나는 실패했어도…

사실 내 키에, 내 덩치에 설령 메이저리그에 갈 수 있었다고 해도 성공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래도 정호나 병호, 현수 이런 친구들은 참 멋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메이저리그에서 꿈을 펼친다는 자체가 대단하다. 설령 성공을 못하더라도 어떤가. 그들은 분명히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이고, 실패를 한다고 해도 우리 리그의 수준이 아직 발전해야한다는 뜻이다. 개인의 실패로 몰기만 할 것은 아니다. 

이번에 새로 진출한 선수들도 다 잘할 것 같다. 처음에는 헤맬지라도 가면 갈 수록 적응이 되게 돼있다. 솔직히 나는 일본에서도 실패했으니 이런말, 저런말 할 자격이 없다. 그래도 꿈을 가지고 뛸 수 있는 후배들이 부러운건 사실이다.



◆ 이범호에게 주어진 숙제 : 이제는 정말 우승 한번 해보고 싶다

FA 계약도 마쳤고 몇년 더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으니 구단에서 또 선수들이 내게 원하는 것들을 해보고 싶다. 내년에 특별한 전력 보강도 없고, 다른 팀들 중에 보강을 많이 한 팀이 있어서 힘든 시즌이 될 것이다. 그래도 이 힘든 시기를 잘 다듬어놔야 2017년에 풀 시즌을 뛰어줄 수 있는 김선빈, 안치홍이 돌아오면 시동을 걸 수 있다. 내년은 내후년을 위해 선수들의 기량을 올리는 시기가 되지 않을까.

우승 한번 정말 해보고 싶다. 2011년에 KIA에 처음 왔을 때는 여기가 우승 전력이었다. 그런데 1년, 1년 지나면서 (이)용규가 나가고, 후배들 군대가고, 외국인 선수들 생각보다 못하고… 그러다 밑으로 처져있는데 한번은 다시 오를 시기가 올 것이다. 올해 두산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는데 너무 부럽더라. 

이왕이면 내가 KIA에서 뛰고 있을때 그 시기가 왔으면 좋겠다. 한살이라도 젊을 때, 조금이라도 힘쓸때 와서 우승의 한을 풀고싶다. 그러려면 개인적으로 몸도 잘 만들고 준비를 해야한다. 그게 지금 내게 주어진 숙제인 것 같다.


NYR@xportsnews.com/사진 ⓒ 엑스포츠뉴스DB


※ 인터뷰 더 보기 : "KIA에서 은퇴하고 싶다" 이범호가 선택한 가치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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