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7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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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표 없는 축구장' 수원에 자생력 안기고 떠난 이석명 단장

기사입력 2015.12.05 09:16

조용운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올 한해 정말 힘들었다."


수원 삼성의 이석명 단장은 지난 1일 현대오일뱅크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페어플레이상을 받으며 2015년을 이렇게 돌아봤다.

축구는 선수들만 뛰는 것이 아니다. 한 해 동안 선수들이 마음 놓고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안정감을 불어넣기 위해 프런트도 함께 달린다. 구단의 장•단기 계획을 수립하고 결정권을 행사하는 단장의 자리는 고민이 많은 자리다. 

이 단장의 힘들었다는 소회는 정직하고 솔직했다.  지난 2012년 수원의 5대 단장에 임명된 이 단장은 어느 때보다 힘들었던 한해를 마감하고 단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4일 그룹의 정기인사에 따라 소임을 마치고 퇴임했다.

이 단장의 3년6개월은 눈앞의 현안을 해결하는데급급한 시간이었다. 구단의 재력을 한껏 과시하던 옛 기억에서 벗어나 허리띠를 졸라맬 때 소임이 시작됐다. 전임 단장 시절과 비교해 매년 예산이 줄었고 급기야 관리 주체도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이전하며 혼란한 상황이 지속됐다.

반토막이 난 구단 운영 자금에 수원의 행보는 옛 명성을 잃었고 한동안 무관이 길어졌다. 이 단장도 "팬 여러분의 뜨거운 응원과 지지에도 불구하고 우승 한 번 못한 무능한 단장으로 물러나게 되어 정말 아쉽고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스스로 실패한 단장이라 밝혔지만 수원은 이 단장을 통해 경영 효율화 과정에 성공했다. 삼성전자 중국법인에서 오랜기간 역임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밑빠진 독이 물 붓던 상황을 건전하게 바꿔놓았다.

 

구단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해 그동안 당연하다시피 했던 초대권 제공을 폐지했다. 티켓의 가치를 높이고 프로다운 운영을 취지로 내건 이 단장의 결정은 무모해보였지만 올 시즌 1만명 이상의 관중을 꾸준히 불러모았고 유료관중 비율 90%를 달성했다. 수원 관계자는 "공짜표 없는 축구장을 실현하면서 입장수익이 늘었고 구단이 자생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스타가 떠난 자리도 유스팀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새로운 해법을 만들어냈다. 유스팀인 매탄고는 물론 더 어린 선수들과 수원 1군 선수들의 접촉을 늘리는 멘토링 행사를 통해 유기적인 공감대를 구단에 불어넣었다. 덕분에 수원은 선수단 규모가 줄어든 상황에서도 2년 연속 K리그 클래식 2년 연속 준우승의 소기 목표를 달성했다.

 

그래도 이 단장은 떠난는 상황에서도 공을 다른 이들에게 돌렸다. 그는 "힘든 여건에도 좋은 성적으로 올려준 서정원 감독, 코칭스태프, 프런트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 사랑한다"고 말하며 "이제 한 명의 서포터로 돌아가, 경기장 한 켠에서 목청껏 수원을 응원하겠다"고 퇴임 인사를 대신했다.

 

puyol@xportsnews.com / 사진=프로축구연맹 제공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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