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8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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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 12] 이순철 코치가 기억하는 쿠바 메사 감독

기사입력 2015.11.06 07:31

이지은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지은 기자] "나가면 7관왕이었어. 우리보다 몇 수는 앞서 있었지."

5일 쿠바와의 2차 평가전을 앞두고 이순철 코치는 느닷없이 쿠바 더그아웃을 가리켰다. 그 끝에는 쿠바대표팀의 빅토르 메사 감독이 있었다. 유쾌한 언사와 격의없는 행동으로 한국대표팀에게 깨알같은 웃음을 선사했던 메사 감독이었지만, 이순철 코치의 머릿 속에서는 강렬했던 '선수 메사'가 먼저 떠올랐기 때문이다.

어느더 시간은 1983년도로 거슬러 올라갔다. 이순철 코치가 메사 감독을 처음 봤던 건 당시 벨기에에서 열렸던 대륙간컵 대회, '호타준족'이었던 메사의 플레이가 아직도 생생했다. "수비에서는 중견수, 타선에서는 1번으로 나왔다. 게다가 나왔다 하면 7관왕은 했다. 주루, 타율, 홈런 등등 못하는 게 없었다"는 게  이순철 코치의 기억. "우리보다 10수는 위였다. 우리가 겨우 공격을 한 3분 하고 끝내고 나면, 저 팀이 나와서 10분은 하고 들어갔다"며 껄껄 웃었다.

야구 센스 자체가 타고난 선수였다. 동물적인 감각으로 상대방의 약점을 역이용했다. 당시 한국팀의 포수는 좋지않은 버릇을 하나 가지고 있었다. 투구와 투구 사이, 투수에게 공을 전해주는 과정에서의 송구법이 문제였다. 이순철 코치의 표현에 따르면 "다른 선수는 공이 쭉 직선으로 간다면, 이 선수는 하늘로 향하며 큰 포물선을 그렸다"는 것. 2루에 서있던 메사는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두 번까지는 그냥 지켜보더라. 하지만 세 개째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바로 달려가더라"라며 당시의 아찔했던 기억은 여기서 끝이 났다.



절대 잊을 수 없던 장면은 따로 있었다. 바로 쿠바와 미국간의 경기였다. 당시 배정됐던 심판은 미국인, 쿠바의 입장에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메사는 격분했다. 1번 타자였던 만큼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타석에 들어서 주심에 대고 엄청난 항의를 쏟아냈고, 주심은 울그락불그락한 얼굴을 감추지 못한 채 경기를 진행했다. 어렵게 펼쳐진 인플레이상황, 메사는 상대 투수의 초구를 풀 스윙으로 휘둘렀고, 이 타구는 중앙 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이 됐다. "뽈뽈뽈 내야를 돌아서 홈플레이트를 콱 밟으니까 주심이 기다렸다는듯이 퇴장을 선언하더라. 초구만 들어오면 바로 퇴장시킬 생각이었던 것 같은데, 그 공을 바로 홈런을 쳐버렸다. 진짜 대단한 선수였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실로 엄청난 스토리, 누군가가 자신을 이렇게 기억해준다는 걸 알면 메사 감독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런 얘기 가서 직접 해보셨어요?" 취재진의 물음에 비죽이 웃던 이순철 코치는 손을 입으로 가져다 댔다. "내가 요게(스페인어) 하나도 안돼." 

number3togo@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

이지은 기자 number3tog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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