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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주, '특별하지 않다'고 말하는 배우의 특별한 존재감 (인터뷰)

기사입력 2015.11.05 06:40 / 기사수정 2015.11.04 20:42



[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배우 손현주는 서글서글한 미소에서 나오는 따뜻하고 푸근한 매력의 소유자다. 1991년 데뷔 이후 어느덧 연기 24년차를 맞은 그는 최근 누구보다 바쁜 행보로 끊임없이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더 폰'(감독 김봉주)은 꾸준히 달리고 있는 손현주가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이다. '숨바꼭질'(2013), 올해 5월 개봉한 '악의 연대기'에 연이은 세 번째 스릴러. '스릴러 킹'이라는 그의 별칭답게 '더 폰' 역시 꾸준한 흥행세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중이다.

'더 폰'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손현주를 만났다. 손현주는 "'1년 전에 죽은 아내로부터 전화가 온다'라는 내용이 담긴 시나리오를 집에서 보는데 약간 소름이 돋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너라면 어떻게 할래' 이런 질문을 계속 던졌던 것 같다"고 '더 폰'을 처음 만났던 때를 떠올렸다.

극 중 손현주는 1년 전 살해당한 아내를 살리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변호사 고동호로 등장한다. 연기를 하면서도 손현주에게는 늘 두려운 순간들이 존재했다.

그는 "'이건 꼭 해결돼야 하는 문제인데, 해결이 안 되면 어떡하지' 이런 불안감을 갖게 된다. 보통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는 생각을 많이 하지만, 1년 전의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는 이 상황을 봤을 때 주인공도 죽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집중할 수밖에 없었고, 그만큼 더 힘이 들어갔기 때문에 정신적, 육체적으로도 굉장히 더 힘들었었다"고 털어놓았다.

함께 연기한 맞춘 엄지원, 배성우와의 호흡 역시 돋보인다. 특히 극 중 부인으로 등장하는 연수 역의 엄지원과는 얼굴을 마주하기보다 전화기를 든, 목소리로 마주할 때가 더 많았다. 손현주는 "전화로만 이뤄지는 연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엄지원 씨가 많이 난감하고 힘들었을 것이다. 녹음실에 가서 같이 녹음을 하기도 하고, 서로 제스처를 취해주면서 그렇게 도움을 줬다. 얼굴과 눈을 보며 연기하는 것보다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해나가다 보니 엄지원 씨도 저도 안정감을 찾게 되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배성우와는 액션 합을 맞추며 부상까지 입었을 만큼 열정적으로 촬영했다. 손현주는 "모두 다 치열하게 했다"는 말로 현장에 누구보다 집중했었던 자신과 동료 배우들의 모습을 전했다.



현장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손현주의 모습은 이번 '더 폰' 촬영 현장에서 더욱 도드라졌다. 본래 촬영에 집중하고 있을 때는 집보다 현장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은 그지만, 이번에는 아예 파주 세트장에 있는 숙소에 자리를 잡고 스태프들과 자연스럽게 얘기하는 시간을 만들며 끊임없이 소통을 해 나갔다.

평소 밤을 잘 새는 편이라는 손현주도 "일주일이 되고 10일이 되니 마음이 우울해지더라"고 얘기할 정도로 영화의 95% 이상은 모두 밤에 촬영해야 하는 신들이었다. 자연스럽게 바뀐 생활리듬에 고충을 겪다 보니 스태프 이름을 외우는 데도 다른 작품보다 몇 배 이상의 시간이 걸렸고, 이에 손현주는 앞장서 회식을 주도하며 영화의 여정을 함께 하는 스태프들과 돈독한 정을 쌓아나갔다.

"평소에도 촬영 때는 집을 잘 안가지만 이번에는 더 갈 수가 없었다"고 말한 손현주는 "통화하는 연기가 있을 때는 엄지원 씨를 맞춰주고 싶었고, 또 사람이 신이 없다고 집에 가면 어느 사람은 또 촬영을 하고 있을 것 아닌가. 저도 이런 숙소 생활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하도 오래 되다 보니까 기분 좋게 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의 존재감을 재발견시켜준 2012년작 드라마 '추적자 THE CHASER' 이후 현재의 전성기를 만들어 준 스릴러 장르에 손현주가 가지고 있는 애정 역시 남다르다.

손현주는 "그런 장르의 드라마와 영화들을 좋아하는 건 사실이다. 뭔가 말도 안 되게 부딪히는 상황들을 어떻게 하면 해결할까 늘 고민했던 것 같다. 그동안의 배역들인 변호사나 대통령 모두 썩 편하게 다니지는 않았던 것 같다. 편안하게 다가오는 게 있었으면 아마 제가 거부했을 것이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함께 있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손현주만의 매력. 많이 알려졌듯이 연예계에는 유독 손현주를 잘 따르는 후배들이 많다. 손현주는 "본인이 내려놓으면 간단하다"면서 "요즘 선배라고 해서 선배같이 구는 사람들이 어디 있겠냐. 방송을 하고, 영화를 하다 보니 주위에 선후배들이 많이 있는데, 소주 한 잔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친구처럼 잘 지내고 있다"고 말을 이었다.

20년이 넘는 연기경력을 가진 베테랑 배우지만, 자신을 향한 객관적이고 냉정한 평가는 멈추지 않고 있는 그다.

손현주는 "'네깟 게 뭔데 힘들면 얼마나 힘드냐'고 되뇌면서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많이 한다. 성격이 빈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거짓된 행동을 하거나 연기적으로 충만하지 않고 대충 가도 된다고 생각해왔다면 여기까지 못 왔을 것이다. 그래서 '넌 왜 그렇게밖에 안 되냐'고 자꾸 질문을 던지는 편이다"라고 얘기했다.

'더 폰' 촬영을 하면서도 갈비뼈가 부러지고 손톱이 빠지는 부상 등 크고 작은 병을 몸에 달고 있었지만, 이마저도 손현주는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내가 좋아서 선택한 것을 누구 탓을 하겠나. 내가 선택한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안팎으로 소탈한 인간미를 뽐내는 손현주는 '배우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배우를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착각하는 것이다. 일반인이지만, 거창하게 얘기한다면 시대의 대변자, 시대의 그림을 알려줄 수는 있는 사람들이라고는 생각한다. 저는 불편함을 싫어하는 사람인데, 앉아서 소주 한 잔 마시면 저 역시 대중이 되는 것 아닌가. 특별할 게 없다"면서 "제가 출연한 공포에 가까운 스릴러 영화를 중년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보러 오시는 건 손현주라는 배우의 친근함 때문이 아닌가 싶다. 제가 만약 까칠하고 다가가기 힘든 배우였다면 지금까지 이렇게 해오지는 못했을 것이다. 저의 연기와 인생관, 그런 것들을 대중이 편안하게 봐주시는 것 같아 다행이다"라고 설명했다.

자신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고 얘기하는 그이지만, 그가 보여주는 연기와 작품에서의 존재감은 특별하다는 표현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묵묵하고 꾸준히 자신의 길을 다져가는 손현주가 걸어갈 다음 발걸음에 기대가 더해진다.

slowlife@xportsnews.com/ 사진= NEW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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