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인천, 조용운 기자] 올해 FA컵 우승 향방은 FC서울과 인천 유나이티드의 대결로 압축됐다. 돌풍을 일으키며 결승에 오른 인천의 김도훈(45) 감독이 서울을 상대로 뜻밖의 제안을 했다.
김 감독이 이끈 인천은 14일 홈구장인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전남 드래곤즈와의 2015 하나은행 FA컵 준결승에서 연장 혈투 끝에 2-0으로 승리해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전후반 90분을 득점없이 마쳤던 인천은 연장 전반과 후반 각각 윤상호와 케빈이 골을 터뜨리며 접전을 마무리했다.
이날 승리로 인천은 창단 처음으로 FA컵 결승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지난 2006년과 2007년 두 차례 대회 준결승에 올랐던 인천은 그때마다 전남에 발목잡혀 결승행에 실패했다. 당시 아픔을 확실하게 설욕한 인천은 첫 결승에 오르면서 또 하나의 기적에 도전하게 됐다.
인천의 FA컵 마지막 상대는 서울이다. 서울은 같은 시간 열린 울산 현대와 준결승에서 2-1로 승리하며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결승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서울이 우위다. 올해 K리그 클래식에서 세 차례 맞대결을 펼쳐 2승 1무로 서울이 전적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더구나 결승 장소마저 서울의 홈구장인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지게 돼 인천으로선 어려운 경기가 예상된다.
결승 진출의 기쁨에도 서울과 결승을 생각하니 김 감독은 답답한 듯 한마디했다. 그는 "서울이 개인 능력이 좋고 전술적인 면이 잘 다듬어진 것은 사실이다. 올해 서울과 경기를 해보니 원정이 특히 쉽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이유가 있다. 김 감독은 "서울을 만나면 늘 최정예로 나서지 못한다. 계약상의 이유로 서울에서 데려온 김원식과 김동석이 서울전에 나설 수 없기 때문"이라며 "결승인 만큼 한 번 다 투입해서 붙어보고 싶은 마음이다. 최용수 감독님께 한 번 물어보고 싶다"고 색다른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인천 입장에서는 치명타다. 김원식은 인천의 중원과 최후방 수비를 책임지는 자원이다. 최근에는 변형 스리백의 중요한 전술적인 키를 쥐기도 하다. 김동석은 주장 완장을 찬 후반기부터 인천에 안정감을 주고 있다. 여러모로 인천으로선 아쉬운 대목이다.
K리그에서 이뤄지는 선수 이적 사이에 원소속팀 상대로 출전 금지 조항을 넣는 것은 다반사다. 주로 임대 계약이 이뤄질 때 많이 삽입되며 일반 이적의 경우에도 종종 상호합의가 이뤄진다. 서울도 올 시즌 후반기에 대전 시티즌서 아드리아노를 완전 영입하면서 대전전 출전 금지 조항을 삽입해 결장한 바 있다.
막상 큰 무대서 만나게 되니 생각이 달라졌는지 공식 계약에 대해 김 감독이 푸념아닌 푸념을 한 셈이다. 하지만 이내 신중함을 되찾은 김 감독은 "결승전을 단단히 준비하겠다. 전남 징크스를 이번에 끊은 만큼 결승에서도 서울을 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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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