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포항 스틸러스가 최근 달라지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다. 올 시즌 문호 개방을 선언하고 3년만에 외인 선수들을 영입했던 포항은 4개월만에 다시 지난 시즌와 같이 유스 선수들과 국내 선수들을 위주로 경기들을 소화하고 있다.
2015시즌을 포항은 기대감을 안고 출발했다. 새롭게 가세한 외인 3총사의 효과에 기대감이 있었다. 구단 내 사정으로 2년동안 닫혀져 있던 외인 선수 영입의 길을 연 포항은 안드레 모리츠, 티아고 알베스, 라자르 베셀리노비치를 영입해 더욱 강한 공격진을 만들고자 했다. 각자의 장점과 개성도 뚜렷해 이를 통한 시너지효과도 포항의 우승 도전에 힘이 될 가능성도 있었다.
겨울 비시즌 기간동안 포항 선수들과 발을 맞춘 이들은 좋은 친화력을 보이면서 팀에 잘 녹아들었다. 실전에서는 적응이 필요했다. 시즌 초반에 라자르와 모리츠가 번갈아 기회를 받았지만 2% 아쉬운 활약이었다. 시즌 중반부터는 변화가 생겼다. 티아고가 문창진, 심동운 등과 함께 빠른 스피드를 앞세운 공격력을 발휘하는 조합을 만들어내면서 중용받기 시작했다. 이후에는 모리츠가 김승대와 최전방에서 발을 맞추면서 일부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외인 3인방의 모습은 점차 잊혀져 갔다. 포항 특유의 시스템에 빠르게 적응해야 하는 부담도 있는데다 부상 등도 번번히 발목을 잡았다. K리그에서 순위싸움을 치열하게 벌여야 하는 포항 입장에서도 가만히 기다려줄 여유가 없었다. 잠시 팀을 떠났다가 돌아온 신진호와 최근 컨디션이 올라온 이광혁, 심동운, 박성호의 출전 등으로 외인 선수들이 설 자리는 점차 줄어들었다.
이번 여름에는 모리츠가 먼저 포항을 떠날 것이라는 소식도 확인됐다. 포항은 모리츠의 인도 뭄바이시티로의 임대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리츠가 잠시 팀을 떠나기로 한 사이 티아고와 라자르의 차기 행보도 불확실하다. 1개의 공격포인트만을 기록한 모리츠와 라자르에 비해 4골 2도움을 기록한 티아고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국내파 선수들이 주로 출전하고 있는 최근 상황에서 변수를 만들지 않는다면 그라운드를 밟기가 어려워보인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3년이라는 오랜 기간동안 이미 짜여진 포항의 시스템이 한몫했다는 평가가 많다. 포항에 오면 포항 특유의 축구방식에 적응해야 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똑같다. 그런데 국내 선수들에 비해 개성이 강하고 개인기술에 강점이 있는 외인 선수들 입장에서는 빠르게 포항의 틀에 맞추기가 어려웠다는 내용이다. 외인 선수 개인에 맞추기보다는 포항이라는 팀에 맞춰 전술과 라인업을 운영했던 황선홍 감독의 구상에 외인 선수들이 따라주지 못한 부분도 크다는 이야기도 있다.
모리츠가 떠난 상황에서 포항은 여름동안 특별한 추가 영입 없이 후반기를 맞이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FC서울과의 FA컵 경기를 앞두고 황선홍 감독은 "지금의 스쿼드 그대로 갈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분위기로는 남은 일정도 한국 선수들이 선발의 주요 자리들을 차지할 전망이다. 결론적으로는 외인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번 시즌 막바지도 그렇고 다음 시즌에도 포항이 외인 선수들과 국내 선수들 사이에서 어떤 운영 계획을 택할 지 주목된다.
khm193@xportsnews.com / 사진=포항 스틸러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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