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K리그 올스타전이 팬들의 사랑에 힘입어 희망의 장으로 성대하게 마무리됐다.
매년 주제를 달리하는 올스타전의 올해 테마는 명장의 맞대결이었다. 울리 슈틸리케 국가대표팀 감독을 초빙해 전북 현대의 최강희 감독과 지략대결을 이끌어냈다. 감독들은 선수 드래프트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선수를 선발해 웃고 즐기는 이벤트성 자리를 K리그의 가치를 증명하는 진지한 무대로 만드는 데 노력했다.
아쉽게도 올스타전을 앞두고 큰 악재가 생겼다. 올스타전에 나설 선수들이 여름 이적 시장이 열리기가 무섭게 타 리그로 떠났다. 에두와 정대세, 고명진은 팬들이 직접 선택한 K리그 올스타였지만 정작 본 무대에 설 수 없었다.
K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들이 하나둘씩 떠나면서 축제를 코앞에 두고 위기설만 커졌다. 슈틸리케 감독도 16일 사전 기자회견서 "애로사항이 있다. 경기를 앞두고 정대세와 고명진이 다른 리그로 이적하는 일이 벌어졌다. 내일 경기 선발 명단을 짤 수도 없다. 선수들이 언제 이적할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뼈 있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몇년째 계속되는 중국과 중동의 영입 러시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K리그의 미래에 빨간불이 들어온 분석이었다. 아직도 이동국(전북)과 차두리(서울) 등 30대를 훌쩍 넘긴 옛 스타들에게 기대는 K리그 상황이 스타들의 무대인 올스타전과 궤를 같이 하지 않는 느낌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선수들의 이탈에도 팬들은 건재했다. 흥행이 보장되는 서울을 벗어나 6년 만에 비서울 지역에서 치러진 이번 올스타전은 평일 저녁에 2만4772명의 관중이 들어차 K리그에 희망을 안겼다. 특히 지정석은 예매부터 뜨거운 열기를 보이며 매진됐다.
사실 안산은 K리그 챌린지 소속의 경찰축구단 연고지지만 K리그와 큰 인연이 없던 지역이다. 더구나 지난해 크나큰 아픔을 겪었던 지역이라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팬들은 올스타전에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전날 열린 사인회와 공개 훈련부터 경기장을 찾는 팬들이 많았고 경기 시작 전 무더운 날씨에도 선수들을 보기 위해 길게 줄을 서는 열의를 보여줬다. 선수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환호하며 응원을 보냈다.
선수들도 올스타전을 허투루 임하지 않았다. 경기는 진지하게 펼치면서도 세리머니에서는 즐거움을 주는 데 열을 올렸다. 일일 주심으로 임한 현역 K리그 감독들도 그동안 근엄했던 모습에서 탈피해 축제를 마음껏 즐겨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스타들의 이탈에 안타까움을 표했던 슈틸리케 감독은 올스타전이 끝나고 "이 자리를 빛내주신 감독 및 선수들, 특히 관중들께 감사드린다. 2만5천명의 팬들이 왔다는 사실은 기쁜 일이다"면서 만족감을 표했다. 스타 기근의 우려를 팬들의 굳건한 믿음으로 지탱한 올스타전은 흥행 성공을 떠나 더 큰 의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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