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세상에서 가장 합법적인 절도. 베이스에서 베이스 사이의 거리 27.44M의 미학 '도루'. KIA 타이거즈 4100도루의 역사를 짚어봤다.
KIA는 2일 광주 한화전에서 대기록을 달성했다. 전날까지 팀 4099도루를 기록 중이던 KIA는 4회말 공격때 가장 생각지 못했던, 가장 멋있는 방법으로 4100번째 도루를 달성했다. 주자 1,3루 찬스에서 1루 주자 김민우가 2루를 훔쳤다. 동시에 3루 주자 김원섭이 홈 스틸에 성공하면서 '더블 스틸'로 4100번째 도루를 완성했다. 타이밍상 더 빨리 2루에 들어간 김민우가 4100번째, 김원섭은 4101번째 도루의 주인공이 됐다. 팀 4100도루는 KBO리그 역사상 최초의 기록이다. 타격과 관련해 KIA와 더불어 가장 많은 기록을 갖고 있는 삼성도 팀 도루만큼은 3684(4위)로 조금 뒤에 있고, 2위인 LG가 4018도루로 KIA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가장 빨리, 가장 많이 베이스를 훔친 4100도루의 역사 뒤에는 찬란하게 빛났던 과거의 영광이 함께 숨어 있었다.
◆'13번의 영광' 타이거즈 출신 도루왕
그동안 타이거즈는 총 13차례 도루왕을 배출했다. 33번 중 13번. 1/3이 넘는 비율이다. 김일권(82년~84년), 서정환(86년), 이순철(88년, 91~92년), 이종범(94년, 96~97년, 03년), 김종국(02년), 이용규(12년)가 빛나는 얼굴들이다.
◆김일권 vs 이순철의 스피드 싸움
4100도루의 역사는 김일권이 시작이었다. 해태를 거쳐 태평양, LG에서 현역 생활을 마무리 한 김일권은 은퇴 이후로도 주루 코치로만 10년 가까운 세월을 보낼만큼 전설적인 '대도'다. 1982년 초대 도루왕 타이틀도 김일권이 갖고 있다. 그해 53도루(17번 실패)로 1위에 올랐고, 해태 타이거즈는 팀 155도루로 팀 도루도 1위를 차지했다.
김일권의 독주는 84년까지 계속됐다. 83년 48도루, 84년 41도루를 기록하면서 3년 연속 도루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MBC 김재박이 50도루로 85년 타이틀을 가져갔지만 서정환과 이순철이 있었다. 서정환은 86년 43도루로 1위에 올랐고, 타이거즈 출신 유일한 신인왕 이순철은 88년 58도루로 왕좌에 올랐다. 88년부터 92년까지 5년 동안은 이순철과 김일권의 싸움이었다. 김일권이 태평양으로 이적한 후 역대 최초로 60도루를 돌파하면서 89년(62도루)~90년(48도루) 2년 연속 도루왕을 차지한 후 이순철이 91년(56도루)~92년(44도루) 2년 연속 타이틀을 빼앗았다.
◆지워지지 않을 '전설' 이종범
그리고 1994년. '괴물 신인' 이종범이 등장했다. 93년 프로에 데뷔한 이종범은 그해 무려 73도루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물론 이미 '대도'로 유명한 롯데 전준호(75도루)와의 도루왕 경쟁에서 2개가 부족했지만, 다음해인 94년 무려 84도루를 성공시키며 기어이 타이틀을 따냈다. 한 시즌 84도루는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는 기록이다. 당시 이종범이 단타로 출루하면 2루, 3루 도루까지 성공해 무조건 홈으로 들어온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정도였다.
'바람의 아들'이라는 별명을 얻은 이종범은 이후로도 총 3차례 도루왕에 오른다. 전준호는 꾸준한 라이벌이었고, 2000년대 초반 정수근이 돋보이는 가운데, 한국 복귀 이후 2003년 50도루를 달성하며 도루왕에 오른 것은 의미있는 기록이 됐다. 이종범은 2011년 은퇴할 때까지 통산 510번 베이스를 훔쳤다.
◆'바람의 아들' 그 이후
이종범이 슬럼프에 빠지면서 전성기 시절만큼의 도루를 할 수 없었지만, KIA에는 김종국과 이용규가 있었다. 현재 KIA의 주루 코치인 김종국은 2001년(21도루)과 2002년(50도루) 총 두차례 팀내 도루 1위에 올랐고, 특히 200년에는 리그 '도루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또 2000년 타바레스는 31도루로 타이거즈 역사상 최초로 팀 도루 1위에 오른 외국인 선수다.
2000년대 후반에는 이용규가 있었다. 트레이드를 통해 LG에서 KIA로 2004년 시즌 종료 후 이적한 이용규는 2005년부터 2008년까지 4년 연속 팀내 도루 1위를 차지한 '스피드 가이'였다. 2012년에는 44도루로 생애 첫 도루 1위에 오르면서 발 빠른 콘택트 히터의 아성을 쌓아올렸다.
◆현재 고민, '대도'가 사라졌다
가장 빨리 팀 4000도루를 돌파한 팀이지만 현재 고민은 '대도'가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2012년 이용규 이후 도루왕에 근접한 선수가 전무했다. 2013년 신종길(29도루), 2014년 김주찬(22도루)과 이대형(22도루)이 나란히 팀내 도루 1위에 올랐지만 경쟁과는 무관했다. 특히 FA로 이적했던 김주찬과 이대형은 전 소속팀인 롯데, LG 시절 도루 능력으로 유명했고, 2010년에는 각각 65도루와 66도루를 기록하면서 마지막까지 피 튀기는 도루왕 경쟁을 펼치기도 했었으나 최근 주력 보다는 콘택트에 집중하면서 도루 갯수가 줄어들었다.(이대형은 kt 이적 이후인 올해 7월 2일까지 24도루로 지난해보다 월등히 빠른 페이스를 보이는 중)
KIA는 2일까지 시즌 팀 63도루로 리그 전체 5위에 올라있다. 팀 전체로 보면 크게 뒤처지는 기록은 아니다. 리그 전체 판도를 혼자서 뒤흔들만한 '대도'는 사라졌지만 작전과 찬스 상황에 따른 기획적인 도루 능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이종범-이순철-홈스틸 성공하는 김원섭-이용규 ⓒ 엑스포츠뉴스DB, KIA 타이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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