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11.12 21:12 / 기사수정 2007.11.12 21:12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월드컵 여자배구도 이제 3라운드에 접어들었습니다. 첫 상대인 쿠바는 브라질과 함께 늘 한국팀이 버겁게 생각하는 팀입니다. 유럽 팀에겐 종종 선전하면서도 남미 팀에겐 늘 약세를 보인 것이 한국 팀의 모습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탄력 넘치는 높은 공격을 하면서도 스피드가 유럽 선수들 보다 한층 빠르고 유연성도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세계정상권에 지속적으로 머무르는 브라질에 비해 최근 쿠바 팀은 수비조직력이 브라질보다 떨어지고 범실이 많은 것이 약점입니다. 서브리시브와 수비 조직력만 한국팀이 원만하게 갖추면 해볼만한 팀의 바로 최근의 쿠바입니다.
한국이 쿠바를 이겨본 가장 최근의 경기는 2002년 독일세계선수권예선전에서였습니다. 풀세트 접전 끝에 끈질긴 수비조직력으로 쿠바를 꺾었던 이후 지금까지 7연패 중이었습니다. 연패를 끊고자 노력했지만 결국 2-3으로 분패했는데 어쩌면 이번 경기의 마지막 5세트에서 리시브만 잘됐다면 8연패의 사슬을 끊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15득점에서 끝나는 랠리 포인트 시스템에서는 공격력과 높이가 뛰어난 팀이 한층 유리합니다. 확실한 공격은 바로 포인트로 이어지고 거기에 한두 개의 상대편 공격을 차단하면 바로 득점을 벌릴 수 있기 때문이죠.
초반 1세트를 내주고 2세트와 3세트를 내리 따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한국의 장기였던 수비조직력이 살아났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주전세터인 김사니와 늘 도마 위에 오르며 자질능력의 논란이 됐던 리베로 김해란은 디그 능력에 있어선 뛰어난 편입니다.
만약 김해란이 천안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노장 리베로 구기란과 같은 리시브 실력만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앞으로 보다 많은 국제경험이 필요한 선수이지만 여러 경기를 치러가며 날마다 발전하는 디그 능력은 참으로 긍정적인 부분입니다.
또한 세컨드찬스를 살리는 태도도 이전 경기에 비해 훨씬 안정적이었습니다. 다만 한국팀의 결정타를 때려주는 김연경과 한유미는 현재 높이에서 쿠바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그래서 상대 블로커들이 세컨드 찬스 시, 미리보고선 블로킹으로 차단하려고 할 때, 그 블로킹을 이용한 적절한 공격을 주로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한층 높이를 살려서 블로킹 위에서 계속 내려치는 공격과 상대편의 블로킹을 이용하는 공격은 엄연히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전자의 경우입니다. 후자같이 상대편의 높은 블로킹을 이용해서 하는 공격은 이내 눈에 띄면 몇 개는 바로 차단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 김연경이 세트가 진행될수록 높이와 파워가 떨어지는 부분도 아쉽게 느껴집니다. 쿠바전에서도 21득점으로 한국 팀 내 최다득점을 올리며 선전했지만 아직도 부상의 후유증이 주는 고통에서 탈피하긴 어렵습니다. 어떤 면으론 이렇게 경기에서 뛰는 것도 힘든데 이 정도의 활약을 보여주는 것도 놀랄만한 사실입니다.
그리고 지금 현재 한국의 윙스파이커 중에서 가장 센스 넘치는 활약을 보여주는 선수가 바로 한유미입니다. 배짱 있고 영리한 플레이에 능하다는 말처럼 적시에 상대방의 높은 블로킹을 이용한 공격은 적소에서 먹혔습니다. 김연경 다음으로 많은 17득점을 올리며 분투했지만 높은 블로킹과 파워 넘치는 공격을 지속적으로 뚫기엔 2%가 부족했습니다.
한국이 높이와 파워로 승부하는 팀에게 이기려면 끈질긴 수비를 보여서 상대편의 공격을 와해시켜야합니다. 이러한 수비 뒤엔 그들도 범실이 뒤따르고 그만큼 한국이 다시 공격할 찬스가 많이 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서브의 부분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사실 2, 3세트를 내리 딸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한국의 서브에 쿠바의 리시브가 흔들렸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서브는 세계적인 수준에서 놓고 봤을 때 그렇게 강한 편이 아닙니다.
1세트를 승리한 이후 잠시 방심한 틈에 리시브 난조를 보이더니 4세트 들어가면서 한국의 서브에 쿠바는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층 높은 집중력을 발휘했습니다. 그 예가 대표적으로 나타난 것이 바로 쿠바의 서브가 더욱 예리해졌다는 것입니다.
한국이 수비조직력과 쿠바가 보인 서브리시브 난조로 2세트와 3세트를 뺐었다면 쿠바는 더욱 강한 서브를 앞세운 위력적인 공격력을 내세워 4세트와 5세트를 가져갔습니다. 이번 월드컵 경기 중, 가장 안정적으로 보인 서브리시브가 끝내 5세트 막판을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지자 승리의 여신은 쿠바에게 미소를 지었습니다.
막판 집중력 싸움에서 진 것으로 결론을 내릴 수 있겠지만 그만큼 높이 있는 공격과 강한 서브는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입니다. 한국 같은 팀이 더욱 다져야할 부분은 수비조직력과 리시브에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서브의 강화도 필수적으로 따라가야 합니다.
높이가 있는 팀들의 위력이 나타나는 것은 양쪽의 윙 공격에서도 나타나지만 그보다 주목해야하는 부분은 중앙 미들블로커들의 속공에서 나타납니다. 4세트에서도 쿠바가 이길 수 있었던 원인은 높고 빠른 중앙속공이 통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그 공격을 번번이 막지 못하고 있을 때 그들은 다시 팀을 재정비하고 서브를 날카롭게 때려대기 시작했습니다.
상대방의 리시브가 잘되면 높이가 낮은 팀은 별 대책이 없습니다. 그들의 높고 빠른 속공을 막아낼 재간이 없기 때문이죠. 그러한 속공을 최대한 줄이려면 서브의 강화밖엔 달리 방도가 없습니다.
지금 한국팀의 서브는 거의 다 목적타 서브입니다. 가장 강하다는 김연경의 서브도 지금 부상으로 인해 위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한국의 서브를 보면 볼의 회전이 가미된다고는 하지만 떨어지는 변화의 정도나, 서브의 회전 정도도 더 예리해야합니다.
그리고 현재 중앙속공이 잘 통하지 않는 주전 미들블로커들이 왜 교체가 잘 안되는지 의문점을 가지는 팬들도 많은 것 같은데 그것은 유효블로킹의 문제 때문입니다. 현재 한국여자배구에서 블로킹에 가장 익숙한 미들블로커가 김세영과 정대영입니다. 이들의 중앙공격이 먹히느냐의 여부도 그렇지만 블로킹 능력 때문에 지속적으로 국제대회에서 주전으로 기용되는 것입니다.
유효블로킹에 있어서는 지금도 잘해주고 있지만 더욱 발전하려면,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사실 이번 쿠바와의 3라운드 경기도 수비조직력이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유효블로킹이 어느 정도 통했기 때문입니다. 쿠바의 강한 공격을 바운드해내고 했기 때문에 보다 쉽게 수비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비록 2승 4패의 결과가 지금까지의 성적표이지만 경기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참으로 값진 교훈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과 태국전이 제2, 제3의 대처능력과 서브리시브, 세터의 볼 배분, 그리고 유효블로킹의 중요성을 알려줬다면 이번 쿠바전은 단연 서브의 중요성이 부각되었습니다.
이러한 하나하나의 경험이 바로 옛 한국여자배구의 전성기를 달리던 최광희(전 국가대표, 전 KT&G 선수)전력분석관의 데이터를 통해 분석되어질 것입니다.
월드컵대회의 취지는 한 경기의 승리보다 이런 점에 더욱 의의가 있습니다. 이러한 소중한 경험들이 한국 팀 발전의 값진 밑거름이 되길 바랍니다.
<사진 = 현대건설그린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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