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08.31 21:53 / 기사수정 2007.08.31 21:53
[엑스포츠뉴스 = 박형진 기자] '프리미어리그판 쩐의 전쟁?'
그야말로 드라마 '쩐의 전쟁'과 흡사한 상황이 잉글랜드의 명문 구단 아스날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다.
5개월 전 아스날의 다른 운영진과 갈등을 겪으며 팀을 떠났던 아스날의 전 부의장 데이빗 데인은 어제 자신이 갖고 있던 아스날 주식 전부를 러시아의 부호 알리셔 우스마노프에게 매각했다. 데인이 갖고 있던 주식은 75만 파운드 상당의 14.58%의 주식. 대신 데인은 구단 인수를 위해 우스마노프가 설립한 레드 앤 화이트 홀딩스의 의장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레드 앤 화이트 홀딩즈는 14.58%의 주식을 가진 아스날의 3대 주주가 되었으며, 아스날의 경영에 영향을 미치고자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데인은 어제 기자회견장에서 이같은 사실을 밝히며 아스날 인수와 관련된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데인은 "레드 앤 화이트 홀딩즈의 주식 인수를 통해 나와 많은 팬들의 비전, 아스날을 세계 최고의 구단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이 좀 더 현실에 가까워졌다"며 "나는 다른 구단이 아닌 오로지 아스날을 위해서만 일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데인은 6살 때부터 아스날의 팬이었으며, 최근에도 바르셀로나의 제의를 거절한 바 있다.
데인의 '외국자본 인수' 프로젝트‥ '쩐의 전쟁' 승리할까?
데인은 5개월 전 미국인 사업카 스탠 크로엔케의 구단 인수를 단독적으로 지원하다 구단 운영진과 갈등을 겪으며 아스날을 떠났다. 데인은 아스날이 계속 명문구단으로 남기 위해서는 외국자본의 투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나, 다른 운영진은 이와 같은 데인의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에 데인과 함께 아스날 인수를 추진할 알리셔 우스마노프는 탄광 사업과 미디어 통신 사업으로 많은 돈을 번 러시아의 부호. 우스마노프의 오랜 사업 파트너인 이란계 영국인 파하드 모시리 역시 이번 인수 사업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레드 앤 화이트 홀딩즈가 아스날의 최대주주가 되도록 가능한 모든 아스날 주식을 사들일 예정이다.
아스날의 최대 주주는 대니 피즈만(24.1%)이며, 2차 대전 이후부터 계속 아스날의 대주주였던 브레이스웰-스미스 가의 니나 브레이스웰-스미스가 15.8%의 주식으로 2대 주주의 위치에 있다. 지난 해 아스날 인수를 추진했던 스탠 크로엔케 역시 12.19%의 주식을 갖고 있어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상황.
최대 주주인 대니 피즈만을 비롯한 아스날 대주주들은 모두 자신의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황이지만, 구단 운영진의 바람과는 달리 데인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우선 지난 해 데인과 함께 구단 인수를 추진했던 크로엔케가 자신의 주식을 데인에게 넘길 가능성이 크다. 크로엔케가 12.19%에 달하는 자신의 주식을 모두 판다면 레드 앤 화이트 홀딩즈는 피즈만을 제치고 최대주주가 될 수 있는 상황.
12%에 달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아스날 서포터 연합의 행보 역시 데인의 아스날 인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들은 어제 데인의 기자회견장에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잉글랜드의 자존심? 실속있는 투자?
데인은 30일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투자자 없이 아스날은 상위권에 머물 수 없다. 나는 우리 회사가 구단에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하며, 또한 웽거 감독이 아스날을 이끌기 원한다. 그래서 난 그에게 재계약을 맺으라고 강력히 권했다"고 밝혔다.
웽거 감독은 그동안 외국자본의 구단 인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해왔으며, 그가 데인이 주도하는 아스날 인수에 찬성할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데인은 아스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외국자본의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웽거 감독을 설득 중인 것으로 보인다.
앙리마저 떠난 상황에서 아스날은 별다른 영입 없이 이번 여름 이적시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리버풀마저 미국 자본의 세례를 받으며 대규모 선수 영입을 완료한 상황에서, 아스날이 '영건 파워'만을 믿고 좋은 성적을 내기는 객관적으로 어려워보이는 것이 사실.
아스날의 운명은 구단 운영진이나 서포터들의 뜻이 아닌 '쩐의 전쟁'에 달렸다. 과연 데인이 이끄는 외국자본이 아스날 인수에 성공할지, 구단 운영진과 서포터들이 잉글랜드의 자존심을 지켜낼지, 그 여부는 한동안 아스날을 들썩이게 할 전망이다.
[사진=아스날 인수를 추진 중인 전 아스날 부의장 데이빗 데인 (C) Daily 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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