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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벡이 남긴 희망과 아쉬움, 그리고 과제

기사입력 2007.07.30 10:13 / 기사수정 2007.07.30 10:13

편집부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상규 기자] '베어벡 감독의 다사다난했던 지난 1년'

핌 베어벡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2007 AFC 아시안컵에서 우승 실패의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아시안컵 기간 내내 '베어벡 경질' 을 거세게 주장했던 여론은 한일전 승리 이후 '베어벡 사퇴 반대' 쪽으로 돌아섰지만 베어벡 감독은 끝내 한국을 떠나게 됐다.

베어벡 감독은 지난 1년 동안 한국 사령탑으로서 다사다난한 시기를 보냈다. 앞날의 활기찬 희망을 보여주었지만 좋은 성과를 이루지 못한 아쉬움,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를 우리에게 안겨주고 떠났다.

그는 1년이라는 짧은 시간 속에서 한국 축구에 한 획을 긋고 사퇴했다. 한국 축구에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보여줬던 베어벡 호를 돌아본다.

세대교체와 4백의 진화를 주도한 베어벡

베어벡 감독은 히딩크와 아드보카트 체제에서 수석 코치를 역임하여 누구보다도 한국 축구의 특징을 잘 아는 '지한파' 였다. 여기에 올림픽대표팀까지 맡아 한국 축구에 꼭 필요했던 세대교체와 4백의 진화를 주도하여 이를 강력하게 추진하고자 했다. 그리고 이번 아시안컵에서 코엘류와 본프레레, 아드보카트 체제에서 꽃피우지 못했던 두 가지의 딜레마를 희망으로 바꿔 놓았다.

이번 아시안컵에서는 박지성, 이영표 등 주력 선수들이 줄 부상으로 이탈, 전력 약화가 눈에 띄었다. 그러나 베어벡 감독은 그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잠재력 풍부한 새로운 선수들을 발굴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베어벡에게 1년 동안의 시간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새 얼굴들을 앞세워 아시안컵에서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염기훈과 손대호는 베어벡 호의 붙박이 주전 선수로 발돋움했으며 이근호와 오장은 또한 앞으로의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특히 '김치우(24)-김진규(22)-강민수(21)-오범석(23)'으로 짜인 4백은 베어벡 호 세대교체의 결정판. 이는 '4백의 진화'로 불리며 한국 축구에 새로운 희망을 안겨줬다. 베어벡 감독은 젊고 참신한 4백을 아시안컵 6경기에 가동하여 단 3골만 허용하는 좋은 수비력을 과시했다.

일각에서는 이탈리아의 '카테나치오'와 비견할 정도로 베어벡 감독을 극찬했다. 히딩크와 아드보카트가 이루지 못했던 강철같은 4백 구축을 베어벡 감독이 해낸 것이다.

지지 않는 축구가 낳은 문제점

그러나 베어벡 감독이 목표로 하던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과 2007년 아시안컵 우승 달성은 실패로 끝났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3위를 차지하며 거둔 6경기 전적은 1승4무1패 3득점 3실점. 세부적인 성적 면에서도 2% 부족한 면모를 보였다.

6경기에서 3골만 내준 '짠물 수비'를 앞세워 절대로 지지 않는 축구를 펼쳤다. 그러나 반대로 골이 나지 않아 '베어벡의 축구가 재미없다.'라는 여론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축구의 묘미는 골이다. 축구팬들은 화끈한 공격 축구를 앞세워 많은 골을 넣는 팀을 좋아한다. 물론 베어벡 감독이 펼쳐왔던 축구와는 확연히 다르다. 1년 동안 줄기차게 펼쳐왔던 단조로운 측면 공격은 여론에 갖은 비판을 받았다.

또한, 2선에서 공격진으로 통하는 세밀한 공격 연결 부재와 공격형 미드필더 활용 극대화 부족으로 수준 높은 공격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는 원톱의 고립을 더욱 가중시켜 이동국과 조재진의 아시안컵 무득점으로 이어졌다.

단판 성격의 토너먼트 전은 수비 성향의 팀들이 더욱 유리하다. 베어벡 호는 아시안컵 8강과 4강에서 상대팀에 단 1골도 허용하지 않았음에도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적어도 1골이라도 득점할 수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지 모른다.

베어벡 감독은 아시안컵 6경기 동안 답답한 공격력으로 일관하여 경기의 실마리를 풀지 못해 끝내 '비길 수는 있지만 승리할 수 없는 한국 축구'라는 오명을 받고 말았다. 한일전 1경기 만으로 베어벡 감독을 높이 사는 것은 지나친 무리다.

베어벡이 거둔 업적 만은 그대로 이어가야

베어벡 감독은 자신이 이루고자 했던 결과를 남기지 못하고 한국땅을 떠나게 됐다. 1년 동안 한국 축구를 이끌 참신한 선수를 발굴한 것과 4백 정착 성공을 거둔 업적만큼은 적어도 존중받아야 한다.

단조로운 측면 공격에 의존하지 않았다면 '자진 사퇴'라는 최후의 선택은 없었을지 모른다. 그를 떠나보내는 한국 축구는 그가 거둔 업적을 그대로 이어가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무엇보다 베어벡 감독의 뒤를 이을 후임자를 물색해야 한다. 한국 축구에는 베어벡 감독이 바꿔 놓았던 긍정적인 흐름을 그대로 이어가면서 고질적인 단점을 장점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강단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한국 축구는 베어벡 감독이 지난 1년 동안 거두었던 성과와 문제점을 거울 삼아 한 단계 진화할 수 있는 모티브를 형성해야 한다. 그 과제를 통해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최소 16강에 진출할 수 있는 밑바탕을 조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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