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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을 쏟을 줄 아는 청년, 이근호

기사입력 2007.06.07 19:32 / 기사수정 2007.06.07 19:32

편집부 기자

한국축구의 저변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 선수들의 얘기가 아니고 팬들의 저변, 전문가들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엑스포츠뉴스는 축구에 있어 비주류가 될 수 있는 여기자들(김경주, 김민숙, 장지영 기자 순)앞으로 달콤.살벌.미묘한 축구 이야기를 (달.살.미 TALK!)나눠보고자 한다.

이번 3회에는 대구/경남 담당 장지영 기자가 대구FC  이근호를 살벌하게 풀어본다. 남자 중심의 축구문화에 친절한 여기자들이 태클을 건다. [편집자 주]



[엑스포츠뉴스=장지영 기자] 이근호가 또 '한 건을 해냈다. 녀석, 한동안 소식이 뜸하더니…그는 역시 물건이다. 언제 골을 터트려야 할지 아는 선수니까.

그는 분명 차세대 대표팀을 이끌 주역임이 틀림없다. 어제(6일) 이근호가 보여준 활약상은 (2골 1도움)은 충분히 그런 기대를 품을 수밖에 없도록 우리를 매료시켰다.

이근호는 이제 동네에서 공 좀 차는 꼬마애들도 그를 알아보는 선수가 됐다. 소속팀에 대구FC에서 빠져서는 절대 안될 선수며, 이제는 대표팀에서도 그럴 위치에 올라설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축구 천재' 박주영에게 거는 기대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한국은 어쨌든 윙어 중심의 플레이가 핵심이니까. 그리고 이제 슬슬 제2의 박지성이 나올 때도 됐으니까. 

올 초만 하더라도 그저 '유망주' 꼬리표를 달고 있던 그는 어떻게 온 축구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모은 '제2의 박지성'이 됐을까? 그가 올라온 길을 필자의 기억을 더듬어 되짚어봤다.  

3년, 한숨 돌리고 돌아온 젊은 피

이근호라는 이름은, 사실 그리 낯설지만은 않은 이름이었다. 적어도 2003년까지는. 청소년 대표팀의 발 빠른 공격수, 그리고 지금 들으면 다소 어석해보이기도 한 '리틀 김도훈'이라는 별명…

대구와 경남 지역 취재를 맡는 나에게 인천 부평고 출신 이근호에 대한 정보는 이 정도뿐이었다. 
어차피 그는 인천 출신답게 2004년 새로이 창단된 인천 유나이티드 입단이 확정적이었기 때문. 또 사실 그대로 이루어졌다. (당시 인천으로 향한 인천 출신 '젊은피' 들을 보며 얼마나 부러워했었는지.)

그런데 정작 희한하게도 이근호라는 이름을 막상  K리그에서는 볼 기회가 그리 흔치 않았다. 2004년에는 정규리그에 아예 나타나지도 않았고, 이듬해서야 5경기, 지난해에는 단 3경기 출장에 그쳤다.

이근호는 입단 이후 3년 동안 '2군의 루키'로만 빛나고 있었다.

결국 2006년 2군리그 MVP라는 성적표를 받은 그는 광주 상무입대냐, 아니면 자신을 부르는 또 다른 팀으로 가 다시 한번 도전을 할 것이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그러나 이근호는 상무행에 앞서 못다한 자신의 가치를 진정을 빛낼 도전의 길을 선택했다. 바로 인천 이상의 열악한 환경을 자랑하는 대구FC로의 입단을 결정한 것이다.

그의 결정은 그의 바람대로 이뤄졌다. 그는 2007년 6월 현재, 총 8골을 기록하며 유일하게 토종 공격수로서의 자존심을 세움과 함께, 올림픽 대표팀에 이어 국가대표팀까지 승선해 프로 데뷔 후 진정한 전성기를 맞이했다.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모른다"

사실 대구FC의 이근호 영입 시도는 제법 역사(?)가 길다. 그를 탐낸 감독은 현 사령탑인 변병주 감독만이 아니었던 것. 박종환 체제에서도 2군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는 것을 놓치지 않고 2005년 시즌을 마치고 잠시 눈독을 들였지만 이런저런 조건에 부딪혀 포기했던바 있다. 그랬다가 올해에야 기어코 한 식구로 맞아들인 것.

특히 대구FC의 변병주 감독이 이근호를 얼마나 원했느냐 하는 점은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잘 알려진 바 있다.

청구고 감독 시절부터 젊은 유망주 발굴에 탁월한 선구안을 보여준 바 있는 변병주 감독은 이근호에 대해서 '제2의 박지성이 될 만한 선수', '심장이 2개인 것 같다'며 늘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그를 유망한 선수로 밝히며 애정을 보였다. 그런 그의 품안에서 이근호는 일취월장하며 올해 자신의 기량을 맘껏 만개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변병주 감독은 아끼는 애제자를 위해선 조언도 잊지 않는다.

이근호의 스피드와 돌파력은 탁월하지만 아직 드리블이 투박하고 패스가 세밀하지 못하다는 점에 대해 지적한다. 또한, 이근호 최대의 장점인 체력 문제에 대해서도 우려를 감추지 않는다. '사람은 종종 정신력으로 체력의 한계를 넘길 수 있다. 그러나 그 상태가 계속해서 유지된다면 어느 순간 단숨에 고갈 상태로 이어지게 되는 법이다.'라는 말은 변 감독의 걱정을 가장 잘 요약한 부분.

"아직 젊으니까요."

아닌 게 아니라 지금 글을 쓰고 있는 필자 역시 시즌 전 연습경기를 마치고 가진 간단한 인터뷰에서 이근호를 향해 체력에 대한 질문을 했던 적이 있다.

이미 올림픽 대표팀 승선이 확정되어있던 터. 그는 당연히 선수층이 빈약한 팀 내에서는 가장 빡빡한 한 해를 보낼 것이 뻔했다. 또 만약 리그와 올림픽 대표팀에서 좋은 활약을 보일 경우 성인 국가대표팀 선발도 조심스럽게 점쳐볼 수 있는 상황.

그런데 우선 일정 이야기부터 꺼내니 이 청년, 각오가 대단하다.

오히려 팀에서 주전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고, 그 활약을 바탕으로 국가대표팀에서도 뛰어보고 싶다는 게 아닌가. 체력적인 부담에 대해서도 단 한마디로 격침해준다.  "아직 젊으니까요."

(참고로 필자는 아직도 이게 순수해서 이런 건지, 아니면 정말로 스스로 체력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인지에 대해 아직까지도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젊은 그대, 이제 시작이다

이근호는 아직 젊어서 그럴까? 지난 3년간의 마음고생을 두리뭉실하게 포장할 줄도 모른다. 그래서 공식 인터뷰에서도 대놓고 이전 소속팀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젊은이다.

그러나 그 시간의 괴로움을 거름으로 삼을 줄도 아는, 그래서 지금 축구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생각하는 젊은이다. 그리고 시즌 개막 전 밝혔던 올해의 개인적인 목표들을 하나 둘 달성해 보이고 있는 의지로 똘똘 뭉친 젊은이다.

비록 아직 젊어 종종 부족한 경험을 플레이로 드러내기도 하고, 너무나도 반듯한 인터뷰를 해주는 덕분에 이제 슬슬 인터뷰의 신선도가 살짝 떨어지기 시작하긴 했지만 뭐 어떤가. 팬의 입장에서는 플레이 하나하나가 그저 흐뭇할 뿐이다.

그는 지금 주어진 젊음을 축구에 아낌없이 쏟아보겠다는, 대구FC가 자랑하는 '태양의 아들' 이근호가 아니던가.

젊은 그대, 이제 시작이다. 오늘보다는 내일이, 내일보다는 모레가 더 기대되는 그 모습을 잃지 않길 소망한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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