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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훈 "내가 처음으로 존경하게 된 골키퍼는 최은성."

기사입력 2007.05.17 11:42 / 기사수정 2007.05.17 11:42

편집부 기자



[엑스포츠뉴스=김민숙 기자] "나 때문에 희망까지 잃게 되어서 팀에게 너무 미안하다." 

5월 16일, 서울과의 원정 경기가 끝난 후 유재훈이 털어놓은 첫 마디다. 이 경기에서 2년 만에 K리그 데뷔전을 치렀던 유재훈은 0대 1로 패한 경기 결과가 못내 마음 아팠는지 그라운드를 빠져나오며 결국 눈시울을 붉히고 말았다.  

경기 종료 후, 침통한 표정으로 기자들 앞에 선 유재훈은 "어차피 실점하면 골키퍼 책임이니까 경기에서 진 게 많이 아쉽다"며 "이 경기에서 이기거나 비겼다면 그래도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희망이 있었는데, 나 때문에 희망까지 잃게 되어 팀에게 너무 미안하다"는 속내를 털어놓았다.

유재훈은 지난 시즌 대전에 입단하였으나 그동안 최은성에게 가려 출장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13일에 펼쳐진 대구와의 원정 경기에서 최은성이 부상을 입자 유재훈은 2년 만에 K리그에 출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경기를 앞두고 많은 대전팬은 최은성의 빈자리를 걱정했고, 아직 실력이 입증된 바 없는 유재훈을 다소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았다. 하지만, 유재훈은 경기 시작과 함께 매섭게 쏟아진 서울의 공격을 안정적으로 잘 막아냈고, 그런 모습을 지켜본 대전의 서포터들은 경기 내내 유재훈에게 많은 박수를 보냈다.

유재훈은 수중전에 대한 부담이 있지는 않았냐는 질문에 "데뷔전인데, 비가 온다고 해서 처음엔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한 번 안 좋게 생각하면 한없이 안 좋게 생각하게 되니까 나중엔 오히려 비가 와서 좋다고 생각했다"며 "비 오는 게 하나님이 도와주는 걸 거라고, 나한테도 더 편할 거라고 생각하면서 경기에 임했다"고 답했다. 

첫 실점을 만든 주인공이 공교롭게도 대전에서 활약하던 김은중 선수인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던져지자 "내가 들어왔을 땐 은중이 형이 없었다. 어쨌든 골키퍼로서는 누구한테 골을 먹었든지 실점을 당했다는 것 자체가 기분 상하고 안 좋은 일이다"라며 이날 경기의 실점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다. 

또한, 유재훈은 "내가 다른 골키퍼보다 실력이 좋다거나, 다이빙을 잘 뜬다거나, 킥이 좋다는 그런 말은 나 스스로가 사실이 아닌 걸 알고 있으니까 하지 않겠다.”라며 대신 자신의 강점으로는 “꾸준히 열심히 한다는 것.”을 꼽았다.

"프로에 있는 선수들은 누구나 열심히 하겠지만, 나는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하겠다"는 말로 스스로 다짐을 드러낸 유재훈은 "은성이 형이 있으니까 경기는 못 뛰고 있었지만, 그래도 항상 경기에 생각은 가지고 있었다"며 "지금 당장 보다는 뒤를 생각하며 열심히 하면 분명히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기회가 오지 않아도 낙담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또한, 유재훈은 "은성이 형이 없다고 해서 내가 무조건 경기에 나온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올림픽 대표인 양동원 선수도 있다"며 "작년까지는 내가 조금 더 인지도가 있었던 것 같지만, 지금은 상황이 역전되었으니까 동원이가 돌아오면 선의의 경쟁을 할 것이다."라고 경쟁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하지만, 출장 기회를 얻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감독님께서 선택하는 사람, 또 대전이 이기는 데 필요한 사람이 경기에 뛰어야 하니까, 그런 선택에 대해서는 감독님께 맡긴다"는 겸허한 태도를 보였다.

유재훈은 인터뷰 도중 "내가 원래 존경하는 사람이 없었는데 대전에 와서 존경하는 사람이 생겼다. 그게 은성이 형이다"라는 말로 팀의 선배인 최은성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유재훈은 원정길에 오르기 전 최은성에게 "잘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인사하고 왔다면서, "은성이 형이 한마디 한 마디 해주는 게 뼈가 되고 살이 된다. 같은 방을 쓰고 있는데 항상 잘 챙겨주셔서 너무 고맙다"면서 그동안 마음에 담아 두었던 감사의 뜻을 전했다. 

자신의 이름을 크게 외쳐주는 서포터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지금까지 내 존재에 대해 크게 생각해본 적도 없고, 내 존재가 대단하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는데 그 소리를 들으며 처음으로 내 존재에 대해서 느꼈다"라고 밝힌 유재훈은 "대전 서포터들은 항상 열정적인 응원을 해주시는 좋은 분들이다. 그 분들을 위해서, 또 대전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열심히 하고 싶다"는 다짐을 밝혔다. 

"내가 정말 장담할 수 있는 것은 14개 팀 중에서 우리 팀의 분위기가 가장 좋다는 것"이라는 말과 함께 팀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낸 유재훈은 "동료가 모두 다 잘해주는 분위기 속에서 경기를 뛰었기 때문에 첫 경기인데도 편안하게 경기를 뛰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출장 기회를 얻지 못해 힘들어할 때 교회 가서 소리 없이 기도하는 것으로 항상 힘을 얻었다는 유재훈. 그래서 데닐손이 페널티 킥을 찰 때도 혼자 조용히 무릎을 꿇고 앉아 기도를 했던 유재훈.

2년 만에 치른 데뷔전에서 뼈아픈 패배를 당한 것이 마음 아플 테지만, 막강한 서울의 공격을 차분하게 막아낸 유재훈의 모습을 보고 그의 데뷔전이 성공적이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을 없을 것이다. 또한, 10경기 연속 무패 행진이 끝난 동시에 컵 대회 플레이오프 진출의 희망마저 꺾인 대전팬들은 경기 종료 후 많은 아쉬움을 느꼈겠지만, 최은성의 뒤를 이을 유재훈의 존재를 발견한 것만은 이들의 마음속에도 희망의 빛으로 남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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