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코리안 특급'들의 활약이 모태 KBO리그의 입지를 '업그레이드' 시키고 있다. 외국인 선수들의 달라진 마인드도 인식을 바꾼다.
넥센 히어로즈가 홈구장으로 쓰는 목동야구장은 지난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핫플레이스'였다. 유격수 강정호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적게는 1~2개, 많게는 5~6개 구단이 거의 매일 넥센의 경기를 따라다니면서 강정호를 비롯한 한국 선수들을 관찰했고, 그 결과 그는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피츠버그에 입단할 수 있었다.
올해도 마찬가지. 강정호가 미국으로 건너간 이후 다음 관심 선수는 자연스럽게 '홈런왕' 박병호로 옮겨졌다. 박병호가 강정호보다 1년 늦게 포스팅 자격을 얻는 만큼 올 시즌이 끝나면 해외 리그 진출의 길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병호에 대한 미국, 일본의 관심은 더 일찍부터 시작됐다. 넥센이 지난 1월 미국 애리조나에서 겨울 전지 훈련을 소화할 때도 샌디에이고, 시애틀, 텍사스를 비롯한 여러 구단 스카우트들이 박병호를 관찰하고 갔다. 장소를 일본 오키나와로 옮겨 진행된 2차 전지 훈련도 마찬가지였다. 라쿠텐 등 몇몇 일본 구단에서 스카우트를 파견해 정보를 얻어 갔다.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넥센이 목동에서 KIA와 주말 3연전을 치르는 동안에도 애틀랜타와 필라델피아 등 여러 구단의 스카우트들이 방문했다. 이제 넥센 직원들에게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맞이는 특이할 것 없는, 일상과도 같다.
다만 지난해와 올해 달라진 점이 있다. 바로 그동안 KBO리그에 큰 관심을 드러내지 않았던 메이저리그 구단들까지 스카우트를 파견한다는 사실이다. 김치현 넥센 스카우트 팀장은 "작년까지 관심을 갖지 않았던 팀들도 한국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류현진, 강정호 등 현재 미국에서 뛰고 있는 KBO리그 출신 선수들 덕분인 것 같다. 만약 강정호가 지금보다 더 좋은 성적을 꾸준히 낸다면, 당연히 박병호를 비롯한 다른 선수들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영입을 시도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선수들 스스로의 달라진 인식도 리그의 위상을 바꾸고 있다. 한 에이전트 관계자는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선수들 가운데 KBO리그에 오고 싶어하는 이들이 정말 많다. 한국에 오면 대우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꽤 많은 돈도 벌 수 있고, 꾸준히 경기에 출전할 수 있지 않나. 마이너리그에서 고생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다고 느낄 수 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예전에는 외국 선수들이 알게 모르게 '아시아에 가면 내 선수 인생은 끝이야'라는 마인드가 있었던게 사실이다. 그래서 대부분 나이가 많은 선수들이 은퇴를 앞두고 진출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수준이 높아졌다. LG에서 피츠버그로 간 리즈의 경우도 그렇다. 선수들이 한국에서 야구를 해도 메이저리그로 돌아가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걸 알게 됐다. 그래서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계약을 한다"고 증언했다.
현재 한국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 선수들의 생생한 체험기도 이를 뒷받침 한다. 한 선수는 "사실 직접 오기 전까지는 KBO리그가 더블A 정도의 수준이라고 생각했었다. 나 뿐만 아니라 꽤 많은 선수들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많은 정보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막상 와보니 생각보다 선수들의 수준이 높다. 그중 몇몇 선수는 충분히 메이저리그급 기량과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제 KBO리그는 들어오고, 나가는 선수들의 안락한 요람이 됐다. 류현진, 강정호, 이대호, 오승환 등 해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KBO리그의 위상과 수준을 재인식하게끔 만들고, 예전보다 더 젊고 유망한 외국인 선수들이 한국을 찾는다. 이들이 KBO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남기면 다음 단계인 자연스러운 교류에 참여하게 된다. 리그 발전이 갖고있는 순기능이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지난해 목동구장을 찾은 ML 스카우트들 ⓒ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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