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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인터뷰②] 심수창 "우여곡절 인생…그래도 난 행운의 사나이"

기사입력 2015.04.28 11:14 / 기사수정 2015.04.28 11:59

조희찬 기자


[엑스포츠뉴스=조희찬 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수창(34,롯데)은 자신을 '행운의 사나이'라고 불렀다.

지난 인생을 돌아보면 18연패는 아무것도 아닌, 더 큰 시련들이 있었다.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여기까지 달려왔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행운의 사나이'라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한양대학교 재학 당시 아마추어로는 유일하게 국가대표에 승선하는 등 화려한 아마추어 시절을 보냈었다. 하지만 그 뒤에는 또 다른 아픔도 있었다.

-스스로 '행운의 사나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뭔가.

"출발부터 좋았다. 내가 야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친척형 덕분이다. 형도 야구선수였다. 김봉수라고 (박)용택이형이랑 어릴때부터 '서울 투톱'으로 불릴만큼 실력이 좋았다(김봉수는 지난 9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휘문중 중퇴 선수로 OB의 지명을 받은 만16세 최연소 프로 입단 선수. 지난 99년 두산에서 은퇴).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였는데 형이 중요한 경기에서 홈런도 치고, OB에서 계약금으로 1억5천만원을 받았다. 그걸 본 아버지가 나도 야구를 하라며 전학을 시키셨다. 그때부터 봉수형, 용택이형과 매일 연습할 수 있었다. 운이 좋았다."

-아마추어때 메이저리그 진출 이야기도 오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솔직히 나는 잘하는 선수였다. 당시 프로구단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났고, 따로 야구 용품을 선물해주는 구단도 있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재학 중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에서도 연락이 왔다. 계약 3차까지 갔었다. 보스턴으로부터 80만 달러(현재 환율로 약 8억5천만원)를 제안 받았고, 최종 사인을 하기 직전 테스트 피칭을 했다. 그런데 결국 계약이 성사되지 못했다."

-이유가.

"스티븐블래스 증후군에 걸렸다. 당시 투구폼을 미세하게 교정하던 때였는데 하필이면 보스턴과의 테스트 피칭 직전에 병이 시작됐다. 직구 구속이 120km/h 이하로 떨어졌다. 말도 안되는 상황이 펼쳐졌고, 보스턴 쪽에서 계약 불가를 통보해왔다."

-스티븐블래스 증후군이라니.

"갑자기 공을 제대로 던지지 못하는 심리적인 병이다. 신체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공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 처음 증세가 나타났을 때 내가 고등학교 1학년이었는데 대학교 2학년때까지 병이 이어졌다."

-어떻게 이겨냈나.

"하루에 공을 1000개씩 던졌다. 당시 아버지도 하던 일을 모두 팽개치고 내게 집중하셨다. 고등학교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코치들과 감독들을 찾아 병을 고쳐보려고 온갖 노력을 했다. 그래도 안되자 그냥 무조건 하루에 1000개씩 던졌다. 그러니까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조금씩 나아졌다."

-병을 극복한 이후 프로에 입단하고 나서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LG에 입단하고 나서 2006년이 가장 좋았다. 그때가 10승을 거뒀던 해고 스스로 공도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 LG는 선발보다는 불펜 고민이 컸다. 그래서 내가 불펜으로 전환하게 됐다. 팀이 원했던 일이고 나도 기꺼이 따랐다. 선발 1~2경기를 뛰고 중간으로 갔다가 또 다시 선발로 돌아오는 패턴이 반복됐다. 당시 기록이 3승 10홀드 2세이브였나 그랬다.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때부터 기복이 찾아왔다. 공도 안좋아졌다. 그러다보니 기회도 줄어드는 악순환이 생겼다."



-그 다음부터는 모두들 알고 있는 이야기인가. LG를 떠나 넥센, 넥센을 떠나 다시 롯데. 돌고 돌아온 롯데에서 인생 두번째 기회를 맞은 것 같다. 투구폼을 변경하는 '초강수'까지 둔 배경이 뭔가.

"작년에 은퇴 결정을 번복하고 3군을 거쳐 어렵게 2군에 올라왔다. 어느날 연습을 하다가 평소 재미삼아 던지던 스리쿼터, 언더 스로우 자세를 시도했다. 그런데 갑자기 공이 포수 미트에 '퍽'하고 꽂히더라. 구속을 재보니 8km/h정도 빨라져 있었다. 그때 마침 (강)민호가 2군에 내려와 있어 내 공을 받아달라고 했다. 공을 본 민호가 '형, 공이 정말 좋아졌어요'라며 놀라더라. 민호가 1군에 올라가 코치님들에게 귀띔을 했고, 나도 1군으로 올라갈 수 있게 됐다."

-강민호의 공이 컸던 셈이다.

"민호는 정말 최고의 포수다. 볼 배합도 잘하고, 나는 타자한테 삼진을 잡을때 주로 민호의 볼 배합을 통해 나온다. 올해 아직까지 승리가 없지만 민호는 내게 '형은 3승 투수'라고 위로해준다."

-강민호 외에 또 도움을 준 은인이 있다면.

"구동욱 2군 투수 코치님이다. 스프링캠프때 물심양면으로 날 도와주셨고, 폼 하나하나를 다 수정해주셨다. 민호와 구 코치님 덕분에 내가 올해 좋은 활약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내가 그동안 불운했던 대신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참 많았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행운의 사나이', '행복한 사나이'라고 생각한다."

-작년에 그렇게 어렵게 1군 기회를 잡았는데 왜 좋은 성적이 나지 못했나.

"피홈런이 많았다. 홈런 때문에 팀에 믿음을 주지 못해 패전 처리로만 등판했다. 그래도 내 공에 자신감이 있었다. 겨울 동안 운동을 열심히 했고, 그 덕분에 스프링캠프때도 몸을 일찍 끌어올릴 수 있었다."

-개막전 엔트리에는 들지 못했지만 올해 또 한번 기회가 왔다.

"열심히 준비를 했는데도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해 섭섭하기도 했다. 아쉬웠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된 후 (홍)성민이가 조금 부진했고 나한테 기회가 돌아왔다. 나처럼 던지면 투피치도 포피치가 된다. 오버핸드와 쓰리쿼터로 던지면 공 자체가 다르다. 여기에 쓰리쿼터를 던지며 허리 회전을 하는 방법도 터득했다. 덩달아 평소 폼이었던 오버핸드도 좋아지더라. 그러니 타자들이 쉽게 쳐내지 못했다."

-지금까지는 성적상 '성공적'이다.

"성적이 나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난 아직도 멀었다. 난 여전히 '땜빵' 투수다. 영화 '아저씨'에 유명한 대사도 있지 않나. 내일만 사는 놈은 오늘만 사는 놈한테 죽는다고(웃음). 항상 그 대사를 생각하면서 매 경기 1이닝씩만 잘 막자고 다짐한다. 다른 투수들이 한 경기 전체를 본다면 난 1이닝만 생각한다. 앞으로도 그 마음을 잊지 않고 싶다."

-많은 굴곡을 겪고도 꺾이지 않는 심수창은 정말 '행운'의 투수인 것 같다.

"정말이다. 나는 매 경기 설 때마다 항상 감사하다. 우리나라 프로팀이 10개다. 그 중 선발 투수는 다 합해야 50명이고. 그 50명 안에 든다는 것에 매번 고마움을 느끼고 설렌다. 매 경기 개막전의 설렘을 안고 마운드에 선다."

조희찬 기자 etwoods@xportsnews.com

[사진= ⓒ 부산, 권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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