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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규가 밝힌 '16구 용규놀이' 뒷 이야기

기사입력 2015.04.04 07:00 / 기사수정 2015.04.04 09:58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지고 있었고, 4회였고, 비가 내릴 것 같았어요."

지난 2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던 KIA 타이거즈와 SK 와이번스의 시즌 2차전은 경기 중간 강해진 빗줄기 때문에 '우천 노게임'이 됐다. 양팀 선발 투수가 내리는 비를 맞으며 팽팽한 투수전을 펼친 가운데,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은 타자가 있다. 바로 KIA의 2루수 최용규다.

KIA가 0-1로 지고있는 상황. 최용규는 4회초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무실점 호투중이던 SK 선발 메릴 켈리와 마주했다. 초구 스트라이크에서 풀카운트까지 끌고간 최용규는 6번 연속 파울로 켈리를 지치게 만들었다. 그리고 켈리가 던진 16번째 공은 볼이 됐고, 최용규가 1루를 밟았다. 한 타자를 상대하는데만 16구를 쓴 셈이다.

'또다른 용규'가 생각나는 장면이다. 현재 한화에서 뛰고있는 이용규는 KIA 소속이던 지난 2010년 8월 29일 광주 넥센전에서 넥센 박준수를 상대로 무려 20구 승부까지 갔다. 재치있는 파울로 투수의 투구수를 늘려 '용규놀이'라고 불린 장면이다. 이는 KBO리그 역사상 한 타석 최다 투구 기록이기도 하다.

최용규의 16구 승부는 2008년 두산 정원석-우리 장원삼(삼성)의 17구 승부 다음인 역대 3위에 해당되는 기록이지만, 경기가 비 때문에 무효화 됐기 때문에 기록의 의미가 사라졌다. 그래도 최용규를 볼넷으로 출루시킨 후 켈리가 흔들렸고, 1-1 동점을 만드는 득점까지 성공했다.

다음날(3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김기태 감독도 "최용규가 아주 좋은 활약을 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용규에게 16구 승부의 속내를 물었다. 최용규는 "팀이 지고 있었고, 4회였고, 곧 비가 내릴 것 같았다. 또 나는 선두타자였다. 그렇다면 무조건 살아나가야 한다. 팀이 지고 있으니까 안타를 치든, 볼넷을 고르든 무조건 나간다는 생각 뿐이었다"며 생생하게 떠오르는 '그 장면'을 떠올렸다.

16구째 켈리가 던진 떨어지는 변화구가 스트라이크존 아래로 들어오는 순간. 최용규는 "됐다"고 생각했다. 그는 "잘 골랐다 생각했다. 사실 켈리가 직접 상대하기 전에는 위력적이지 않아 보였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니 공이 좋더라.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우리가 이기려면 어떻게든 나가야 했다"며 웃었다. 동점 득점까지 일궜으니 최용규의 작전은 100% 성공한 셈이다.

지난 2008년 원광대를 졸업하고 김선빈, 나지완과 함께 KIA에 입단했던 최용규는 팬들에게 잠시 잊혀졌던 존재였다. 부상 여파 등으로 두번이나 상무 야구단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고, 현역 입대했다가 지난해 제대했다. 야구를 떠나있었던 만큼 최용규는 절실함으로 무장했다.

"다시 신인의 마음으로 돌아간 것 같다. 새로 입단한 것 같다"며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자른 머리를 매만진 최용규는 "지난 마무리 캠프부터 내 야구 인생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죽어라 훈련을 했다"고 최근 활약의 비결을 밝혔다.

최용규에게 이번 시즌은 기회의 다른 이름이다. 안치홍의 입대로 무주공산이었던 2루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그리고 첫 기회는 잘 잡았다. 최용규는 "많이들 내게 목표를 물어보시는데 난 목표가 없다. 1군에서 살아남는 것은 당연하고, 그냥 한경기씩 열심히 해보겠다. 그리고 시즌 마지막에 내가 얼마나 잘했는지 확인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 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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