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거인 군단은 비 온 뒤 땅이 굳기를 고대한다. 찬 자리보다 빈 자리가 많은 사직구장의 쓸쓸함을 알기에 상처난 팬들의 자존심을 위해 뛰고 있다. 다행히 선수단 내 분위기가 좋다. “기꺼이 팀을 위해”를 외치는 주장 최준석을 필두로 스프링캠프부터 시범경기까지 화기애애를 유지하고 있다. 팬심 회복을 위해 달라진 롯데를 두고 여러 해설위원들이 '다크호스'로 꼽았다.
▶그래도 ‘롯데의 강민호’
강민호는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그는 지난해를 돌아보며 “내 스스로에게 졌다. 정신적인 부분에서 압박감을 못 이기고 스스로 무너진 것이 패인”이라고 말했다. 따지고보면 강민호가 스트레스 받는, 그리고 부진이라 평가받는 이유는 공격력이다. 국가대표 공격형 포수인 그의 장점이 빛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청난 양의 웨이트로 겨울을 뜨겁게 보낸 강민호는 한 눈에 보기에도 달라진 몸으로 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이제 그 성과가 어떤 결실을 맺느냐가 관건이다. 비록 타격은 부진했을지 몰라도 수비는 진화했다. 또 팀내 주전 포수로서 가지고 있는 역할까지 고려했을때 이제 강민호의 방망이만 살아난다면, 손아섭, 황재균, 최준석, 박종윤이 버티는 롯데의 타선은 남의 떡보다 내 떡이 커보이게 된다.
▶4명의 이방인
시범경기부터 롯데의 외인들이 예사롭지 않다. 선두에는 짐 아두치가 있다. 롯데가 아두치를 선택한 이유는 센터라인 공백 때문이다. 공-수의 중심에 있었던 전준우가 입대를 하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지금까지는 예상 그 이상이다. 특히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장타력이 빛난다. 아두치는 시범경기에서 박병호보다 많은 홈런 4개를 터트리며 한국팬들에게 첫 인사를 제대로 했다.
투수들도 좋다.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 4실점(3자책) 한 린드블럼은 갈수록 안정감을 찾아갔고, 3경기 평균자책점 0.82로 타자들의 방망이를 헛돌린 레일리는 린드블럼을 제치고 개막전 선발로 낙점됐다.
그리고 눈여겨 봐야 할 또 한명의 외국인이 있다. 바로 라이언 사도스키 코치다. 사도스키 코치는 올해 롯데의 숨은 조력자로 활약할 예정이다.
▶장원준 갔어도 정재훈 왔다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장원준이 두산으로 떠났다. 하지만 실망은 이르다. 롯데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심지어 김태형 감독의 예상까지) 보상 선수로 정재훈을 선택했다. 어린 유망주가 아닌 확실한 베테랑을 고른 것이다. 정재훈은 스스로를 “한낱 보상선수”라고 농담했지만, 그의 존재감은 자신의 생각보다도 크다.
더군다나 유독 두산 출신 선수들이 많은 롯데의 특성상, 정재훈은 큰 어려움 없이 새 팀에 녹아들고 있다. 김성배-정재훈-김승회로 이어지는 ‘거인의 탈을 쓴 곰색 불펜’은 롯데의 허리를 든든히 받칠 예정이다.
▶기다리고 있어요
지난해 가을 나란히 수술대에 올라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정대현과 강영식은 5월 복귀를 목표로 잡았다. 개막 엔트리 합류는 불가능 하지만, 오히려 지긋지긋했던 통증과의 작별 동시에 한층 홀가분히 마운드에 설 수 있게 된다.
정대현, 강영식은 이종운 감독의 특별지시로 천천히 몸을 만들었다. 당연히 의욕이 컸던 두사람은 당초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합류 의지까지 보였지만, 이종운 감독은 단호하게 ‘NO’를 외쳤다. 결국 두사람은 전담 트레이닝 코치와 함께 괌에서 착실히 재활을 끝냈고, 1군 가고시마 캠프가 아닌 2군 대만 캠프로 향해 조금씩 실전 감각을 일깨웠다.
그리고 여기 롯데가 그토록 기다리던 또 한명의 투수가 복귀를 준비 중이다. 바로 조정훈이다. 두번이나 팔꿈치 수술을 했고, 그 사이 군대도 다녀왔다. 20대 중반이었던 조정훈은 눈 깜짝할 새 30대 초반이 되었다. 그러나 너무나 길고 길었던 터널 끝에 드디어 빛이 보인다. 시범경기에서 5년만에 마운드에 올라 힘차게 공을 뿌렸던 조정훈은 1군 무대 복귀까지도 얼마 남지 않았다.
다만 이종운 감독은 “무리하지 않게 하기 위해” 조정훈에게 '2군 먼저 등판'을 지시했다. 꿈꿨던 개막전 선발 등판, 개막 엔트리 합류는 불발됐지만, 완벽하게만 돌아올 수 있다면 그 어떤 기다림도 결코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조정훈이 1군에 합류하면 선발로 뛰게 된다. 이종운 감독도 조정훈을 선발 요원으로 분류하고 있다. 외국인 투수 2명과 송승준까지 3명의 선발 요원은 개막부터 책임지고 젊은 투수들인 홍성민, 이상화가 나머지를 메꾼다. 치열했던 5선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홍성민, 이상화가 포텐셜을 보란듯이 터트릴 수 있을지가 다음 과제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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