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V리그가 5개월간 펼쳐진 정규리그의 대장정이 막을 내렸다. 삼성화재는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고, 2위 OK저축은행과 3위 한국전력이 플레이오프에서 만난다.
봄 배구를 하게 된 팀들은 공통 분모가 있다. 다양한 요소를 거름망으로 걸러보니, 끝까지 남은 것은 바로 기본기였다. 소위 '신치용 사단'이 살아 남은 것이다. OK저축은행의 김세진 감독과 한국전력의 신영철 감독은 기본기 연마의 달인이라 일컬어지는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의 대표적인 제자다.
스승의 품을 떠난 두 사람은 바탕이 되는 옛을 익히고 자신의 스타일을 확립하며 올 시즌 성공시대를 그리고 있다. 한해 농사를 좌우하는 비시즌을 준비한 것도 똑같았다. 기본기와 체력 보강이다. 이것을 토대로 신치용 감독은 팀워크, 김세진 감독은 유기적인 움직임, 신영철 감독은 운영 능력에 중점을 두며 차별화를 뒀다.
삼성화재는 2005년 V리그가 출범한 이후 7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거뒀고, 8년 연속 챔피언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야말로 V리그의 살아있는 전설로 추앙받는 신치용 감독이다. 올 시즌 엄살의 강도는 심해졌지만, 확실한 결과로 보여주며 삼성천하를 계속 주도하고 있다.
지난 시즌 6위에 오른 2년차 신생팀 OK저축은행은 송명근, 송희채, 이민규 등 무서운 아이들의 급성장과 '괴물' 시몬이 어우러지며 2위를 차지, 쉽게 얕볼 수 없는 강팀이 됐다. 약점으로 지적 받는 경험 부족을 극복한다면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해 꼴찌 한국전력은 곳곳에 산재한 패배 의식이 문제였다. 신영철 감독은 자신감을 불어 넣는데 초점을 맞췄고, 기본기가 탄탄한 선수들은 수장의 뜻을 잘 이해하면서 돌풍의 주역이 됐다. 시즌 최다 연승인 9연승을 달리는 등 완벽한 쇄신에 성공했다. 상대 감독들은 한국전력의 강점으로 공수의 균형감을 꼽는다. 그만큼 공략하기가 까다롭다는 뜻이다.
한 발 앞선 스승에 결투 신청서를 보내기 전에 두 제자는 스승이 남긴 지독한 기본기 싸움을 펼쳐야 한다. 진흙탕 싸움을 저 멀리서 여유있게 지켜볼 법하지만 신치용 감독은 더하다.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뒤 8연패를 겨냥한 지옥 훈련을 현실화했다.
신치용 감독은 16일 열린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한국전력을 3-2로 제압한 뒤 "체력 훈련으로 경기 내용이 좋지 않을 것을 감안했다"며 덤덤히 말했다. 챔피언결정전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신치용 감독은 용의주도한 면모를 보였다. 스승의 자신감에 맞선 두 제자의 대처법이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됐다.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사진 = 신치용, 김세진, 신영철 감독 ⓒ 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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